2010.6 |
[문화칼럼] 발상의 전환이 신바람 나는 선거를 만든다
관리자(2010-06-03 11:14:35)
발상의 전환이 신바람 나는 선거를 만든다
- 안석희 사회적 기업 (주)노리단 공동대표
판에 박힌 지방선거는 가라!
일단 나는 고만고만하고 천편일률적인 로고송을 듣는 게 싫다. 후보자신을 독특하게 드러내는 음악을듣고 싶다. ‘기호 몇 번과 찍어주세요 * * *’을 넘어서 노랫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정성이 담긴 노래를 원한다. 자신의 정책과 주장에 걸맞는 스타일과 사운드, 장르의 음악을 맞추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말이다. 그리고 활자 크기 경쟁으로외쳐대는 현수막과 조금 다른 현수막을 보고 싶다. 독특한 색감과 글자체, 형태로 눈이 시원하고 편해지는현수막을 보면 좋겠다. 홍보물에서재기 넘치는 디자인과 언어들을 만나는 건 어려울까? 속 보이는 수사와 선동을 넘어서 단단한 사실에 기초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대안의 언어, 동네 친구의 이야기처럼 왠지 푸근한 설득의 언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밝혀주는 잠언 같은 메시지를보고 싶다. 후보의 됨됨이와 정책을살펴보는 일이 가장 우선이나, 자신의 뜻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후보라면 나는 그 사람을 지지하리라. 그리고 이런 후보일수록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이 나오는 선거유세를 꿈꾼다.
발상을 전환하라! 선거도 즐거워지리니!
대번, 현실 정치를 모른다, 그런건 가능하지 않아,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적어도 지방선거에서는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추천을 받는 광역의원과 지자체 장이라면 정치권력의 획득이라는 목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니 좀 더 시간이 걸리겠다. 하지만이런 제약에서 좀 더 자유로운 기초의원들이라면 이러해야 하는 것 아닐까?이런 면에서『가난뱅이의 역습』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마쓰모토 하지메의 시도는 여러모로흥미롭다. 그는 대학시절부터‘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학교 당국의 여러 조치에 즐겁게 저항하는 기발한 이벤트를 벌여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스기나미 구의회 선거에 입후보한 그는 무도회, 토크 이벤트, 콘서트 등을 열어 선거판을 지역 사람들의 잔치로 만들었다고 한다. 비록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당선권의 절반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냈고, 선거 기간 동안 하루하루 의외의 즐거움이 넘치는 자리를 열어그 지역의 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직접 선거에 뛰어들어 그 판을지역의 잔치로 바꾸고 사람들에게신선한 활력을 만들어가는 데 한 표!
사회적 기업 <신나는 선거>를 소개합니다
지방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뿌리이고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는 한 판 잔치라는 말이 공허하게느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시민들의 여러 요구들을 잘 이끌어 드러내기보다, 옥죄고 단속하고가로막는 선거 제도와 시스템이 그하나이고, 지역주민들의 삶과 무관하게 정치 투쟁으로 흘러가는 듯한선거의 흐름이 그렇고,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후보들의 정책들과 그걸 분별할 시간이 모자라 누가 누군지도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서야 하는 점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이를 선거캠페인같은 사회운동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고, 앞서 말한 마쓰모토 하지메처럼 직접 선거에 뛰어들어 해결하는방법을 보여 줄 수도 있을 것이다.어쩌면 선거 관련 공무원이 되어 이런 일들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문제에서 사업의 기회를찾아내는 사회적 기업가는 어떻게이 문제를 풀어갈까?사회적 기업의 시각에서 지방선거를 바라본다면 할 일은 꽤 많이 있을것 같다. 일단, 선거를 지역주민의잔치로 바꿔가려는 사회적 목적을가진 <신나는 선거>라는 사회적 기업을 상상해보자. <신나는 선거>는우선 후보자가 지역의 주민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알려주는 일부터할 것 같다. 기존 방식과는 다른 만남을 기획하고 신나게 판을 열어주는 역할. 그러자면 당연히 그 지역사회를 리서치하는 일은 필수! 공공기관의 여러 지원을 받아 지역주민들에게 일상적인 선거 교육, 워크숍 사업을 하리라. 이런 활동을 통해 선거를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젊은 세대와 만나 선거가 보다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려줄 것이다.이러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노하우가쌓이면 다른 행사나 마을잔치 기획도 가능하고 여기서 쌓인 경험을 모아 우리 마을선거 이야기 같은 책도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쌓인 신뢰는 실제 선거에서도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것이고 선거 제도의 변화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다보면 지금까지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중 많은 부분을 이 <신나는 선거>에게 맡기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선관위 역시 선거의 중립을 유지하는자신의 고유 영역에 집중하며 짐을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신나는 선거>가 현실 속에서 이뤄질 때까지
자, 이제 <신나는 선거>의 상상에서 돌아와서 다시 현실을 본다. 이걸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모 기업의 광고처럼 선거는‘다 그래’라고 지나가선 변하는 게없을 것이다. 우리는 불만이 있고 선거는 이를 풀기 위한 장치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후보자가 이걸 해결할 수 있을 지 잘 모른다. 이런 선택을 돕는 방법을 고안하는 일. 그런판을 꾸리는 방법 중 하나로 사회적기업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창조적인 발상과 에너지를 가진 청년들이모여주기를 기대한다. 돌아보면, 문제는 언제나 풀릴 거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고, 새로운 해법을 고민하는 가운데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람들의 삶은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다. 어찌되었건, 6월 2일은 지방선거일. 지금 후보들의 정책과 로고송과 현수막과 홍보물이 지겨운 분들, <신나는 선거>가 만들새 판을 상상하시며 그나마 그 모습과 제일 가까운 후보에게 반드시 당신의 한 표를!
안석희 사회적 기업가이자작곡가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현재사회적 기업 (주)노리단의공동대표와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