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 |
[문화시평] 창암 이삼만 전
관리자(2010-06-03 11:20:19)
창암 이삼만 전
국립전주박물관(4월 20일~6월 13일)
창암 이삼만, 그 이름이 무색하더라
- 김두경 서예가
철모르는 어린애가 하는 일이 아니고서야 무슨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하는 배경이나 필요성 또는 사업의 목표 등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개인의경우에도 그렇고 단체의 경우에도 그래야 되며 국가 기관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원래 계획이나 예상과 달리 진행되거나목적이나 의미가 다소 퇴색할 수도 있고 의외의 결과나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목적이나 목표가 분명하다면 예상된 결과나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많지 않다.
사업계획의 필요성
때로는 누가 보더라도 사업의 필요성은 절실한데 예산이부족하여 아쉬운 경우도 있고, 예산은 있어도 여러 가지 여건상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찌 사람이 하는일인데 변수가 없겠는가? 하지만 이런 변수가 있는 경우에도그 일을 하는 사람이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노력했다면 그 노력과 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고 또 그 결과에 대하여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노력했어도, 그 노력과 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수있고 또 그 결과에 대하여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도, 그것으로 사업 결과를 평가받기는 어려운 나라다. 그래서 분명한목표를 가진 사람이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사업을 하기 보다는 정산 선수를 만들고 보조금 사업 선수를 만들어 그 사람들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다.법은 법이니까 국비가 새지 않도록 이라는 명분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렇게 철저하다 못해 꽉 막힌 우리나라에서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너그럽다. 왜냐면 일이야 제대로 되건 말건 결과나 목표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어도 규정에 맞으니까.그렇다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이나 시도에 대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여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이런 것을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평가하여 인정해 주고 선수들에 의한 관행적 진행에 채찍을 주는 우리나라가 되어야한다.이런 전제하에 우리가 할 일은 노력하여 가능한 한 그런 변수를 줄여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이 어떤 사업을 할 경우에도 그 사업의필요성, 목적, 목표 등을 수없이 반복해서 생각하고 분명히 하여 시행하게 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국민의 세금을쓰는 보조 사업을 신청할 경우 사업목적, 배경, 필요성, 목표, 기대효과,파급효과 등을 한 사업에서 정산까지 다섯 번은 반복해서 써야만 세금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목표나 효과 등이 긍정적 결과로 나타나기보다는 규정에 맞추어 사업했는지가 더 중요하다.심지어 실제 결과나 미래야 어떻든 당장만 띄우고 보여주면 된다.
길 잃어버린 전시
그래서일까 어찌된 영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4월 20일부터 6월 13일까지 국립 전주 박물관 석전 기념실에서 기획전시하고 있는 <창암 이삼만 탄신 240주년 맞이 특별전>은광고와 달리 전시의 기획 의도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그 의도를 묻고 싶어지는 전시다.시내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나 초청장 등의 유인물을 살펴보면 창암 선생 탄신 240주년을 맞이하여 창암 선생을 재조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 가보면 이것은 아니라는 것을알게 될 뿐만 아니라 현수막이나 초청장과 너무 달라 실망까지 하게 된다.어떤 점에서 그런가 하면 조선의 명필 전북의 인물 창암 이삼만 탄신 240주년을 내세웠으면 작품을 연대별로 보여주던지, 년도 별로 정리가 안 됐으면 많이라도 보여주고 그것도 아니면 그야말로 대표작이라도 보여주었어야 할 텐데 이것도 아니다.전체 중에 겨우 한두 쪽 보여주고 마는 서첩 두어 개, 추사가 전면을 쓰고 창암이 해서로 후면을 쓴 탁본 두어 점, 기타 소품 서너 점을 전시해 놓고 창암 탄신 240주년을 운운하고 조선의 명필, 전북의 인물을 운운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식하다는 우리나라 정치꾼들조차도 웃을 일이다.여기에 전시실 조명은 유물 보존을 핑계로 너무 어두워 도대체 작품의 진위에 대한 것이나 지질과 먹색 등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느낌도 가질 수 없었다.만약 진심으로 유물 보존 문제 때문이라면 호암 미술관에서 전시된 동시대 인물 추사전시는 대단히 잘못된 전시가 된다. 조명이 작품을 최대로 아름답게감상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밝았으니까.이뿐만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전시실에 강암 선생님 작품과 석전 선생님 작품을 왜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가? 석전 기념실임을 알리기 위해 석전 작품이었다면 강암 작품이 있을 일 없고 전북 서맥의 흐름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면 누구의 작품이든 서맥의 흐름을 보여 주는 작품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으니 기획의도와 목표가 무척 궁금할밖에.전시공간이 좁아 연대별 정리는 엄두도 못 냈다 하더라도 대표작 몇 점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예산이 없어 대표작출품을 섭외하지 못했고 책자는 엄두도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있다. 하지만 절대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 정도 예산도 안됐더라면 아예기획하지 말았어야 했고, 이 정도 예산으로 기획해야만 했다면 차라리 시내에내걸은 현수막 비용 등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작품전시를 위한 작품섭외에전력을 다했어야 했다.그런데 오히려 보여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보러 오시라고 대대적 광고를 하고 학술 초청강의까지 했으니 포장이 내용을 우선하여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지 않은가?이것만이 아니다. 전시장에 가보면 어린이 감상 가이드가 있다. “바로 보고쉽게 이해하는 조선명필 전북인물 창암 이삼만”이라는 안내 인쇄물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이벤트성이 강한 안내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눈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서예가 어렵다구요? 창암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함께 감상해 보세요. 점점붓의 달인이 되어가는 나를 발견할 테니까요!”창암 선생 작품을 통해 무엇을 함께 감상해 보자는 것일까. 무엇을 어떻게하기에 금방 붓의 달인이 되어 갈 수 있을까. 안내 인쇄물을 함께 감상하며 인쇄물에 써진 대로 도전하여 붓의 달인에 응모만 하면 붓의 달인이 되는 걸까.지극히 찰나적이고 비교육적이며 무책임한 말이다. 아무리 체험활동으로 하는 것이라지만 체험 그 자체가 목표가 되고 돈벌이 수단이나 보여주기 식 시간때우기나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기획은 국립전주박물관기획 사업이 아니라 시정잡배 사업 선수나 하는 짓이다.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안되고, 창암 이삼만을 팔아서라면더더욱 안 된다. 제정신이라면 적어도 이런 체험을 통해서아이들에게 인물을 어떻게 알리고 어떤 교육 효과를 끌어낼수 있을지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콩나물시루에 물주기가 되어 물이 다 새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콩나물이자라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콩나물시루에 물주기가 아니라아무데나 물을 찌끄려 옷만 버리는 꼴이 된다.
이벤트성 전시가 아닌 창암에 대한 구체적인 조명 이뤄져야
다시 한 번 전체를 뒤돌아보자. 이번 전시의 목적, 목표 효과는 과연 무엇인가? 창암 선생의 예술세계를 재발견하고조선의 명필 전북의 인물로 거듭났는가? 아니면 어린이를위한 전북의 인물 알리기와 서예의 이해라는 목표가 달성되었는가?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눈으로 볼 때는 목표도 목적도 기대 효과도 없다. 시민들을 무시하여 제 발밑에두고 우롱하였다. 아무도 항의하거나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생각하여 제멋대로 이벤트성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였다.시민들을 속이고 헛걸음 하게 하였다. 요란한 초청장과 현수막으로 속이고 언론보도로 과장하여 또 한 번 속였다. 전북인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짓밟아 뭉갰다. 서예와 서예인 알기를 제발바닥으로 알고 적당히 관리하려 하였다.이번 기획전에 대한 예산이 얼마며 무엇에 어떻게 썼는지공개해야 한다. 사업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사업계획서를 공개해야 한다.지금까지 나는 이 전시에 대하여 잘못된 것을 대충 지적하였다. 원래 내가 전시평을 쓰겠다고 수락한 것은 이런 것들을 쓰고자 함이 아니었다. 240년 전에 태어난 창암을 통하여오늘을 사는 우리를 되돌아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길을 열어 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얻어 내고자 하였다. 그의 예술성을 부각시켜 전라북도의 가능성도 말하고 싶었다. 창암이 훌륭한 만큼 분명 이시대의 창암과 추사를 못 알아보는 잘못을범하고 있지는 않는지도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것도말할 수 없다. 무엇 때문인가?이사업을 기획한 선수의 답을 듣고 싶다.
김두경 1990년 전라북도 서예대전 대상과 대한민국 서예대전특선, 동아미술대전 특선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서예응용 문자조형 디자인 연구소 문자향 대표와 선비문하체험관 우리누리 관장으로 재임하며 서예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