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0.7 |
[저널초점] ‘길’의 재발견-예향천리 전북의 마실길 2
관리자(2010-07-05 13:40:18)
‘길’의 재발견-예향천리 전북의 마실길 보고, 읽고, 마음에 담는 길 - 이경민 전북생명의숲 “대한민국은‘걷기’와 사랑에 빠졌다!” 한 일간지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걷기와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실로 요즘 우리나라는 많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 부처마다‘걷는 길’을 만드느라 바쁘다. 왜 이렇게 우리는 걷는 길에 열광하게 되었을까?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유희적인 관광과는 남다른 여행과 여행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웰빙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여행은 단지 즐기고 오는 것뿐만 아니라 눈이 즐거운 경관적인 즐거움은 기본이요, 문화적 충족과 내면의 성찰을 통한 자아의 재충전까지 함께 추구해야하는 지극히 인문적인 욕구가 발생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낯선 곳을 알고, 보고 오지만 점차그 곳을 기억하기보다 여행을 하면서 겪은 과정들과 낯선 곳에서의 감정의 내러티브를 기억하면서 회상하곤 한다. ‘길’에도 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 본래 길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있게 땅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옮기는 그 과정에 있는 것이 바로 길이다. 여행의 의미가 확장되고 욕구가 다양해지듯이‘길’이 주는 의미도 변화했다.단순히 일정 공간이 아니라 그 길이 생긴 이유나,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위에 발자국이 되어 남아 있게 된것이다. 사람들은 길 위의 발자취에서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문화를 보고 싶어 한다.전북생명의숲은 6년째‘둘레산·둘레강 잇기’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은 전주지역의 산림생태축을 돌면서 그 길에 숨어 있는 한 역사적, 문화적 자취를 재발견하는 산행으로 많은 전주시민이 참가하고 있다.‘ 둘레산’,‘ 둘레길’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2005년도에 전북과 대전, 태백생명의숲이 각 지역에서 함께 시작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월 한 차례 진행하고 있다. 산을 오르고 정복하는산행이 아니라 손쉬운 산행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굳이 역사문화의 케케묵은 이야기까지 듣고 싶지 않다는사람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묵묵히 그길들을 걸으면서 그 안의 이야기와 역사들을 재발견하며, 도시의 급격한 팽창으로 훼손된 생태축 연결의 중요성까지 알리는 일들을 진행해 왔다.2005년, 환경단체인 지리산생명연대가 주축이 되어 생명의숲과 같은 이름과 성격으로 시작한 걷는 길이‘지리산 둘레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생태역사문화 관찰로 조사 및기본계획수립’,‘ 환지리산트레일조성현장적용설계공법개발 연구’만 꼬박 3년을 한 끝에 2007년 첫 구간을 열었다.상부의 지침과 유행을 서둘러 따라가려고 겨우 몇 달의 연구용역 결과를 가지고 길을 내는 지자체의 모습과는 너무도 판이하다.“제주의 소로와 흙길은 건물이 들어서거나 아스팔트 깔린 차도로 확장되면서 파헤쳐지거나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개발바람은 좀체 그칠 줄 모르고, 길을 넓히려는 시도는 멈출 줄 모른다.걷는 길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막힌 길은 다시 열고, 찻길을 무작정 넓히려는 시도에 일단 제동을 걸어야만 했다.”(서명숙, 『제주걷기여행』中)걷는길에서단연인기있는길,‘ 제주올레’서명숙이사장의 글이다. 지리산 둘레길도 제주 올레길도 모두 보전중심,안전중심, 경관중심, 자원중심, 지역중심의 원칙을 정확히지켜내려고 노력한 길들이다. 이런 원칙과 철학을 토대로 한땀, 한 땀 이은 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리워서 다시찾는 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찾고 싶은‘길’-함께 고민하고 엮어가야 전라북도는 다양한 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군산과 익산, 완주, 장수, 부안, 고창, 진안 7개 시군이 자연과 역사, 문화를 품어 안은 테마가 있는 길을 먼저 열었다.‘신화가 있는 질마재 백리길’(고창), ‘망해산 둘레길’(군산),‘변산 마실길’(부안), ‘위봉산성길’(완주), ‘백제의 순결! 익산 둘레길’(익산), ‘마루한길’(장수), ‘진안 마실길’(진안),‘숨길’(전주)이다. 전라북도는 올해와 내년, 3대 핵심권역과14개 시·군별‘예향천리 마실길’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환경과 생태가 녹색성장에 지배되는 분위기여서 길을 내면서도 녹색성장과 녹색관광을 이야기한다.각 시군이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뒤쳐지지않기 위해 원칙도 철학도 없이 그저 유행에 맞춰 내 놓는 길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걷고,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다시 찾는 길이 되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물론 제주와 지리산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경관과 토속적인 가치가 뛰어나다. 하지만 그 길들의 성공요인에는 단순히 자원의 특수성 외에도 그곳에서 부대끼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숨은 연구와 노력, 길에 대한 철학, 길 위의 이야기들, 평범한 사람들의 삶들을 품어 안는 사랑이 있었기에가능한 것 이었다.진안의 마실길도 2007년부터 마을 조사단이 약 3년 간 마을에 거주하면서 실제 그 안의 이야기들을 물어물어 엮어내고, 그 진주알 같은 삶들을 하나하나 실에 꿰어 만든 진주목걸이 같은 길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도내의 많은 지자체는 길을 만들고 안내표지판을 만들어서 빨리 그 성과를 지자체의몫으로가져오는것에급급하다. 또한,‘ 길을냈다’라는성과를 내기 위해, 이용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시설물(흙길포장, 의자, 화장실 등)을 설치하고 있다. 산촌생태마을·지역축제·체험프로그램 등을 연계하여운영한다거나, 무조건 길만 내면 탐방객이 몰려오고 지역소득창출로 이어질 거라는 정부부처나 지자체의 얄팍한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모두가 올레길을 따라 한다지만“놀멍, 쉬멍, 걸으멍”하는‘간세다리’게으름뱅이와‘안티 공구리 시멘트의 일본식 표현‘라는 올레길의 정신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러다가는 자연과 어울리는 걷기가 아닌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걸으면서자연을 전시관의 미술품 감상하듯 휙 스쳐가는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걷기여행 풍토가 자리매김 되는 게 아닌가 하는걱정이 든다.자치단체에게 부탁하고 싶다. 제발 서두르지 말라고. 곱고아련한 길, 정겹고 포근한 길을 만들고 싶다면 지리산의 둘레길처럼, 진안의 마실길처럼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엮어내는 길들이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민 전북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북생명의숲 숲해설가와 자연환경연수원 환경강사로 활동 중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