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 |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관리자(2010-07-05 13:37:17)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아이들은 병든다
- 이현근 임실지사초등학교 수석교사
유별난 대한민국의‘맹모’들 -빗나간 욕망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은 자식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꼭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말에서 나왔다. 이 말은 이시대를 사는 부모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된다. 대한민국에 모든 부모들이‘맹모’이겠지만 특히 더 유별난 맹모들이 강남의 맹모를 비롯하여 남한산의 맹모들일 것이다. 이 둘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먼저 공통점은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꼭 그 지역으로 이사를가야하는 부모들로 인해 두 지역 모두 가격 차이는 있지만집값이 올랐다. 한 지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높은 지역이다. 그리고 여럿의 차이점이 있겠지만 두 지역의차이 중에 하나는 부모들의 교육관의 차이일 것이다. 하나는사교육을 통한 좋은 학교를 목적으로 한다면 또 다른 하나는자연과 함께 키우고 싶고 아들딸들의 선택을 중요시 하고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두 지역의 이런모습은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로서의 기본적인 욕망에서 나왔다.
교육, 경쟁이 아닌 꿈을 키워야
농촌지역의 학부모들도 강남지역이나 남한산지역 못지않게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 이들도 도시의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다. 자녀들의 학력과 인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한다.“요즘 기분이 아주 좋아요.”바쁜 일에도 학교 일을 도와주시는 학부모회를 대표하는 은서 어머니의 말이다. 요즘은 선거철이라 아주 바쁘단다. 선거 끝나고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요즘은힘들다는생각이안든단다. 그이유를물으니.“ 우리딸이 내가 초등학교 때 꿈꾸었던 모든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맞아서 기분이 좋아요.”중간시험에서 은서가 시험을 잘 봤는데 학창 시절 본인이 못 해봤던 것을 딸이 성취하는 것을보고 힘이 난단다.“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이니 마음이 편해지며 학교에 믿음이 가요.”지사초등학교에서 제일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로 알려진 준원이 어머니가 지방선거가 끝나고 학교에 와서 한 이야기다. 바쁜 선거로부터 빠져나와 이제 한숨 돌리며 선생님들께 고마움을 표하시기 위해서 들렀단다. 도시지역 학부모 못지않은 교육열로 때로는 선생님에게 부담이 되셨던 학부모가 한 이야기라 더 의미가 있게 느껴졌다.이 밖에도 일곱 남매를 키우시며 언제나 친절하신 슬비 어머니, 골프하는 아들 뒷바라지에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은덕규 어머니, 요즘 남원으로 새로운 배움을 위해서 다니시기에 마주 오는 차 속에서 인사하는 다운이 어머니, 6학년 때도 담임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안 들어 주어서 그런지 요즘학교에 뜸하시지만 자녀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싶은 예림이 어머니, 타지에서 공부하는 두 딸 뒷바라지로 힘들지만얼굴에 힘든 내색 하지 않으시며 웃으시는 세운이 어머니,영특한 딸과 비교되는 아들이 안쓰러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모습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용우 어머니, 트럭 몰고 대학생 딸이 보던 책을 학교에 기증하겠다며 땀 흘리며 들고 오시는 모습에서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함께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닮고 싶은 수정이 어머니, 어릴 때부터 들여진 습관이 중요하고, 학교에서 하는 공부 못지않게엄마의 열정으로 아이들이 커간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자녀교육에서 앞서 나가시는 준원이 어머니….이 분들은 비록 생업에 얽매여 있어서 맹모처럼 이사를 가지를 못하나 자녀 교육 열정은 맹모나 강남, 남한산의 부모들못지않은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사초의 6학년 학생들의 어머니들이다. 자식들이 공부 잘하고 성품 좋은 아이들로커가는 소망을 가지고 땀 흘리는 이 시대의 부모들이다.시대에 따라 교육 정책은 달라진다. 요즘은 수월성 교육을강조하고, 경쟁을 강조한다. 경쟁을 하면서 서로 성장하기를바라는 정책임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 경쟁으로 인해 일찍 학업과 담쌓는 일이 생기며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그행복을 위해 학교를 선택하고, 이사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나는 가끔 지사의 학부모들을 보며 30여 년 전의 내 부모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고장(임실)에 사는 사람 중 대부분의사람이 그렇겠지만 아버지·어머니께서는 태어나서 평생을이 고장을 떠나지 않으신 분들이시다. 오남매를 키우기 위해농사일과 남의 집 고치는 일로 생업을 이어오신 분이시다.주어진 여건에서 자식을 교육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땀을흘리신 분이라 나는 알고 있다. 6·2 선거하는 날,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누굴 찍어야 하냐?”아버지께서는 6·2 지방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교육감은 누구를 찍어야 하냐고 계속 물으셨다.왜 그러시냐고 물으니“손자·손녀가 다니는 학교 교육을 이끌 사람이니 잘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하신다.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께서 이런 부모의 마음과 할아버지·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소망한다. 지자체에 사는사람들이 지역사회학교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가꾸고, 만들어서 그 행복을 누리게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길 소망한다. 이 소망은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교사로서 그리고 지역사회인(시민)으로서 가지는 소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