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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 |
[문화현장] 잃어버린 장날의 축제
관리자(2010-07-05 13:35:39)
잃어버린 장날의 축제 (6월 5일~7월 18일)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삶과 문화가 함께 하는 특별한 박물관 들녘의 모든 길들, 정미소로 이어지던 시절/ 멍석만한 크기로 날아오던 참새떼와/ 앞마당에 넘치던 나락 냄새, 말들의 울음소리/ 청춘의 팔뚝의꿈틀거리는 힘줄의 물줄기를/ 내가 노래하려는 것은 아니라네/ 정미소는, 숨가쁘게 달려왔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늙은 혁명가(안도현, 「정미소가 있는 풍경」중에서) 옛 장터의 향수를 떠올리며 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마령 계남마을은 평범한산간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이곳의 마을입구에는 특별한(?) 정미소가 하나있다. 평범하다 못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 그러나 한번 보면 잊히지않는 곳. 바로‘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이다.6월의 어느 날,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계남정미소’를 찾았다. 지난 6월 13일 이곳에서 열린 <잃어버린 장날의 축제> 전을 보기 위해서다. 산과들이 한가로이 펼쳐진 길을 따라가 보니, 어느새 마을입구. 그곳에 우두커니 자리한 정미소 하나가 눈에 띈다. 조그만 건물과 투박한 기계들 그리고옛 추억이 담긴 흑백사진까지. 이곳에 있다 보면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이번 전시는 옛 장날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장 곳곳에는 1920년대와 8~90년대 장터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즐비해있다. 그 중에는 전주 출신의 사진작가 이용원 씨의 작품도 상당수 선보여졌다.흑백사진 속 장터에는 그때 그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수년전만 해도 재래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을이 들썩이곤 했다. 이날은 늦장을 부리는 법도 없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새벽밥을 먹으며 장 나들이에 나섰다. 당시 사람들에게 장날은 축제이자 유일한일탈의 장소였기 때문이다.그러나 농촌 경제가 기울고, 시장의 형태가 무너지며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현대 문명에 밀려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재래시장과 정미소.그 아픔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시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지연 대표(64.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는“옛 장터의 모습을 담담히 풀어냄으로써 재래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의 삶과 함께 하는 공동체박물관 그에게‘정미소’는 잊히지 않는 추억의 공간이다. 어릴 적,할머니 손을 잡고 찾은 정미소는 하얀 쌀이 펑펑 나오는 신비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정미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을 대표했던 정미소가 경제적 효용성에 밀려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한때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정미소의 사라짐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1999년부터 정미소 기록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어느새500여 개의 정미소가 그의 사진에 담겼다.“처음엔 사라져가는 정미소가 안타까워 무작정 사진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죠. 그렇게 7~8년 동안 500여 곳의 정미소를 사진에 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정미소를 사진으로만 남길게 아니라 직접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정미소 구입에 몰두, 지난 2005년에 이곳‘계남정미소’를 사들였다.“이곳이 마을 공통의 경험과 기억을 나눌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되길 희망하죠. 단순히 전시공간이 아닌 마을 주민과 함께 하는 공동체박물관이 되기를 바랍니다.”때문에 이름도‘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로 붙였다.‘계남정미소’를 꾸린지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처음이곳에‘계남정미소’를 꾸렸을 때만 해도 마을주민은 낯선이의 등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이 시골에, 여자 혼자,박물관을 만든다?’모두들 그의 행동이 의아할 뿐이었다.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혼자 힘으로 정미소를 개조했다.비록 아등바등 시작한 일이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그의‘정미소’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처음엔 이상한 사람 취급당했지요. 이런 시골에서 여자혼자 박물관을 만든다고 하니…. 그런데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한 전시도 열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하면서 자꾸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드니 마음을 열더군요.”이제는 그가 없어도 마을주민들이 대신‘계남정미소’를 지키고 돌봐준다. 또한 한가로운 오후에는 삼삼오오 나들이를오기도 한다. 옛 정미소를 찾듯이.이제 그는 단 한 가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제2,제3의‘계남정미소’가 생기는 것.“ 꼭‘계남정미소’란 이름이 아니어도, 이와 유사한 형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만문화예술소외지역인 시골마을의 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고예술을 즐길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 곳곳에 퍼지기를 기대합니다.”어느덧 예순을 넘긴 나이. 그러나 그의 시작은 지금부터다.그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이 또 다시 힘찬 걸음을 내딛는순간이다.전시는 7월 1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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