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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 |
[테마기획] 그리운 갯벌
관리자(2010-06-03 11:14:59)
그리운 갯벌 새만금갯벌,‘ 바람앞의등불’되나 - 허철희 부안생태문화활력소 대표 새만금사업으로 전라북도는 전국에서 제일 넓은 면적의 갯벌을 잃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갯벌은 2008년 말기준 총 2,489.4㎢로 첫 조사가 이뤄진 1987년 이래 714.1㎢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라북도 갯벌은 321.6㎢에서 203.9㎢로 무려 63%나 감소했다고 한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굳이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얼마나 넓은 면적의 갯벌이 사라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것도 동진, 만경강하구에 차려졌던 노른자에 해당하는 그 좋던 갯벌생태계가 2만여 새만금연안 어민들의 한숨과 함께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이제 남은 갯벌은 변산반도 대항리에서 격포 궁항에 이르는 갯벌, 줄포만, 고창의 동호갯벌 등으로 통틀어 117.7㎢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감소율은 전남(-12.1%), 충남(-17.4%), 경인(-26.0%) 등 다른 지방의 3~4배로 전국 최고기록이다.전라북도 갯벌 63%가 사라져 갈 때, 갯벌에 깃든 생명들은 요동쳤고, 갯벌에 기대어 살아가는 새만금 연안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새만금 끝막이 공사 달포 전쯤, 계화도갯벌 들머리 바위에 걸터앉아 고군산군도 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계화도의한 여성어민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저는 요즈음 저 바다가 막히는 꿈을 자주 꾸어요. 바닷물이 저 아래에 머문 채 더 이상 밀고 오지를 못하는 거예요. 꿈에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고요. 어쩔 줄을 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꿈을 깨곤 해요.”그런데 그러한 경천동지할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물길은 막히고 말았다. 물길이 막히자 지구가 생긴 이래 하루에 두차례씩 어김없이 들고 나던 바닷물은 더 이상 해안선까지 밀고 오지를 못했다. 그 좋던 갯벌은 이내 소금사막으로 변해갔고, 갯벌에 깃든 생명들은 죽어갔다. 따라서 조상대대로 갯벌에 기대어 살아 온 어민들도 함께 내몰려지고 있다. 새만금갯벌의 대표 조개‘백합’ 새만금갯벌에는 무수하게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있다. 그러한 생명들 중에 백합, 우줄기, 계화도조개, 대맛조개, 가무락조개, 해방조개, 동죽 등은 새만금갯벌의 명물들이다. 이 명물들 중에 대표급은 역시 백합이다.백합은 우리나라 서해와 중국, 일본 등지에 사는데 그 중에서도 부안의 계화도나 김제의 거전, 심포에서 나는 백합의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나는 백합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물론 새만금 물길이 막히기전의 이야기이다.백합은 육상기원 퇴적물이 유입되는 하구역갯벌의 모래펄갯벌을 선호하는데, 부안의 계화도와 김제의 거전은 동진강과 만경강이 유입되고, 조석간만의 차가 커서 하구역갯벌이 건강하게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백합은 조개류 중에서는 몸집이 큰 편에 속하는 놈으로 어른 주먹만 하게 크게 자란다. 백합이라는 이름은 껍데기의 크기가 1백㎜ 정도로 큰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껍데기 표면의 무늬가 100이면 100 각기 달라 얻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그런가하면, 부안에서는‘생합’이라고 더 많이 부른다.이는 백합이 다른 패류에 비해 오래 살기 때문에 붙여진이름이라고 한다. 백합은 입을 꽉 다문 채, 달포(겨울철)를 산다. 백합이 입을 벌리고 있다면 그것은 죽은 것이다.그러기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이 지역사람들은 백합이입을 벌리지 못하게 문지방에 놔두고 들며나며 밟아서 자극을 줬던 것이다. 자극을 줄때마다 백합은 더욱 움츠리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진다.백합은 아이들 주먹만 한 중간 크기가 먹기에는 좋다.탕으로 죽으로 구이로 횟감으로 찜으로 요리해 먹는데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나다. 또한 백합에는 철분, 칼슘, 핵산, 타우린 등 40여 가지의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영양 면에서도 으뜸이다. 예부터 간질환, 특히 황달에 좋다고 전해지고있다.백합의 주생산지인 계화도는 이름 그대로 원래 섬이었으나 1960년대에 간척사업을 벌여 육지와 연결되었다. 계화도가 섬이었을 때 농토라고는 없는 이곳 사람들은 검은 땅 갯벌을 터전으로 삼고 백합 잡아 자식들 공부시키고, 혼사도시키며 질척이는 삶을 이어왔다.그러나 이렇게 우리네 삶을 지탱해주고, 미각을 사로잡고있는 백합도 이 지역에서 사라져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물길이 닿는 지대 어디쯤에 아직은 모진생명 붙들고 있는 백합들도 언제 멸문지화의 변을 당할지 모른다. 시한부생명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 간‘계화도조개’ 언젠가 문화저널에 계화도조개를 소개한 적이 있으나 이야기의 흐름상 다시 해보려고 한다. 계화도조개는 이름 그대로 계화도에 흔한 조개다. 부안사람들은 바지락보다도 훨씬작은 이 조개를‘아사리’라고 부른다. 새만금 물길이 막히기전만 해도 부안시장에 가면 가끔 계화도조개를 까서 파는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는데 주로 젓갈을 담가 먹었다.계화도조개라는 이름은 계화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거나 계화도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인 줄 알고 학명을 그렇게 붙인 듯하다. 그런데 이놈이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악패의 명성을 드날리고 있다고 한다. 새만금 물길이 막힐 것을 미리 알고 이민이라도 간 것일까? 사실인즉, 이놈들의 종패가 외항선박에 편승하여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간 모양이다.대양을 오가는 배들은 엄청난 양의 물을 싣고 다닌다. 배는 무게중심이 아래로 향하고, 스크류가 충분히 물에 잠겨야안전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물을‘밸러스트 워터(Ballast Water)’라고 하는데, 바닷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해양생물도 함께 유입되어 대양을 건너는 것이다.이런 경로로 샌프란시스코 해안으로 건너간 계화도조개란놈을 그곳 생물들이 당해내지 못하고 자기 영역을 시나브로내주고 있다는 것인데, 1986년 처음 발견되었고, 1년 사이에 북부로 확산,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놈의 고향에서는 멸문할 운명에 놓여 있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놈들이 가문을 번성시키고 있다고 하니 계화도조개 가문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고사위기에 놓인 새만금‘대취귀고둥’ 새만금사업으로 대추귀고둥 서식지도 고사할 운명에 놓여있다. 새만금 대추귀고둥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한창이던2001년 8월 한·일공동갯벌조사단의 일원으로 새만금갯벌생태조사에 나선 일본인 생태학자 야마시타 히로요시(山下博由)씨에 의해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부안댐과 해창다리 사이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이처럼 대추귀고둥은 담수의 영향이 미치는 곳, 그것도 염분 농도가 낮은 강 하구의 만조선 위에서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강 하구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생물이다. 우리나라의서해안에서만 사는 이 종은 1속 1종인데다 환경파괴로 인해개체수마저 크게 줄고 있어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으로 지정하였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 지대에는 부안의해창과 김제의 학당 서식지가 확인되고 있다.대추귀고둥의 몸의 크기는 높이 3.5cm 정도, 지름 1.5cm정도로 대추를 닮은 원추형이며 입구는 사람의 귀를 닮아 좁고 상하로 길며, 항문구 쪽은 좁고 앞쪽은 둥글고 넓다. 껍데기는 두껍고 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어 벗겨지면 회색이 드러나며, 껍데기 안은 하얀색을 띤다.그렇다면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대추귀고둥이 새만금으로 물길이 막힌 지금도 살아 있을까?2007년 8월12일과 17일 김제의 학당과 부안의 해창 대추귀고둥 서식지를 찾아 나섰다. 김제 학당 서식지는 아직은별 이상이 없어 보였으나 문제는 바닷물길이 끊겼는데 과연이들이 언제까지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부안 해창의 경우 비교적 바다와 먼 불무동 마을 부근의 대추귀고둥은 이미고사한 채 껍데기만 나뒹굴고 있었고, 아직은 살아있는 몇몇개체가 바다와 가까운 해창다리 부근에서 발견되긴 했지만이 서식지 역시 살아있는 개체수보다 더 많은 빈껍데기가 나뒹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서식지 소멸은 시간문제인 것으로여겨진다.그런데, SBS는 2007년 8월 17일 <물은 생명이다>라는프로를 통해“8월초 전주지방환경청과 농촌공사, 환경단체(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세 단체가 공동으로 새만금지역에서식하는 살아있는 대추귀고둥 200여 개체를 새만금지역과서식환경이 비슷한 영광, 보성, 서천의 금강하구로 이식한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멸종위기종을 보호 관리해야 할 부처인 환경부는 기존의서식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나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이전만 하면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것일까? 문제는 특정 개체를다른 곳으로 옮겨 살리는 데 있지 않다. 그 서식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새만금 대추귀고둥의 이전과 관련하여 한국갯벌생태연구소 백용해 소장은“중요한 것은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는거죠. 대추귀고둥이 오랜 생태역사 속에서 왜 유독 그 자리에만 살겠느냐는 거예요. 다른 개울에도 살아야 되는데, 그자리에만 존재한다는 것은 뭔가 그 자리에 대추귀고둥한테맞는 매커니즘이 있다는 거죠. 국내에는 대추귀고둥에 대한종 자체의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그런 연구가 먼저 선행되고, 서식지 환경을 정확하게 데이터 작업을 해놓은 다음에,보존대안이라든지 이전대책이 세워져야 맞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영광, 보성, 서천의 금강하구 등에 이식한 새만금 대추귀고둥이 잘 살고 있는지는 아직 들은 바 없다.어쨌거나 환경보호법이나, 국립공원법은 무색하기 짝이없다. 정부가 앞장서 국립공원 내의 산 하나를 통째로 들어내고, 법정보호종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으니 말이다. 새만금갯벌의 이름 없는 생명 또 있다. 이 생명체는 세상에 그 존재를 제대로 알리지도못한 채 새만금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동진강과 고부천이 만나는 지점인 동진강 하구(부안군 동진면 하장리 일대)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미기록종이다.순천만에도 이 미기록종이 서식한다는데 최근 갯벌전문가들 사이에서 육상의 민달팽이를 닮은 이 생명체의 이름을‘순천바다민달팽이’라고 짓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있다. 이름 없는 생명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순천만 말고도 새만금에도 엄연하게 생존하고 있으니 앞의‘순천’은 빼고‘바다민달팽이’이라고 이름 지어도무방할 것 같다.2006년 3월 9일 한·일공동갯벌조사단은 환경부 기자실에서 일본 측 전문가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는 신종과 미기록종을 발표했었는데 이 미기록종의 일본 이름은‘야베가와모치’라고 밝힌 바 있다.생물 한 종이 지구상에서 멸한다는 것은 결국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고한다.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인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새만금으로 새만금갯벌에 깃든 뭇 생명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고, 또 이 갯벌에 기대어 살아 온 어민들은 내몰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물길을 열어 새만금 생명들을 살리는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지 이러한 종들의 이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허철희 1951년 전북 부안 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 충무로에서광고기획사를 운영하며 부안의 자연과 삶, 문화유적 등을 사진에담아왔다. 2003년 환경미술 <물展>과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핵없는 세상> 사진전을 가졌다. 지은 책으로는『새만금 갯벌에 기댄 삶』이 있다. 현재는 부안생태문화활력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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