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 |
[문화시평] 한국미술의 名장면-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전
관리자(2010-07-05 13:36:40)
한국미술의 名장면-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전
전북도립미술관(6월 11일~7월 18일)
한국 근현대미술의 단면
-김선태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이번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미술의 명장면>전은 그간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전>으로 국내외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한국화의 전개과정과 서양화의 도입과 정착단계를 구상, 반구상,추상의 경향을 보여주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양상을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근현대미술사에중요한 업적을 남긴 작가들의 근원적 예술세계를 살펴봄과 동시에 일반인들의 근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전시에 출품된 작품을 토대로 근대미술을 되짚어 보고 현대미술의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고자한다.
근대 한국수묵과 채색화의 발전과정
근대 한국수묵과 채색화는 조선왕조말기의 천재화가 장승업의 화풍을 이은 조석진과 안중식에서 비롯된다. 안중식의 산수가 보여주는 복고적인 성격, 길상적 성격이 강한 조석진의 회화, 그리고 문인취향을 반영하는 김영기과 이도영 등은 왕조 말기의 화단을주도한 관념성과 상징성을 드러낸다.이러한 화풍은 서화미술회의 제자들을통해 20세기 초반 수묵과 채색화단의한 축을 형성하는 화풍으로 자리매김한다.일본의 조선통치와 더불어 유입되기시작한 일본 화풍은 우리의 전통 수묵과 채색화단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서화미술회 동문으로 결성된 동연사(同硏社) 동인들은 자신들이 실제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을 대상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이전 시기의 산수화가 한 폭의 그림 속에 자연의 모든이치를 포괄할 수 있는 총체적이며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고 한다면, 이제 화가들은 이상범의 <초하>에서처럼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의 일부를 사생에 근거해 화면에 담아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관념에서 현실로 눈 돌린 것으로써 이시기변화된 작가들의 의식을 반영한다. 여기에 변관식은 농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을 추구하면서 조선 후기 정선과 김홍도의 실경산수의 맥을 이어갔다.
한국의 서양화, 혼란과 혼돈 속 정체성을 찾다
한국화에 비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양화’를 배운 화가로는 1910년(혹은 1911년) 일본 동경미술학교에입학한 고희동이 기록된다. 그 이후1920년대 중반에 이르러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공부한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대체로 일본은 한국인이 양화를 접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즉한국 유화의 시작은 일본이 이해한 서구를 다시 한국에서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는 이중적 과제에 놓여있었다.일본 유학파로 시작된 한국 근대 서양화는 주로 나의 가족, 주변의 사물과풍경에 대한 작가의 인식과 더불어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발현된다. 이러한 소재에 충실한 화가로 도상봉 <Y양>, 김인승 <화실 영희>, 박영선 <샹젤리에>, 박득순 <성루풍경>, 윤중식 등이 있으며,이중에서 윤중식의 <무등산>은 야수파적인 색채로 자연을 재해석한 조형성이 강조된다.이처럼 급격하게 밀려들어오는 근대의 산물을 적극적으로 소재화 하든지아니면 전통의 소재에 충실하면서 동양적인 미감을 개발하든지 하는 등의선택이 화가들의 손에 맡겨졌다. 서구에서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오랜시간에 걸쳐 형성된 다양한 유파들-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야수파, 표현주의 등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수용하는 문제도 근대기 화가에게 맡겨진 과제였다.해방이 되고 전쟁을 경험한 이후에이르러서야 한국의 서양화는 동시대의국제적인 조류를 직접적으로 대면할기회와 여유를 갖게 되었다. 1950년대후반 한국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상화의 조류는 서구의‘서정적 추상화’의 경향들과 병행하는 움직임이었다. 여기에 주로 김환기 <Untitled>,한묵 <공간>, 유영국 <Work>, 정점식<무제>의 추상표현주의가 돋보이며,김환기는 자연에서 출발하여 점진적으로 구상 추상의 방법을 보여주며, 해방이후 다시 자연주의적 내용으로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산, 달, 매화, 사슴,항아리 등과 같은 한국 고유의 정서의이미지를 소재화 하여 한국추상회화의선구자로서 입지를 다지며, 파리와 뉴욕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정점식은 앵포르멜(비정형회화로 마티에르, 질감을 중요시함) 계열로 타시즘(얼룩, 흔적)회화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김흥수는 추상과 구상을 한 화면에동시에 보여주는 하모니즘으로 변모하게 된다.이렇듯 근대기 한국의 서양화는 정치적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새로움에 대한 충격을 소화하고, 자기정체성을 확립해가며, 더 넓어진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제1회 국전에 (국전은 조선미술전람회를 모방한 것으로 지금의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전신)대통령상을 수산한류경채는 색면 추상 <89-3>으로 변화되며, 권옥연 <풍경>은 추상과 구상을 아우르는 서정적인 작품을 일구어낸다.주로 1950년대의 추상표현주의의앵포르멜 미술은 초보적 단계라기보다는 시대적 상황과 서구의 입체주의에서 기하학적 추상미술로 이어지는 경향과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서 동양의예술관 사이의 갈등의 해결로 나타난독특한 양식으로 그들 나름대로의 표현형식을 통하여 개성 있는 조형적인특성과 무의식의 세계를 나타내었다.그들의 공통점은 극한 상황 속에서생존의 의미를 묻고 인간의 본질성과현실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며,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어두운 현실, 현실적인 우울, 시대가 잃어버린 정신적인내용을 찾아서 원초적 생명력이라는발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앵포르멜 회화는 우선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의 체험과 내면적인 세계를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근대에서 현대로의 변화
그런 가운데 한국추상회화의 양식을 굳이 분류한다면, 해석하는 방식에따라 약간의 차이는 보이나 <행위와유희>, <색 면과 빛>, <공간과 물성>,<반복과 구조> 등으로 구분지어 볼 수있다.<행위와 유희>는 격정적인 표현추상에 감화를 받은 작가 군과 후기 표현적인 추상을 지향하는 작가들로 이루어졌으며, 여기에 속하는 작가로는 윤명로 <얼래짓>, 송수남 <붓의 놀림>,이두식 <잔칫날>, 이건용 <신체드로잉 76-2-07-02>의 작품을 예로 들수 있다.<색면과 빛>은 일련의 색면 추상의작가들과 특별히 빛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빛이 지닌 계시적인 감흥을 작품속에 원용하려는 경우와 빛의 순수함을 명백하게 드러내는데 집중하는 경우를 엿볼 수 있다. 김형대 <후광 88-8>과 하인두의 <혼불. 빛의 회오리>,하동철의 <빛>, 이승조의 <핵>이 여기에 속한다.<공간과 물성>질료적 물성을 탐구하는 작가들로는 박서보 <묘법>, 정상화 <무제 05-9-5>, 하종현 <접합88-07>, 유휴열 <생놀이> 등이며 이들은 주로 혼합재료 사용하여 화면의마티에르(질감)를 구축한다. 이에 반해주로 한지를 소재로 작업하는 원문자<사유공간>, 전광영 <Aggregation03-S138>, 함섭 <신명 92104>, 한영섭 <관계 9309> 등은, 최근 모든 미술장르에 걸쳐 한지에 대한 애정과 쓰임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착과관심이 고조되어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성, 한국적인 그림을구현하기 위한 노력, 또는 우리만의미의식과 양식을 그 같은 작업을 통해증명시켜 보일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들이 아닌가싶다.마지막으로 <반복과 구조>는 우리의 추상 미술에 분포되는 특이한 현상으로서 특히 단색파의 패턴화와 구조로서의 평면을 의식한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서구 추상회화와 마찬가지로한국추상회화의 양식도 미니멀니즘(최소한의 조형성-점·선·면) 기점으로모두 다 완성되어 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미니멀니즘 혹은 모노파(단색화)에 속하는 작가군으로는 정창섭 <묵고No 21605>, 권영우 <무제>, 김창렬 <물방울>, 표승현 <작품 79-1>, 서승원 <동시성 20-21>, 이강소 <무제95053>, 최명영 <평면조건 8525> 등이 있으며, 이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존재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우환 <Correspondence>이 모노파의대표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더이상의 추상회화는 미니멀니즘을 끝으로 답보상태에 있으며, 그 대안으로 포스트모던(미술에서 서구의 모더니즘양식이 종말을 고하고 과거와 현재가절충된 양식)이라는 양식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포스트모던 계열의 작가로는 이왈종<[제주생활의 중도>, 이만익<탑-전전사지 3층 석탑>, 전수천 <신화>, 한만영의 <Reproduction ofTime>, 조덕현의 <20C의 추억>, 사석원의 <보름달>, 김병종 <생명의 노래. 숲에서> 등이 있다.세계 미술조류의 흐름 속에서 모더니즘의 종말과 함께 1980년대 한국현대미술 상황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대안을 제시하면서 그 맥을 같이 하지만, 서구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민중미술과의 극심한 대립 양상은 과연 미술이 순수냐 참여냐의 대명제하에 서로의 이론적 담론을 제시하면서 마치해방공간(1945~1950년)의 이념적 대치 상황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한국적 정치 상황(광주 민주화운동)과 맞물려 미술인들은 진지한 고민과 함께 리얼리즘 계열의 민중미술의 작가 군이주목을 받게 된다.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은 순수로 포장된 미술을 거부하는 모임인 <현실과 발언>을 통하여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기에이른다. 그 대표적인 작가로 목판화의오윤 <바람부는 곳>, 한지 부조작업의임옥상 <귀로>, 김정헌의 <김씨의 정월 대보름>, 초현실주의 기법(몽타주기법)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보여준 신학철 <한국근대사. VI> 등이 있으며,오지리 마을을 배경으로 농촌의 처한현실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한이종구의 <부부>, 탄광촌을 배경으로노동자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 준 황재형의 <선산부>는 리얼리즘 회화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1980년대의 광주의 상징적인 존재와 같았던 홍성담의 <고풀이>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온 작가이다.특히 주목할 대목은 80년대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은 민주화라는 대명제가 상실된 가운데 그 화두를 환경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느낌이 강하고, 각종아트페어에서 작품 판매의 측면에서보자면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회화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에어브러시 작업을 통하여 초현실적인 아우라를 보여주는 이석주의 <창>과 실제 모래를 사용하여 벽돌의 색감과 질감을 표현하는 김강용의 <현실+상>과 한운성의 <쌍매듭>이 여기에 속한다. 이제 21세기 한국 미술의 현주소는 세계적인 추세와 마찬가지로 모든장르의 양상이 고루 나타나면서 어떤특정한 이념이나 흐름을 짚어보기란난해하지만 영상 미술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국제적인 아트페어와 비엔날레가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작가들이 소개되고 자본주의적 미술시장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김선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서양화전공)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부터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그 동안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저서로는『유화인물화 기법』(재원)과 미술평론집『형형색색1·2』(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현재 예원예술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에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