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 |
[저널초점] ‘길’의 재발견-예향천리 전북의 마실길 6
관리자(2010-07-05 13:41:20)
‘길’의 재발견-예향천리 전북의 마실길
‘길’위에서 다시 ‘길’을 묻다
최근 들어 길 걷기가 붐이다. 전국 곳곳에 인간과 녹색,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로드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제주‘올레길’성공 이후 각 지자체는 앞다투어 걷기 좋은‘길’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이렇게 만들어진 길은 현대의 속도전에 지친 도시민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전라북도 역시 지리산‘둘레길’을 시작으로 다양한‘길’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는 올해와 내년, 3대 핵심권역과 14개 시·군에‘예향천리 마실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주·김제·완주를 잇는‘모악산 마실길’(56㎞)과 무주·진안·장수를 잇는‘백두대간 마실길’(111㎞), 고창·부안을 잇는‘서해안해변 마실길’(64㎞)이 바로 그것이다.‘마실’이란‘마을’을 뜻하는 사투리로 전라도에서는 흔히‘마실간다’고 이야기한다. 이는‘이웃집에 놀러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처럼 전북의‘마실길’은 이웃집에 놀러가는 것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이다. 일상에지친 현대인에게는 반가운 탈출구이기도 하다.하지만‘길’조성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도에서 진행하고있는‘길’조성사업은 유행 따라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본래의 의미를 잃은‘마실길’은 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이번 저널초점에서는‘예향천리 마실길’을 따라 전북의‘마실길’이 걸어야 할 길을 물었다.
마실길은 마을길이다
- 김보국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마실’은 마을의 방언이다. ‘마실길’을 뜻대로 하자면‘마을길’이다. 과거“마실간다”하면 이웃집에놀러간다는 의미로 사용되어져 왔다. 하루 고된 일을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 저녁노을 또는 마을어귀에 켜진 가로등을 벗 삼아 편한 옷과 편한 슬러퍼를 신고 이웃으로 놀러가는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이 마실이 전라북도 길에 대표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다. 마실길은 마을길이다. 그리고 전라북도 마을마다의 멋드러진 문화, 역사 그리고 자연을 마시러 오는 길이다. 2009년 6월 변산마실길 예비 개통 시 참가하신 분들이 마실길 간다하니 앞에서 상상한 그림을 다들 생각하고 오신 듯하였다. 더욱이바닷물이 들어오는 때를 잘 못 맞춰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바닷가에 불쑥 솟은 갯바위들을 지날 수밖에 없었고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실길인데 걷기가 좀 어렵다는 말씀들을 하신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의 마실길은 다르다. 매력성, 편리성, 안전성 등을 고려한 잘 정비된 전라북도 마실길이 2009년 하반기부터 모습들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실길, 이렇게 만들어졌다
올레와 지리산길의 성공적인 추진이 전국에 수많은 길들을 찾고 만들어지게 하고 있다. 개인이 찾고, 민간이 찾고, 정부가 찾고 그것에 이야기를 입히기 위해 역사, 문화, 자연자원을 또 찾는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그간 등산이 주가 되었던 휴일 또는 휴가철의여가활동을 걷기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한국의 길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환경부는 국가생태문화탐방로를‘생태 및 문화자원을 효율적으로 탐방(체험, 학습, 감상 등)할 수 있도록지원하는 도보 중심의 길’로 정의하고 2012년까지 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회피 및 이격하여 1,000㎞를 지정 및 조성할 계획에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생태탐방로라는명칭으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역사자원을 특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 국·내외탐방객들이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도보중심의 길을 2017년까지 1,000억원을투입하여 1,200㎞을 구축할 계획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의 첫사업으로 소백산 자락길, 강화둘레길, 삼남대로를 따라가는 정약용의 남도유배길, 동해트레일,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의 토지길, 고인돌과 질마재 따라 100리길, 여강(남한강)을 따라가는 역사문화체험길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하였다. 산림청 역시 국민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지역 고유의 산림생태문화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산림문화체험숲길을 2016년까지 전국에 12개소 1,500㎞를 조성할 계획이며, 국토해양부도 2010년 우리나라 동서남해안 78개 연안 시군구 6,000㎞ 해안에 해양역사문화와 주변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체험할 수있는‘해안순례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길의 부흥기라 아니할 수 없다.전라북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08년‘국토생태탐방로와 전북권역 생태문화자원간연계방안 연구(전북발전연구원)’에서 제시된 807㎞를 기반으로 환경부의 완주 고산, 부안 변산을 중심으로 한 시범사업 선정과 2009년‘스토리가 있는 전라북도 문화생태탐방로 조성방안 연구(전북발전연구원)’를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범사업인‘고인돌과 질마재 따라 100리길’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길사업 추진의 계기가 되었다2009년 희망근로프로젝트와 길사업을 연계하여 전라북도를 대상으로 한대규모 길사업을 기획하고 14개 시군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2009년 전라북도의 길사업은 중앙정부의 길사업과 같이 관련 부서들의 제각각 추진하는 바람에 성격이 하나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둘레길, 에움길, 마실길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어 전북외 지역의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것이 전북의대표길인가에 대한 혼란이 야기되었다. 전북의 길사업을 소개하는 전문가들의자료가 제각각으로 전북의 길을 소개하고 있었으며, 인터넷의 블로그 역시 전북의 길을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행정 역시 부서의 사업명을 우선하여 길이름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그 혼선정도는 더 하였다. 민간, 행정, 전문가 들의 전북길에 대한 대표이름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010년 광역적인 길사업의 추진에 앞서 길이름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였다.둘레길은 전라북도 최초 길사업을 추진한 환경정책과가 희망근로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사업의 명칭으로 제안하여 사용한 이름이며, 에움길은 뚜렷한 전북의 길이름이 없을 즈음 관광산업과에서 통합적 길명칭을 위해 발굴되어 제안된 이름이었다.마실길은 부안의 변산을 중심으로 환경부의 생태문화탐방로를 개설하기 위한 설계가진행되던 중 (사)우리땅걷기 신정일 대표가 회원들과 함께 발굴노선에 대한 예비개통행사를 진행하면서 정감이 가는 우리 고유어를 찾아 제안한 이름이다. 전라북도의 어느지자체 보다 먼저 (사)우리땅걷기를 통하여 대외적 홍보에 착수했던 부안군의 변산마실길이 회원들의 개인 블로그에 경험을 소개하면서 빠르게 인터넷을 통하여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라북도의 상징적 길이름으로 자리메김하게 되었고 전라북도 대표 명칭으로 추진하는데 대부분 찬성하면서 2009년 하반기부터 전라북도 길사업에 대한 명칭을‘예향천리 마실길’로 통일하게 되었다. 물론 지자체별로 길의 특성에 맞게 전주 숨길, 백제의 숨결 익산둘레길, 군산 망해산 둘레길, 장수 마루한길, 완주 위봉산성길, 장수 마루한길, 진안 마실길 등으로 불리어지고 있으나 마실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북의 숨결을 느끼는 또 하나의 길, 마실길
마실길은 행정이 주관이 되어 만들어진 길이다. 민간단체가 주가되고 행정이 지원하는체계로 이루어진 올레나 지리산길과는 길의 구축 과정이 다소 차이가 있다. 외국의 우수한 길들을 걸어보고 다년간 도보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찾고 만들어지는 길이 아니기에계획과 집행을 해야 할 행정주체들의 충분한 교감과 이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길=토목공사로 인식하고 있는 담당자들에게 길사업은 예산투입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는 흙길을 우선으로 한 자연그대로의 걷기 좋은 길, 시설설치의 최소화를 추구하는 길을 발굴하는 한편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는 길사업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는데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전북도는 전북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 설명, 길 관련 전문가 초빙, 제주올레, 지리산길와 같은 선진지 방문 등을 통하여 지자체 담당자들이 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마실길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제공함으로써 도보길이 추구하는 기본원칙을 만족하는 길이 조성되도록 하였다. 마실길이 인건비가 주가되는 정부의 실업대책인 희망근로프로젝트로 추진되면서 사업의 성격상 신규시설을 도입하기보다는 고사목제거, 제초작업, 흙쌓기, 방향표시, 안내판 설치, 리본부착 등 같은길정비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업여건은 지자체로 하여금 앞에서설명한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마실길사업을 긍정적 방향으로추진되도록 하였다.마실길 사업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환경을 파괴하는 시설위주의 사업이아닌 소규모 예산으로 잊힌 마을과 마을의 옛 마실길을 찾아주고 이어줌으로써 적막하기만 한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의미있는 사업이다.2010년에도 전라북도는‘예향천리 마실길’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고 있다. 서해안 해변을 중심으로 한 마실길(64㎞), 모악산 주변을 걷는 마실길(56㎞), 백두대간을 보며 걷는 마실길(111㎞) 그리고 시군별 명품길 14개소(219㎞)가 금년 조성될 계획이며 2011년 나머지 구간을 완성한다면 교통편이 아닌 지도 한장 벗 삼아 전라북도 산하에 스며있는 멋드러진 문화,역사 그리고 자연을 걸어서 체험할 수 있는 마실길이 완성되어 많은 걷기마니아들에게 전북의 속살을 보여주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김보국 현재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임 중이다. 전북녹색성장포럼, 만경강민관학협의회 위원과 금강유역관리연구센터 유역 환경분과 연구위원으로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