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 |
[문화현장] 어떤 상상가게
관리자(2010-09-03 14:19:00)
어떤 상상가게
행복한 상상, 신나는 세상을 만든다
길게 늘어진 거미줄에 빨간 우산과 원색의 천들이 매달려 있다. 거미줄 아래에는 금속 공예품, 도자기, 추억의 물품 등 갖가지 물건이 진열돼 있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는 신기한 물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잠시 걸음을 멈춘다.음악이 흐르면, 공터는 어느새 공연장으로 뒤바뀐다. 주말아트마켓‘어떤 상상가게’의 풍경이다
한옥마을에 열린 아트마켓
전주 한옥마을 오목대사거리 공터에는 매주 주말 특별한 아트마켓이 열린다. 즐거움을 찾고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상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자 마련한‘어떤 상상가게’다.지난 주말 찾은‘어떤 상상가게’. 무더운 날씨였지만 손님들이 이어졌다. 노란 버스가 제일 먼저 눈에띈다. 아기자기하게 색칠한 노란 버스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만점이다.금속 공예품, 도자기, 바느질, 한지, 목각, 새싹이 돋아나는 종이 등의 다양한 상품이 나열돼 있다. 모두 손으로 만든 작품이다.‘어떤 상상가게’의 지킴이‘이산’정문성 대표는“한옥마을에 수많은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쪽북쪽에는 유동인구가 유독 적다”며“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자 장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한옥마을은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때문에 휴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찾고 있다. 경기전과 전통공예품전시관, 최명희문학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장이 밀집된 남쪽은 더욱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하지만 그에 반해‘어떤 상상가게’가 위치한 한옥마을의 북쪽 지역은 남쪽에 비해 관광객의 유입이 적을 뿐 아니라 상점의 매출 역시 떨어지는 편이다.정 대표는“아트마켓을 통해 한옥마을의 빈 공간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과 함께 문화를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즐거운 상상이 꽃 피는 곳
‘어떤 상상가게’를 열게 된 데에는 판매하는작가들뿐만 아니라 한옥마을안의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강정숙씨가 기증한 빨간 우산은‘어떤 상상가게’의 명물이 됐으며, 김기원 이사장은 장소를 제공해줬다. 한옥마을 주면의 상가(전주향, 오목대사랑채, 소안, 토경,참다원, 이산, 미선공예, 아보)들의 보이지 않은 도움도 컸다.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아트마켓에 참여할 작가 선정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처음에는 참여할 작가를 찾기 위해 직접 공방 이곳저곳을 다니며 알아봤죠. 그런데 거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라 사람들을 모으는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마치 보물찾기 같았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분들을 통해함께할 분들을 모으게 됐습니다.”그렇게 지난 5월 29일, ‘어떤 상상가게’는첫 문을 열었다.“쉽지 않았어요. 아트마켓이라고는 하지만누구도 거리에 나와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무더운 여름에 거리에서물건을 판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날씨 또한 문제였다.거리에서 진행되는 아트마켓 특성 상 비가 오는날에는 아트마켓을 철수해야 했기 때문이다.“아무래도 밖에서 나와서 하다 보니 날씨가가장 어려워요. 날씨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아트마켓 열리기 전 날이면 꼭 일기예보를 챙겨보는데, 이게 안 맞을 때도 있어서 날씨가 가장 걱정되죠.”때로는 뜨거운 햇볕과, 때로는 세찬 비와 싸워야 했지만 어느새‘어떤 상상가게’는 한옥마을의 즐거운 아트마켓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최근에는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 행복한고민에 빠졌다.‘어떤 상상가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위해 각 판매대의 크기를 제한하고 있다.판매대는 매주‘심지뽑기’를 통해 공평한(?) 방법으로 정해진다.정 대표는“전주 한옥마을 내 공방들뿐만 아니라 젊고, 신선하고, 즐겁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상품을 직접 만드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한다”고 전했다.즐거운 상상 가득한‘어떤 상상가게’. 이들이 퍼뜨리는‘상상 바이러스’가 오늘도 한옥마을에 행복한 문화를 꽃 피운다.* 지난 7월 10일부터‘어떤 상상가게’의 운영시간이 변경됐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오후 5시엔공연 퍼포먼스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