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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나쁜 남자
관리자(2010-08-03 09:16:23)
나쁜 남자 - 남자들에게 III - 혼자가 된 황구 부여 양을 시집 보내야했다. 부여 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둘째가 부여에있는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 날 태어나서다. 오빠들은 죄다 흑구였는데 이들의 이름은 전공에서 이름을 딴 목수(전통건축), 석수(전통조경), 토수(전통도예)였다.다시 백구나 흑구가 온다면 백구인 보리와 흑구인 단옥이에게 비교될까봐 블랙탄이라는 점박이를 신랑으로 맞이했다. 그런데 이놈이 옹구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던지 하는 짓이 정겹다. 그래 인디안식 이름으로‘보리쌀 서 말도 없는 놈’이 되었다. 보리쌀 서 말이 없어 처가살이 하는 주제(?)면서도 능청스러워‘사우’,‘ 개사우’라 하게 되었다. 그러다 진돗개‘진’을 성씨로 해서‘진사우’가되었다. 꼭 여기까지 괜찮은 이름을 얻었을뿐 너무나 뻔한 처가살이, 오죽하면 보리쌀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한다 했을까. 처가살이 섣달 만에 오늘 본가로 돌아갔다.백 개를 빚으면 되는 그릇이 이백 개를 빚어야 하는 거였다. 그래, 정신없이 빚어야했다. 반가운 손님이 오셨는데도 물레방앗간에서 못 일어나고 일하면서 맞이하는 게송구하여“어휴~,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사람구실도 못하고 사네요”소릴 하게 되었다.그 말 또한 억지스러운 것이라 저기 창문가에 앉아 물레일을 익혀보고 있는 아들놈에게“자식아, 이 애비가 사는 게 이렇다”했더니 아들놈의 한 마디.“ 에~ 당신이 결혼하고 당신이 낳았으면서”한다. 나도 웃고 손님도 웃고 그냥 웃고 말았다.이거 아들놈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나는 한 일이 없다. 아들을 낳기 위한 그 무엇이 없었다.그렇다고 예수처럼 성령으로 낳은 것은 아니다. 대충 나를 닮았으니 그럴 리가 없다. 더군다나마리아와 요셉의 주장처럼 교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건 내가 인정하는 바다. 사실 이 남자나빴다. 지아비로도 애비로도 아무 마음가짐이나 준비가 없었다. 그냥 어영부영 그리 되었다.처음 그랬던 것처럼 애비노릇을 제대로 못해왔다. 일로도 그리 되었다. 그래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나는 나쁘다. 나뿐이다. 괜찮은 직업과 직장을 얻었을 때 부모형제께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했지만 자기 인생을 살고 싶다고, 부모형제 때문에 자기 인생을 못살았다고 아쉬워하거나 원망하기보다 차라리 미안해하는 게 낫다는 괴변으로 개인적 삶을 위한 미술공부를 했었다.옹기일을 붙들 게 되었을 때는 사는 게 다 그렇다 하는데도 그렇게 살 수 없어 처자식 때문에 자기 인생을 못살았다고 아쉬워하거나 원망하기보다 차라리 미안해하는게 낫지 싶었다. 정말이지 나는 나쁘다. 나뿐이었다.연초, 정확하게 1월 1일. 막내가 고3이라는 압박감에 힘들어 하는 듯하여 막내의 탯자리이자 내가 처음 옹기일을붙들었던 전라남도 벌교를 다녀오게 되었다. 막내가 어찌 일을 바꿔 옹기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와 그동안의 나쁜 삶에 대해 고해해야했다.이랬다.나쁜 남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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