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 |
[문화시평] 전주시립합창단 제100회 기념연주회
관리자(2010-07-05 13:36:56)
전주시립합창단 제100회 기념연주회
전북대삼성문화회관(6월 10일)
6월의 아픔을 노래하다
- 신윤정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지난 6월 10일, 전북대삼성문화회관대극장에서 초여름 밤의 운치를 더한 감미로운 하모니의 향연이 펼쳐졌다. 전주시립합창단의 <제100회 기념 정기연주회>이다. 제 100회 연주회를 맞는 전주시립합창단은 그동안 애정을 가져온 전주시민의 박수와 격려에 감사하며 그 기쁨을 서로 나누고자 순천시립합창단을 초대하여 함께 연주회를 마련하였다. 김인재 상임지휘자는“전주시립합창단이 100회 기념 공연을 열 수 있었던 데에는이전에 전주시립합창단을 창단하고, 이끌어 온 천길향, 김성지, 구천 선생님의 공과 함께 단원들의 땀과 노력이 합쳐진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공연의 테마는‘6월,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이기에 이날 전주시립합창단은 각각 다른 주제를 지닌 세 개의 작품을 통해 각각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연에 앞서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 목적과 의미는 전주시립합창단에게 6월은 특별하지만 천안함 사고와 한국전쟁60년이 되는 해이며,올해 한일 합방 100년이 되는 아픈 해 로 보고, 6월 항쟁의 아픔을 지닌 달이라서 이번 연주가 아픔을‘위로’하고, 슬픔을‘격려’하며, 기쁨을‘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했다.
6월의 아픔을 기리다
첫 번째 곡인 <Agnus Dei - 아뉴스데이>는 20세기 천재 작곡자라 불리는 새뮤얼 바버(Samuel Barber1910~1981)의 작품이다. 이곡은 한국전쟁 때 전사한 이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선보여진 것이라고 말했다.이 작품의 배경이 된 원작은 현악4중주곡 작품번호 11번 중 느린 악장을독립된 음악으로 다시 편성한‘Adagiofor Strings(현을 위한 아다지오)’이다. 이 곡을 작곡자는 다시 일반통상미사곡 중 일부인‘아뉴스 데이’가사를 붙여 합창곡으로 재편성 한 곡이다.이 곡은 영화 <플래툰>(오리버 스톤)에서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마지막 장면에 흐르며 더욱 유명해졌고얼룩진 전장에서의 병사의 고통과 전쟁의 참상을 알고 한국전쟁의 아픔을6월에 위로하고 위로받는 자리로 마련하였다 한다. 두 번째 곡은 이고르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Symphony of Psalms -시편 교향곡>이다. 이곡은 우리가 만들어갈 평화와 안식을 전해주려 했다.이곡의 작곡가는 조국 러시아에서부터스위스와 프랑스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오랜 망명으로 다양한 변화의연속이었다. 특히 그는 <시편 교향곡>을 통해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고 이 작품에대하여 그는‘불특정 다수들이 함께모여 각자의 개인적 고백을 동시에 부르는 노래’라 했다. 세 번째 곡은 레오나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1918~ 1990)의 <Chichster Psalms- 치체스터 시편>으로 구약성서에 있는 150편의 시편 중 여섯 편을 선택하고, 두 편씩을 묶어서 3악장으로 편성된 곡이다. 합창단은 이곡을 통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의 메시지를 전하려했다. 이곡의 3막에서 마지막 6마디 코랄에서는 전체악장을 함축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모두가 한 가족처럼 연합하여 동거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는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을 선택하는 우매한 아이러니를 오직 인간의 음성으로만 울려 퍼지는 무반주 코랄로되어졌다. 지휘자는 이곡을 시민들이아름다운 하모니를 통해 마음을 위로받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라 했다.
예술단에 대한 실질적 정책의 필요성
전주시립합창단은 1966년 6월 천길량 교수에 의한 창단연주가 시발점이되어, 1984년 10월 17일에 제2대 김성지 교수에 의해 전문합창단으로 거듭난 후 전북지역의 합창음악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으며, 2000년 이후부터 구천 지휘자가 합창단을 이끌었다.현 지휘자 김인재 씨는 2008년부터새로운 공연 개발과 순수합창음악으로대중과 호흡하며 전북음악에 기여하고있다. 지난 40여 년간 정기연주회,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음악회등 연 50여회의 공연을 통해 전주시민과 함께 호흡해온 전주시립합창단이이번 100회 연주회는 전주시민들과함께 그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자 마련하는 자리였다올해로 2년째 전주시립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김인재씨는 부드럽지만 진중하며, 단원들과의‘소통’을 중시 여길 정도로 편안하고 따뜻한 이라 한다.그는‘찾아가는음악회’,‘ 청소년을위한 음악회 ’등의 공연을 통해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합창곡의 선곡과구성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번공연도 지방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곡을 선곡하여 수준 높은 곡을 선사했다.그러나 아쉬운 면도 있다. 뜻 깊은제100회를 맞는 연주회가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조국을 위해 희생한 넋을 기리고 조국의 평화를 기원하며 100회의 기쁨을나누는 음악회가 아쉬움을 가지는 것은 일반시민에게 가까이 가지 못해서다. 우리 작곡가의 음악과 우리나라 노래가 들렸다면 6월의 노래가 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음악회의 선곡에서 나타난 라틴어와 히브리어는 일반시민에게는 보지도 듣지도못한 고어이다. 연주회장 한편에 합창곡의 한글번역문이 제공되었다면 관객의 이해와 감상이 한층 더 좋았을것이다.전주시는 타 시에 비해 예술단 지원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조속히시정되어야 하며 예술이 가져다주는정신적 풍요가 질 높은 삶에 크게 이바지함을 전주시가 알았으면 한다. 적은예산으로 합창단을 꾸리는 일은 결코쉽지 않다. 엘렉톤(Electone)은 전자신디사이져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내어준다. 지휘자의 선택이 예산문제로 엘렉톤을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새로운시도였는지 알 수는 없으나 합창단보다 훨씬 앞에서 스피커로 나오는 전자음은 자연스런 합창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연주회에서 선곡된작품의 작곡가도 아마 자신의 곡이 전자음악으로 연주되어지게 될 거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예향의 고장인 전주에서 국악의 활성화는 바람직하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합창단과 교향악단의 비효율적 운영과 어려운 살림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주시립합창단은타 지역에 비해 적은 수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단원 34명으로 구성된합창단은 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곡의 선택 폭도 좁아지고, 다른 합창단과협연할 기회가 줄어드니, 지명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연주회도제100회 기념음악회가 전주시립합창단의 단독 공연을 치루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이다. 전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함께한 순천시립합창단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예향의 고장’을 표방하는 전주가 진정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문화예술발전에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00회를 기점으로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며…
다른 한편으로 음악적 관점에서 보자면 전주시립합창단의 기량은 꼭 예산과 연결 지어 말할 수는 없다. 소리의 테크닉과 음악적 해석은 단원의 노력과 지휘자의 역량에 있고 연주곡의선곡은 반드시 합창단의 기량에 맞추어야 하며, 합창단은 최고의 연주와 최선의 노력이 그들의 연주에서 느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주회에서 느낀점은 별다른 감동이 없었다. 단원들의열정도 부족하였고 소리의 밀도도 약했다. 이는 노래에서 들리는 자신 없는첫음(attack)과 정확히 일치되지 못하는 화음, 부족한 음높이, 외성과 내성의 음의 세기와 음색의 부족은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단원의 수가 부족하다고 울림소리가 작지만은 않다.이번 공연에서 나타났듯이 60여명이 넘는 두 합창단이 부른 소리가 결코크게 들리거나 감동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칭찬 일색 보다는 쓴 소리도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두 합창단의 통합연습이 부족하거나 당일 리허설만으로무대에 올라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한다. 그래서 더더욱 단원들의 집중도와 지휘자의 음악이 곡에 나타나야한다. 이번 공연에는 앞서 언급했던 순천시립합창단 그리고 광주 타악기 앙상블인 카운터, 전문 엘렉톤 연주자 사쿠라이 유키호 씨와 카운터테너 이희상 씨가 함께 참여해 더욱 풍성한 공연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론 음악회 내내굳이 어려운 예산에 카운터 테너를 불렀어야하나 생각해 봤다. 그의 짧은 독창에서는 자연스런 레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음색이 곡에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단원들 중에서 했어도충분하게 소화할 수 있는 곡이다.학구적이고 진지한 합창지휘자 김인재씨가 부임하여 맞은 전주시립합창단제100회 기념 정기음악회는 위로와격려 그리고 기쁨을 주제로 다루었다.극장을 가득 메운 객석은 전주시민의사랑과 기대가 그대로 반영되어 보였다. 이를 기억하여 전주시립합창단은전주시민의 아낌없는 후원과 사랑으로세계적 합창단으로 발전하고 변화된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신윤정 이태리 파비아음악원과 밀라노음악학교를 졸업했다.이후 아레나음악원 지휘자 과정을 졸업, 현재는 예원예술대학교 공연·음악학부 뮤지컬 전공 교수로 재임 중이다. 또한 전북이태리음악연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