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 다시 돌아온 잉어떼
관리자(2010-06-03 11:19:41)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다시 돌아온 잉어떼
덕진보 철거에 보답하는 전주천의 선물
-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달 4일 아침, 백제교 인근까지 거슬러 올라온 잉어 떼의힘찬 몸짓이 산책을 나선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잉어들은 전주천과 삼천이 합류하는금학보 일대에서 사는 녀석들이다. 이른 더위에 수온이 상승하자 산란을 하기 위해 예년보다보름 남짓 빨리 길을 나선 것이다. 물이 얕아 빛이 잘 들어 수온이 높고, 수초가 많고 산소가풍부한 곳을 찾아 백제교 인근까지 올라왔다.
죽음의 길, 생명의 길
잉어들이 산란을 하러 상류로 오르기시작한 것은 2008년, 덕진보가 철거된이후다. 3년째인 올해는 뉴스거리가 될정도로 많은 잉어 떼의 장관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산란을 하기 위해 돌에 부딪히고 바닥에 긁히면서도 힘차게 물을거슬러 오르는 잉어 떼의 모습에서 생명의 경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잉어 떼를보며 걷는 전주천변 길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덕진보가 헐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는 해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악취가 나던 곳이다. 원인은 200m 정도위쪽에서 전주천으로 흘러드는 건산천과 보 아래쪽에 퇴적된 오니층(유기물).오래전에 복개된 건산천의 수질이 너무나쁜데다가,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보아래에 쌓인 퇴적된 유기물이 부영양화되면서 플랑크톤이 크게 늘어나 물속의산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많은 예산을 들여 덕진보의 퇴적토를 준설해 왔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하천의 경사가 심하다보니 금방 퇴적토가 쌓이게 되어 물고기 떼죽음과 악취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철거를하고 싶어도 인근의 농지에 물을 대고있어서 불가능했다.
다시 삶을 꿈꾸다
다행히 인근 하가 지구가 택지로 개발되면서 농업용 보를 유지해야할 이유가사라지면서 2007년 말 총 사업비 9억원을 들여 50년 동안 단절된 물길이 이어지게 되었다. 복원 초기 호안석이 너무 크고 많아서 하천식생이 형성되지 않았고, 하천 바닥을 너무 긁어내 물고기와 수서곤충의 산란처와 서식지가 사라져 황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름철 큰물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물길이 잡혔다. 자갈과 모래가 쌓이면서 하중도가 형성되고, 하폭이 좁아진 곳에 물살이 부서지면서 빠르게 흐르는 여울이 만들어졌다. 달뿌리풀과 수초들도 하중도와 물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도 둥지를 틀었다.시민들이 물가에 심은 갯버들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여울을 좋아하는 물고기와 물이 깊고 정체된 곳을 좋아하는 물고기들의 왕래가 가능하면서 하천생태계도 더 안정되고 있다.
전주천에 남겨진 숙제
그렇다고 해서 이 일대가 자연성을 다 회복한 것은 아니다. 우선 잉어가 알을붙일 수 있는 수초나 갯버들이 부족하다. 10년 전에 공사를 마친 구간에 비해 돌로 쌓은 호안 주변의 물가나 하중도의 식생이 아직은 황량하다. 하천 생물의 산란처나 서식처 역할도 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하천 식생의 형성이 자연성 회복의 관건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하천생태계의 무법자 베스의 이동이다.덕진보가 헐리면서 잉어가 올라오는 것보다 더 빠르게 베스가 상류로 서식지를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삼천에 검토 중인 하천 둔치 내 도로(언더패스)다. 하천생태계의 다양성과 얼마 남지 않은 자연스런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서풀어야할 숙제다.
생(生)과 사(死)가 교차하는 곳, 4대강 공사 현장
시민들은 덕진보 철거와 잉어 떼의 회귀를 보며 4대강은 어찌 되는 것이냐고묻는다. 4대강 정비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과 반짝이는 여울, 강가의 갯버들과 하중도의 달뿌리풀군락을 들어내 골재를 생산하고, 댐이나 마찬가지인 큰 보를 만들어 물을 채우는 것이다. 덕진보 철거가 보여주듯이 보는 유기물이 쌓이게 해서물을 썩게 하고, 강을 오가는 물고기의 씨를 말릴 것이다. 하중도와 수변의 수초를 사라지게 만들어 철새들의 서식처를 없앨 것이다. 상수원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스스로 수질을 정화하는 자정 기능이 사라질 것이다. 4대강 공사 현장에 밤새불이 환하다. 그 곳 어디에선가 상류로 길을 잡지 못한 잉어 떼가, 산란 장소가사라져버린 잉어 떼가 온 몸이 상처투성이로 울고 있을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