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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 |
[테마기획 ] 서해의‘섬’ 4
관리자(2010-08-03 09:14:56)
서해의‘섬’ 선율에 담긴 바람에 실린 삶 - 섬을 주제로 창작곡 발표해온 국악실내악단 소리고을 낙조(落照), 떨어지는 해는 서쪽 바다에서 봐야 장관이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며, 공기 중 가장 낮은 해면으로 떨어지는 해야말로 일몰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2002년에 창단한 국악실내악단 소리고을은 작년에 <낙조, 꿈꾸는 섬들>이라는 제목으로 4인의 지역 작곡가에게 창작곡을 위촉한 후, 마침내 11월 8일(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다섯 번째 소리마실(소리고을에서는 정기연주회를‘소리마실’이라 부른다)을 펼쳤고, 이어서 전주전통문화센터와 도청놀이마당에서 진행되고 있는‘우리소리 우리가락’무대에 초청을 받아 공연했다. 풍요롭고 고즈넉한 그 아름다움 실내악단 소리고을의 지향점은‘향토음악을 토대로 지역의 정체성 있는 창작곡들을 개발보급’하는데 있었기때문에, 전라북도의 아름다운 섬을 주제로 공연하는 것은 물막이 공사를 끝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새만금 사업과 함께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공연 기획을 마치고 작곡자를 섭외한 후, 본격적인 공연을준비하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공연 참가자들의 단합을도모하고, 공연대상으로 삼은 전라북도 섬들을 직접 돌아보며 공연에 필요한 느낌과 영감을 얻기 위해 실시한 1박 2일의 여행이었다. 6월 하순, 청명한 늦봄의 한 날을 택해, 우리일행은 낚싯배 한척을 전세 내어 고군산열도 일대를 꼼꼼히돌아본 다음 선유도에 내려 1박을 하게 되었다.기획자가 미리 자료를 수집하고 떠난 길뜸이어서 섬들의배치며, 각 섬에 내려오는 재미있고 애환 깃든 이야기들을들었는데,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둘러본 섬들은 우리를 들뜨고 감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본아름답고 황홀한 일몰과, 다음 날 아침의 장엄한 일출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일몰은 하늘보다 바다에서 더욱 크고 넓게 느껴졌다. 노을은 세상을 불태우는 빛이 아니었다. 차분한 정열로 온 세상을 염색하듯 타오르던 낙조의 그 찬란함! 그 장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으며, 그 아름다운 광경은 영상으로 담겨져 공연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 따라오는 아침잠의 유혹을 물리치며 맞은 일출 역시 너무 황홀해서 보는 이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하였다.영상 촬영과 편집, 그리고 현장에서의 오퍼와 공연실황 촬영까지 도맡아준 사람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사유진 선생이었다. 그는 우리의 섬 여행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대상이 된섬들을 오가며 촬영을 감행해 주었는데, 그의 철저한 프로정신과 일에 대한 완전한 몰입이 우리 공연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말을 전하고 싶다. 감미로운 선율이 들려주는 전북의 섬 우리 공연의 첫 번째 곡은 강성오 작곡의 <장자어화>였다. 강성오는 원광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근래 우리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작곡가로 왕성한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특유의 감각적인 색채로 매력적인 곡을 선물해 주었는데, 특히 초반부의 아름다운 선율과 가야금의 독특한 리듬의 결합 그리고 마지막 악장에서 마디를 뛰어넘는 리듬패턴의 연결은 한국적 요소와 현대음악어법을 절묘하게 엮어놓아 큰 반향을 낳았다.두 번째 곡은 우리 악단의 음악감독인 유장영 작곡의 <바람에 실린 삶>이었다. 이 곡은 선유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는데,‘섬들 사이로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고기를 잡고 육지 사람들을 맞는 주민들의 삶,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일과를 마친 섬사람들이 흥에 취해 부르는 대중가요 선율을 곡의 주제 선율과 연결해 놓은 독특한 구조는 연습과정과 공연에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세 번째 곡은 안태상 작곡의 <외로워서 아름다운>이라는 곡이었다. 안태상은 퓨전그룹 오감도의 대표로서 오늘날 전라북도의 젊은 작곡가 중 종횡무진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곡은 중국 산둥반도에서 300km 밖에떨어져 있지 않다는 어청도를 대상으로 하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맑고 고고한 자태와향기를 품고 있는 어청도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초반 도입부의 거문고 독주로 반복되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과 이용선의 멋진 목소리, 그리고 중반부에 거듭 반복되는 주제의 점점 빨라지는 호흡과 애절하고 강한 소아쟁의연주와 구음이 더해져 감동적인 연주가 되었다.네 번째 곡은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이화동 교수님의 곡인 <무녀도>였다. ‘더러는 죽고 더러는 다치고 더러는 겁에 질리고 더러는 슬픔에 잠겨’사는섬사람들, 그러나‘술상 차려놓고 너울너울 춤추는’무녀도는‘상처받고 힘들었던 자를 향하여 세상을 향하여 우주를 향하여’늘 위안을 보낸다. 이 곡은 장중하고 큰 스케일로 작곡되어서 유일하게 영상 없이 연주만 오롯이 들려주는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었으며, 서해를 배경으로 사는 사람들의 애환과 세상에대한 외침이 곡 전체에 절절히 스며있어 관객들의 마음을 한참 동안 붙들어 매게 하였다.마지막 곡은 역시 음악감독인 유장영 작곡의 <고슴도치의 꿈>이었다. 위도는 섬 형상을 본따 고슴도치 위(蝟)자를 쓴다. 위도 대리마을에서 해마다 정초에벌어지는 띠뱃놀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듯 위도에는 다양한 민속놀이과 노래들이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예로부터 중국과의 교역통로로서 수군이 주둔하며 서해안 3대 조기 파시로서 유명했던 이곳에 새로운 꿈을 주고 싶은 작곡자의 의도가 곡에 담겨졌다. 또한 마지막 악장에서는 역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소리꾼 이용선의 목소리로 줄을 메고 돌며부르던 <에용소리>가 악기들과 어울리면서 신명을 더하였다. 이상과 고립 사이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는 복제인간들의 이상향이며, 김기덕 감독의 <섬>은 고립과 절망을 상징한다. 우리가 음악과 영상으로 만나본 전라북도의 섬들은 이런 두 가지 모습을모두 안고 있었다. 강성오 작곡의 <장자어화>나 유장영 작곡의 홍길동전에서 이상향으로 묘사되었던 위도를 그린 <고슴도치의 꿈>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지향이라면, 나머지 작품들은 김기덕 감독의 지향을 그렸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상과 고립의 두 가지 상징이 오늘날 현실에서는육지 사람들의 휴양과 섬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개념으로 대치되고 있는 듯하다.우리 공연은 전북대학교 이종민 교수에 의해 경향신문에서 연재하는 음악칼럼, 이종민의‘음악편지’의 첫 번째 대상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일요일 오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아주시고 또한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런 좋은 관객들 덕분에 국악실내악단 소리고을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더욱 열심히 좋은 공연을 준비하고 여러분들을 찾아갈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그동안 소리고을에 성원과 애정을 기울여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국악실내악단소리고을 국악실내악단 소리고을은 전라북도의 삶과 역사, 문화를 주제로 향토음악을 이용한 국악실내악창작곡을 끊임없이 개발해온 단체다. 2002년 창단 이래 전북의 소리따라 Ⅰ, Ⅱ, Ⅲ’,‘ 전북의 사계’에 이어 2009년도에는‘섬’을 주제로 새로운 창작곡을 작곡·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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