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0.6 |
[문화시평] 드라마 < 동이> 를 보다
관리자(2010-06-03 11:20:30)
드라마 < 동이> 를 보다 사실(史實)과 사극(史劇)의 거리 서경숙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 요즘은 사극이 대세인 것 같다. 한때 광풍을 일으켰던 <대장금>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마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그래서인지 방송 제작자들은 사극의 새로운소재를 발굴하여 보다 흥미로운 연출을 시도하려 하고 시청자들은 이러한 작품을 시청하며 나름대로의 비평을 하기도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동이>는 천민 출신 무수리로 숙빈 자리에 오른 뒤,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올린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사극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동이가 궁중음악을 담당하는 기관인 장악원을 활동배경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드라마 속 <동이>는 조선 숙종(1674~1720)을 배경으로 오늘날 국립국악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장악원(掌樂院)에서 벌어지는사건을 부수적인 소재로 삼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극은 기본적으로 허구성을 지닌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극(史劇)은 어느 정도 사실(史實)에 부합된 내용이면 더욱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사극(史劇)은 사전에 역사적 검증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필자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느낀 몇 가지 사실(史實)과 다른 점이 있어 지적해 본다.첫째, 드라마의 내용 중에서 명성대비와 서인세력은 다시입궁하는 장옥정을 모함하여 축출하기 위한 계책으로‘음변(音變)사건’을 꾸민다. 서인세력들은 망국지음(亡國之音), 즉‘음악이 퇴폐하여 나라가 망할 징조’라 상소하여 장옥정을 몰아낼 호기로 삼는다. 중국의『한비자』십과편에 따르면‘망국지음’은 사연이라는 악사가‘신성백리’라는 음탕한 음악을 지어 은나라의 주왕에게 바쳤는데, 주왕은 이음악을 즐기며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지내다가 무왕에게 망하게 된데서 비롯되었다.음변사건의 또 다른 소재로 암염(巖鹽)이 나오는데, 조선초기 세종대왕은 아악을 정비하면서 율관(표준음을 정하기위해 만든 관)제작에 힘써 편경의 기준음을 고정하였다. 따라서 음변(音變)사건에서 암염(巖鹽)이 편경(編磬)의 재료인경석을 대체하여 음의 변화를 꾀하였다는 설정은 드라마의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암염(巖鹽)은 음을 내기에는 부적당한 재질이다.둘째, 드라마의 내용 중에서 숙종은 궁중연회에 참석하지못한 장옥정을 위로하기 위해 장악원의 악공들로 하여금 그녀 앞에서 연주하도록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중궁전과 대왕대비전을 위한 내연(內宴)에서의 연주는 앞을보지 못하는 남자들로 구성된 관현맹인(管絃盲人)들이 담당하였다. 이는 당시 악공과 악생은 여자가 없었기에 풍기문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장악원의 중추적인 역할은 악공과 악생이 담당하였는데, 이들의 신분은 세습되었다. 양인계층에서 선발된 악생은 제례악 연주를 담당한 반면에,천민출신의 악공은 연례악과 조회악의 향악이나 당악을 연주하였다. 따라서 드라마 내용 중 악공들이 장옥정 앞에서연주하는 것 역시 사실(史實)과 다르다.셋째, 궁중의 포청에 종사하는 인물이“갈까부다 갈까부다”를 판소리 창법으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음악사적으로 판소리의 발생시기는 조선후기 숙종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판소리가 궁중에서 불리는 것은철종(1849~1963) 때에나 가능하고 흥선대원군이 집정하던시절에 절정을 이룬다. 당시 천민신분이었던 소리광대들이임금 앞에서 소리하기 위해서‘가자’라는 명예벼슬을 제수하였다. 따라서 판소리 <춘향가> 중에 나오는 한 대목인‘갈까부다’를 당시 궁중에서 부른다는 것 또한 사실(史實)과 다르다.드라마 <동이>는 궁중의 장악원을 중심으로 주인공의활동 배경을 이끌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고 신선하다. 이러한 연출은 드라마의 재미와 더불어 전통음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우리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드라마라 할지라도 역사적 사실들을 별다른 근거나 검증 없이 지나치게 각색하는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음악사실(音樂史實)들을 왜곡할 수있다는 것을 한번쯤 숙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경숙 전북대학교 음악학과와 동대학원 한국음악학과를졸업해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로 재임 중이다. 저서로는 전라북도 향토민속예술발굴총서1 『전북의 민요마을』, 전라북도『전라북도 농악 민요 만가』,전북도립국악원『가야금병창』등이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