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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 |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 체험의 중요성
관리자(2010-08-03 09:17:48)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 체험의 중요성 유년 시절‘경험’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 이현근 임실지사초등학교 수석교사 얼마 전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 <1대 100>이라는 곳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다. ‘보리, 밀, 수수 중에서 익을수록 고개를숙이는 것은?’이렇게 쉬운 문제도 나오나(?)하며 답을 기다리는데, 3/4 즉 30명 중에 23명의 참가자가 이에 대한 답을다르게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체험’이‘차이’를 만든다 작년에 사회를 가르칠 때의 일이다. 농촌과 도시의 자연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수수에 대한 말로 옮겨졌다. 아이들에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옥수수 서있는 모습과 비슷하며, 머리 부분에 알곡이 알알이 맺혀있는 수수에대해 한참 설명을 하니 아이들 표정이 수수를 모른다는 듯멍했다. 농촌에 살면서 수수를 모른다는 것은 이 아이들이농촌이 주는 좋은 교육적 환경을 체험하지 못하고 살아왔기때문이다. 이 아이들도 수수를 주위에서 지나치며 보기는 했어도 심어보지 않았으며 수수와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는 어릴 때 수수 단 줄기를 끊어서 입에 물고 단물을 빨아먹으며 혀를 벴던 기억, 수수 알을 털고 나서 그것으로 비를만들었던 기억, 수숫대 껍질을 벗겨서 안경을 만들거나 여러물건을 만들었던 기억, 그리고 수수를 뛰어 넘으며 높이뛰기하던 생각 등이 떠오른다.몇 년 전 학생들에게 나무 피리를 만들어 주려고 산으로나무를 자르러 간 적이 있다. 이 때 옆 반 후배 교사에게 찔레 순을 따서 먹어 보라 하니 별 맛을 모르겠다며 왜 이런 것을 먹느냐고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달래를 따서 먹으며 맛있으니 먹어 보라 하니 별 맛을 모르겠다고 한다. 진달래와 찔레 순을 어릴 때 먹지 않았던 선생님들이 갈수록 많아지고있다. 어릴 때 체험하지 않은 맛은 어른이 되어 체험해도 시간이 쌓이지 않으니 그 깊은 맛과 어울리는 감성을 불러 오지 못한다. 어릴 때 체험한 그 맛은 어른들을 어린 시절로 데려가지만 어린 시절 그것을 맛보지 않은 어른들은 오염된 이것을 왜 먹느냐며 과학적으로 따진다. 지난 봄에 교감선생님께서 학교 잔디밭에서 삐비(띠)라며 한 움큼 뽑아 와 먹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릴 적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서 길가에서 한 움큼 뽑아 친구와 이야기하며, 그 안의 연하고 하얀속 알갱이를 껌이라 하면서 먹기도 하였고, 또 친구와 가위바위 보 놀이를 하며 걸어서 통학했다는 어릴 적 추억을 젊은 교사들에게 꺼내 놓았다. 한 껍질 벗기고 먹은 삐비(띠)의맛은 만화영화 <라따뚜이>의 이고라는 음식비평가가 음식을 먹고 어릴 때 엄마를 만나고 오는 것처럼 나를 30년 전으로 데려가 주었다. ‘험’과‘함’그리고‘힘’의 관계 언젠가 막내 동생과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던 때다. 큰 눈으로 인해 하우스가 부서져서 철거를 해야 했다. 하우스 철대가 그리 무거운 것이 아니었지만 한창 혈기 왕성한 막내 동생이 보기에 내가 하는 일이 답답한 모양이다.“형 밥 안 먹었었어. 왜 이리 힘이 없어?”하며 불쌍하다는듯이 나를 대신하여 그 일을 해 주었다. 나는 그 때 삼우초등학교에서 한참 농촌형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고, 머릿속에는‘체험 중심 교육과정은 어떤 것인가(?)’,‘ 왜 체험을 해야 하는가(?)’를 머릿속에 항상 숙제(宿題)하고 다니던때였다. 그 말을 듣다가‘먹는 것이 없으면 힘이 없다’는 말이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그 말은‘아이들도 체‘험’한 것이 없으면 글 쓸(할)수 있는‘힘’이 없고, 그래서 제대로 된글을 쓸(함)수 없겠구나’하는 말로 내 머리에 숙제하고 있던체험에 대한 막힌 길을 뚫어 주었다.우리는 앎을 위해 어떤 일(공부)을 한다. 일을 하면 몸에무언가가 쌓인다. 몸에 쌓인 것을‘힘’이라 한다. 이‘힘’을가지고 새로운 일을 한다. 몸 안으로 새로운 것이 들어온 것을‘험’이라 하다. 이것이 몸 안에 쌓일 때‘힘’이 되는 것이다. 쌓인‘힘’은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하게 한다. 이것이‘함’이다.몸을 움직여서 일(공부)을 하지 않으면 몸 안에‘힘’이 쌓이지 않는다. 그리고‘힘’이 없으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함’이 나타나지 않는다. 몸 안으로 들어가서‘힘’을 만드는‘험’이 없는 것이다.이‘험’과‘함’과‘힘’이 함께 돌며 일어날 때 배움(학습)이 일어난다. 이 배움을 가지고 사람들은‘내 밖에 있는 대상’과 만나며 살아간다. 함 험 힘 ‘험’에는 두 가지 말이 쓰인다. 경험이라는 말은 영어로‘Experience’이고 체험이라는 말은‘Lived Experience’다. 이 두 말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말이 담고 있는 폭과 깊이가 다르다. 똑같은‘험’이지만 지나가며 경험하는 것과 살며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체험하는 것은 더깊은 배움으로 우리를 이끈다. 체험하며 얻은 몸에 밴 지식과 백과사전에서 보거나 남에게 들은 지식은 차이가 있다.어린이 마음속에 체험된 말꽃은 어른이 되어서 새로운 말꽃(문학)을 피우는데 꼭 필요한 것이 된다. 올 여름방학에는겉만 보는 경험이 아닌 삶이 채워지는 체험으로 우리 아이들속에 무엇인가가 채워지기를 바란다. ‘참’이라는 말은 차 있는 상태를 말하며‘거짓’이라는 말은 거죽, 겉을 말한다. 어린이들에게 지나간 경험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하지 말고, 살며 체험하여 몸 안에 지식이 채워지는 맛을 알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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