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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 |
[테마기획] 그리운 갯벌_전북의 갯벌 1
관리자(2010-06-03 11:15:54)
그리운 갯벌_전북의 갯벌 막힌 바닷길, 갯벌이 운다 어릴 적,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갯벌을 찾았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은 우리에게 신비한 놀이터였다. 까만 진흙 속 올망졸망 숨어 있는 생물체가신기해 땅거미가 내려앉은 지도 모르고 뻘 밭을 뒹굴다보면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한때의 꿈은 노을과 함께 사라지고… 유난히도 화창한 5월의 봄. 군산에서 비행장 방면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하제포구를 찾았다. 구불구불 펼쳐진 소담한오솔길에 들어서니 향긋한 봄바람이 봄날의 정취를 더했다.때마침 도착한 하제마을 어귀에는 봄나들이를 나온 듯한 가족들이 많다.그러나 하제포구는 예전 같지 않다. 몇몇 횟집과 물 빠진갯벌 위 곤히 잠든 어선이 지키고 있는 포구는 무거운 침묵으로 한적하다.한때 하제포구는 만선의 꿈을 실은 어부들의 노랫소리와뱃고동 소리가 끊이지 않을 만큼 번창했던 곳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드넓은 갯벌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로 어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지기시작하면서 바다로 나가는 길은 막혀 버렸다. 지금은 작은어선만이 간신히 출어하고 있다.하제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동민(57) 씨는 갯벌을 볼 때마다 한 쪽 가슴이 시리다.“새만금 산업 이전만 해도 이곳은 어느 포구 못지않게 번창했었어요. 새만금 개발 때문에 바다를 막고 난 뒤에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났죠. 겨우 남아 있는 사람들이야 횟집이나 운영하며 사는데 갈수록 손님이 줄어서 큰일이죠. 새만금 방조제가 개통되면 손님이 조금이나마 늘어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니 이곳도 이제 얼마 안 남았죠.”스러져가는 마을을 볼 때마다 그의 가슴은 타들어간다.포구 주민들에게 갯벌은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바다가막히고 갯벌이 제 기능을 잃으며 주민들은 삶에 대한 희망도함께 잃었다.하제포구를 돌아서는 길, 갯벌 위 무성하게 자란 붉은 칠면초와 갈대가 더욱 을씨년스럽다. 줄포만 갯벌의 우수성과 아름다움 다시 찾은 곳은 전북 부안. 지난 2월 1일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줄포만 갯벌을 보기 위해서다. 고즈넉한 마을을 끼고이어진 해안도로. 그 평온한 길을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짭쪼름한 바다냄새가 콧등을 스쳤다. ‘어머니의 젖살 냄새’라고 했던가.줄포만 갯벌이다. 멀리 한 무리 바닷새들이 눈에 들어온다.갯벌에 몸을 맡긴 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정겹다.갯벌 가까이에서 보니 갯벌 속 이름 모를 생명체들은 끊임없이 분주하다. 줄포만 갯벌이 이렇게 살아있음이 경이롭다.이곳은 전남 함평만, 충남 가로림만과 함께 우리나라 자연서식지로 유명하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323-8호인 황조롱이 등 41종의 바닷새를 비롯해 갈대, 칠면초 등 염생식물과칠게 같은 어패류가 살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길 줄포는 한때 서해의 4대항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번성했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 줄포항은 미곡 수탈을 위해 항만이구축됐고, 일본 자본에 의해 매립지를 넓히면서 군산항과 더불어 양대 항구로 발전했다. 지금도 줄포 해안 일대에는 당시의 건물들이 남아 씁쓸한 패망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이곳의 몰락과정은 하제포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해전 줄포 시가지의 침수방지를 위해 방조제를 쌓았고, 줄포항은 곧 자취를 감추게 된다. 비록 줄포항은 자취를 감췄지만줄포만 갯벌은 여전히 천혜의 경관을 보존하고 있는 중이다.특히 줄포만 갯벌은 지난 2월 1일, 자연 상태의 원시성을높이 평가받아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는 기쁨을 안았다. 때문에 이곳은 앞으로 국제적인 관심 속에서 보호받게 됐다. 이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했다는 것이다.더욱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지역주민이 기존부터 해오던 어업활동과 같은 갯벌이용 행위에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주민 김정욱(49) 씨는“갯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우리들 먹고 사는 문제는 전혀 없다. 오히려 갯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근처 쓰레기 매립장이 생태공원으로 바뀌고, 관광객들이 늘어났다”며“이게 바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김 씨의 말대로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길은 멀리 있지않다.문득 지난 5년 새 여의도의 21배나 되는 갯벌이 사라졌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이런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갯벌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체들과 이곳을 쉼터 삼는 철새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줄포만 갯벌 위로 번지는 붉은 노을이 오늘따라 더욱 쓸쓸해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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