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 |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_전주 사투리타령
관리자(2010-06-03 11:20:04)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_전주 사투리타령
걸쭉한 그 소리, 들을수록 구수하다
- 이병천 소설가
전주는 예부터 먹을 것이 넉넉한 풍요로운 고장이었습니다. 덕분에 일찍부터 문화와 예술, 학문과 종교가 발달했고, 판소리, 서화, 부채와 공예,한지에 콩나물국밥, 막걸리까지 소중한 문화자원을 남길 수 있었지요.그중에서도 판소리와 전주의 아름다운 유산 완판본 소설은 전라북도가‘이야기와 소리의 고장’이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자산입니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역의 찬란한 문화자원이 빛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이 그 원형을 이미 잃었거나 흔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잘 지켜지고 있는 듯히 보이는 판소리도 예가 아닙니다.전주의 멋을 알리고 위기에 처해있는 작가들이 뭉쳤습니다. ‘얘기보따리’란 명칭으로 뭉쳤습니다.소설가 이병천, 영화평론가 신귀백, 시인 문신, 극작가 최기우입니다.이번호부터 연재되는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는 전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에 이야기를 입히는 글입니다. 이른바 전주를 소재로한 스토리텔링 작업입니다.이들의‘이야기보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전주천의 다리, 막걸리, 경기전, 오목대, 한지 등이 재미있고 신명난 울림으로 독자들과 만날 것입니다.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단가나 판소리로 만들어져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겁니다.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첫 번째 주자는 소설가 이병천입니다.그가 우리 앞에 내놓는‘전주 사투리타령’을 만나보십시오.요즈음처럼 수상한 세월에 답답한 마음 툭 틔워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옛 시절의 판소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리)
전주 외악쪽을 싸드락싸드락 흘러가는 초포천, 거그 물왕멀우지으 살던 머시매 하나가, 인공 어간에 나라가 불러가꼬군대를 갔등가부더라.근디 야가 시골 고샅서 까마구를 보는 족족 무작무작 잡아처묵던 놈이라, 시번 늬번씩 갈쳐줘도 뺀나 들음서나 그 자리서 잊어뻔지기로 따진담사 중사 상사보담 휘낀 웃 계급이라. 그렁게로 거그자 땜시 웃지 못 할 이야그 한 토막쯤 어찌삼겨나지 않을 수 있었것느냐?소창(小唱)이 한번 일러보는디….
(진양)
들어라 이등병아 오늘 밤 암호(暗號)거니, 요걸 모를작시면목심 보장 못허느니라.암호는‘찰떡’이요 구호는‘열쇠’나니, 이 말 하나 새겨두면총 맞을 일 없으리로다.
(중모리)
밤 깊어 이슥헌디 이 날사말고 지랄맞게 야밤으 추적추적 비한질라 퍼부슬 적암호로 빚은 찰떡 코에 걸리고 눈으도 밸펴 물왕멀 이등병장개구녁을 파는고나.산 날멩이 참호 안으 숨죽이던 보초병사 우멍허니 기어옴서총부리 들이댐서인정 없고 싸가지 없이‘찰떡 찰떡’물어쌍게 이놈이 창졸간
으‘어짜올여?… 어짜올여?’
찰떡이란디?… 부침개 앙 기다.
찰떡이란디?… 쑥떡도 앙 기다.
찰떡이란디?… 김칫국 앙 기다.
찰떡이란디?… 개떡도 앙 기다.
개떡 쑥떡 송편 절편 모다들 앙 길작시먼, 대처나 기고 깅 것은 기양 걍 거시기냐?앙 기다고 허는 말쌈 둔너지고 자빠지고, 기여기여 허는 말쌈 어여 번뜻 솟구쳐라.고개 들고 찌웃짜웃, 눈뜨고는 까막까막. 지 아무리 용 써본들 워너니 생각나긋다.인드까장 없던 말쌈, 네동 네동 잊힌 말쌈. 봉창 뜯고 오것느냐, 새똥 빠져 오것느냐.
(아니리)
물어보는 암호가 찰떡이었응게 그만허였지, 만약으다가 곱창이나 순대 암뽕 삼겹살이었더라먼 볼만 힛것다마는, 그러다가 찌럭소 뒷발질허다 깨고락지 잡드끼 포도시 생각난 게하나 있었등가부더라.아따, 그려, 그렇고말고!…. 똑똑헌 내가 아까막새 혹시라도까먹으깜시 먼가 한나 끄적거려논 게 있었지? 그려, 나도 솔찬허다.딱 지 봉챙이며 개비를 뒨장험서 아이고 인자 살었구나 허고 안심을 헐 팜인디, 참말로 시망시럽고 오삭 약냑시럽고징허게 꼬꼽허구나. 어둡고 캄캄헌 디다가 비한질라 퍼부슨터라 종오때기가 젖어가꼬 영 알아먹덜 못허것구나.우리 물왕멀 이등병장이 부애나고, 뿔따구나고, 빈정상허고환장히가꼬, 아서라!… 씨잘데기없다. 나는 그저 뒈질란다.암시랑토 안혀!… 허고 있을 적으 참으로 아심찮고 아심찮게구호가 떠올랐던가부더라. 이놈이 냅다 외치기를!…. 그려!알었다. 쇳대다 쇳대!….
(진양)
아니다 이놈아. 쇳대 아니다. 열쇠니라!…. 보초병사 알짤없이 방아쇠를 땡겨뻔졌고나.어찌끄나!…. 거그자가 총을 탕탕 맞어가꼬 버끔 물고 자빠짐서 앙알앙알 히쌌는디,
(중모리)
쇳대도 긴디. 쇳대도 긴디!….염소가 맴생이요 맴생이가 염소 아니냐, 거위가 때까우요 때까우가 거위란다.서랍은 빼다지요 빼다지가 서랍이니, 쇳대가 열쇠 아닌 세상도 있드란 말이냐.쇳대가 대문이냐 쇳대가 도독놈이냐 쇳대가 인민군이냐 긔아니거든 때국놈이냐.말을 쪼까 혀보거라. 깜밥허고 누름밥도 가남을 못허는 천하으 느자구없는 새깽아!쇳대도 긴디. 쇳대도 긴디!….멘맛허먼 홍에좆이냐 답답허다 말을 허라. 저승가신 우리 한압씨 유언으로 냉긴 말쌈곳간 쇳대 잘 지켜라, 쇳대 간수 잘 허여라. 그게 바로 전주사람 아구똥헌 고집인디약무호남 시무국가라 칭허던 말 무심코나. 전주 말로 농사지어 만백성을 멕였으니깜보덜 말어라. 전주 사투리에 총 고누지마라. 거첩시 좆도모름서 탱자탱자 말어라.
(아니리)
허허허!…. 이게 다 인공 어간의 일이니 시방이사 어디 그럴일이나 있것느냐? 들을사록 따땃헌 말이 전주 사투리라고,만장허신 우리 강호 현자덜 모다들 알고 기실턴디, 그 뒤야뉘 알랴. 더질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