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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헤어스타일
관리자(2010-06-03 11:19:55)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헤어스타일 나는 가끔 출가(出家)를 꿈꾸곤 한다. 우선은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다.그런데 저쪽에 계신 스님께서는 옹기 일을 수행의 수단으로 하고 싶다 한다. 어찌 옹기 일이 수행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더니 그릇 빚는 일이나 불 때는 일에 정신 집중을 해야 하니 좋은 공부가 될 거라는 거다.나는 아니라 했다. 옹기 일은 그냥 흙으로 그릇을 빚어 구워 팔아먹는 일일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신집중, 정신통일하면 오히려 이 일을 못할 거라고도 했다.정말 그렇다. 옹기 만드는 물레라는 것이 빙빙 도는 물건인데 거기에 정신을 집중하면 사람이 견뎌낼 수없는 것이다.딴생각하니까, 그러니까 삼삼한 여자생각하거나‘00새끼 00새끼’미운 놈 욕이나 하며 만드니까 견딜수 있지 괜히 물레의 원심력에 휘몰리다 보면 오히려 머리만 어지러울 뿐이다. 그러기에 건설현장에 많이 쓰여 있는‘혼을 담은 시공’어쩌고 하는 글귀를 보면 난 자꾸 멋쩍어진다.사람들이 옹구막에 구경 와서는 영화 <사랑과 영혼> 얘기하고“혼이 들어가야…”어쩌고저쩌고 하며 장인정신을 얘기할 때도 속으로 뜨끔해진다.에~ 옛날 사람인들 이 일을 그리 뽐내며 했을까? 물레의 원심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란 게 뻔한 건데 그뻔한 일을 가지고 무슨 우세가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옛날에는‘옹기백정’, ‘사기백정’하며 옹기장이들을 하대하지 않았던가.그저 먹고 살려고 그리고 괜히 저 혼자 좋아서 그냥저냥 옹기를 만들게 된 것이고 그러다 저 혼자 그게싫지 않아서 그냥 그릇을 빚었을 뿐이리라. 그러다 그 무수한 단순반복이 지겨워질 만할 때에도 지겹지만은않은 어떤 묘미가 있기에 한 생을 옹기장이로 보냈으리라.그러기에 나는 아직 출가(出家)를 못하고 있고, 그 스님의 가출(家出)를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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