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10-09-03 14:20:39)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지구를 살리는 적정기술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기술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지난달, 별빛 같은 눈망울로 아이들과 환경운동에 헌신적이던 소인섭(해성고 교사) 회원이 그토록 사랑하던 밤하늘의 별이 되셨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환경을 지키고자 틈틈이 시간을 쪼개 환경운동에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는 우리의 자랑이자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시민이었다.당신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그나마 세상이 이만하다는 감사의 말도 전하지 못한 채 황망히 떠나보낸 아쉬움과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깡통은 주웠고, 불통은 5천원 주고사서 절반 사용. 단열재를 구하지못해 흙으로 채웠으나 나무젓가락20개 분량으로 라면을 끓임.
소 박 하 지 만 따 뜻 한 , 작 지 만 아 름 다 운
두달 전 갑작스런 병마에 잠시 쉬고 계시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마지막 통화였다. 언제나처럼 환하고 밝은 목소리로 한두 달 정도 쉬면 좋아질 것이니 걱정 말라면서 어린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적정기술 이야기를 꺼내셨다.“제가 18ℓ 깡통에 흙을 채우고 배관 통에 꽂아서 화덕을 만들었는데요. 나무젓가락 20개면 라면이 끓는다니까요? 만드는데 5천원 들었는데 열효율이 너무좋아요”라며 불을 피워 조리하는 과정이 담긴 사진을 보내주셨다. 다음 캠프에서 아이들과 한번 해보자고 하셨는데….선생님은 지난 두해 동안 여름방학을 이용해 내몽골초원 사막화방지 풀씨심기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별자리 교사로 봉사하셨다. 손재주가 좋아서 태양열조리기를 뚝딱 조립해서 맛있는 누룽지를 끓여내던 선생님은 땔감 대신 사용하는 바짝마른 양과 소, 말의 배설물 똥을 줍는 일도 열심이셨다.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갑자기 찾아온 병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정기술을 공부하면서 로케트 스토브를 만든 것이다.최근 대안기술 혹은 국경 없는 과학기술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적정기술이 큰관심을 끌고 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어느 지역이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산출되는 재료와 기술력으로 그 지역에서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지역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말한다. 당연히 수요와 공급,이윤 창출을 위한 자본 집약적인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더 적은 자원으로, 단순한 기술과 노동력으로도 유지할 수 있고, 주변 환경에 더 적은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식주의(食住衣) 자립 기반이 무너지고, 보건환경이 열악한 제 3세계 국가들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지역이나 가난한 주민들에게 유용한 기술이다. 첨단 소재와 부품, 세련된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단순하고소박한 기술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다. 『작은 것이아름답다』를 쓴 생태경제학자인 슈마허는“인간의 손과 머리를 필요로”하는 기술이라 했다.
착 한 마 음 이 만 든 따 뜻 한 기 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CO2 배출이 전체 2%에 불과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다.가장 큰 문제는 가뭄 피해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미국인 엔지니어 마틴 피셔는 극심한 가뭄 피해와 확산에도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는 주민들이 눈에 밟혔다. 그들은 관정을 팔 수 있는 돈도, 물을 끌어올릴펌프도, 전기도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전기나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로 레버를 밟아서 작동하는 수동펌프다. ‘머니 메이커’라고 불리는 이 수동펌프는 반경 200m 내에 강이나 연못·우물이 있으면 이 펌프를 이용해 쉽게 농업용수를 끌어올 수 있다.먹는 물 문제도 심각하다. 식수를 구하기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우리가 살을 빼기 위해 런닝머신을 달리고 있는 시간, 물동이를 인 여성들과 아이들은 살기 위한 고난의 길이다. 디자이너 한스 헨드릭스는 이를 보고 도넛 모양의 물통‘큐드럼’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여성들이 한 번에75ℓ의 물을 길어 나를 수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원리는 간단하다. 디자인이 가져야 할 것은 스타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물을 구해도 문제다.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다보니 수인성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에 6천명에 이른다. 스위스의 한 기업이 개발한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는 개인용 정수기로, 10인치 길이의 플라스틱 튜브 속에 설치된 필터와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물을 정화한다. 세균의 99.9%를 잡아낸다. 하루에 2리터의 물을 정화할 수 있고,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생활에 필요한 연료를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와 난개발, 전통적인 생활 방식의 붕괴로 난방이나 취사에 사용할 수 있는 땔감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외진 곳에서 나무를 찾아 헤매다가 강간의 위협이나 동물의 공격에 시달리기도 한다. 고생 끝에 땔감을 구해도 문제는 남는다. 집안에서 나무나동물의 분뇨, 값싼 석탄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는 가사를 담당하는 여성과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기때문이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실내에서 나무나 가축 분뇨를 땔감으로 이용할 경우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벤젠, 이산화질소 등의 가스가 발생해 폐질환 등 각종 병을 불러온다.재봉틀로 자조와 독립을 외치며 적정기술을 제도화하려는 간디의 나라 인도에서는 취사용 땔감 문제를태양열 조리기를 보급으로 해결해 가고 있다. 환경연합이 몇년 전 네팔에 보급한 태양열조리기도 바로 인도산이었다. 조리기 역시 제조 방법은 간단하다. 양철로 반원 모양의 반사판을 만들고 지지대만 만들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아이들 교육용으로 잠깐씩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정도이나 햇빛이 좋은 고산 지대인 네팔이나 인도에서는 취사가 충분한 효율이 높은 도구다. 유해 가스도 나오지 않고 유지에 돈도 들지 않는다. 겨우 간단한 조리나 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인도에서는 볼프강 쉐플러가 발명한‘쉐플러 태양열조리기’로 1,000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조리한다. 인도에서 쉐플러 조리기가 널리 쓰일 수 있는 것은 특허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리실까지 햇빛을 끌어와 열을 모으는조리기도 있다. 히말라야나 고산지대의 숲이나 초지대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으니 지구적인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추위가 극심한 곳에서 난방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부터 대외 원조사업으로 몽골에 연탄이나 석탄을 땔 수 있는 난로를 보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연료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 유해가스 배출 피해도 크다. 한국의 국제 원조나 구호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연탄난로와 연탄을 보급하는 것 대신에 태양광 발전기나 자전거 발전기 혹은 태양열 조리기 등을 보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이유다.우리나라 적정기술 1호로 불리는‘G-Saver’또한 기온이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이 1년 중 8~9개월이나 차지하는 몽골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G-Saver’의 원리는 기존 난로 위에 열 재료를 흡수하는 물질을 추가설치해 열원을 보존하는 것이다. 앞서 밝힌 소 선생님의 화덕 역시 같은 원리다. 아주 적은 연료로 두 배 이상의 긴 시간 열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유해 가스 절감 효과도 크다. 나무와 일반 호스를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기술도 한동대 교수와 제자들에 의해 태국 고산지대에 보급되었다.이밖에도 화산 폭발 피해가 큰 인도네시아 주민들을 위해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깡통이나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디자이너 빅터 파파넥의 9센트짜리 라디오, MIT 학생들이자전거를 동력원으로, 드럼통으로 몸체를 만든‘바이슬아바도라(스페인어로 자전거와 세탁기의 합성어)’도 대표적인 적정기술이다.적정기술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물 긷기, 연료수집, 농사일 등에서 벗어나 교육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여성들도 장시간 노동에 겹친 가사노동과 유해가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 적당한 소비로부터 소외된 80% 지구인을 생각하는 애틋하고 착한 마음만큼 적절한 착한 기술이 그나마 따뜻한 세상과 시원한 지구를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