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관리자(2010-09-03 14:20:50)
나쁜남자
시험, 요즘에는 국제화시대라 두루 통하라고‘1, 2, 3, 4’를 들어 시험하려 들던데 우리 때는 군사정부 군사독재정권 국가주의에 의해 국어‘가, 나, 다, 라’가 주어졌다.시험이 정말 싫었다. 주체를 객체화시키려는 국가국민화 교육의 극치객관식 시험은 더 싫었다.오죽하면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 예수께서도 살아생전‘시험에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하셨을까. 오죽하면 그 이후 공감으로 신도들에 의해 의례의식 예배 형식에 주기도문으로 쓰일까.성자예수께서도 피할 수 없었듯 이 범인의 삶은‘시험’그 자체지 싶다. 이렇게 산다는 게 시험의 연속이고 보면 나무나 뻔한 인생이다.이런 식이다. 가, 당구장에 가면 다른 건 그래도 할 만한데 당구만은 못치겠고 나, 노래방에 가면 다른 건 그래도 부를 만한데 노래만은 못 부르겠고 다, 빵집에 가면 다른 건 그래도 먹을 만한데 빵만은 못 먹겠듯….사는 게 그렇고 그랬다.어떤 영화에서 들은 소리가 있다. ‘하나의 행동으로 인생의 정의가 바뀌면 시간은 변한다’그랬다. 그런 일이 있었다. 어떤 시험에서 감독관께‘다 쓸까요?’했더니‘그럼 다 써야지’하는 거였다. 그래‘다’썼드랬다.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세대이니 채점하기 좋으라고 맨 뒤에 답안 작성을따로 하게 되어 있었기에 잣대 대고 그대로 그으면 되었다. ‘다’에다. 인생 일대 시험에 대한 가장 빠른 응대이었다. 잣대의 치수를 초월하는 단박함. 아주 심플했다.말하자면 오직 하나로만 응대해보자는 거였다. 그리스도교 식으로는시험에 들지 않는 유일한 존재 하나에다 님, 여호와 하나님이고, 불교식으로는 천상천하유아독존 석가모니 부처님이지 싶었다.말하자면 이 범인에게는 김상진 감독의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에서천상천하유아독종 무대뽀(배우 유오성)처럼‘나는 한놈만 팬다’같은 거였다.나는‘나’를붙들었다.‘ 나’만붙들기로했다.‘다’, 좋은 말이다. 다, 모두, 같이, 우리…. 하지만 나는‘나’여서 진정으로 그러지 못했다. ‘가’, 가도 좋은 말이다. 갸, 걔, 너, 남…. 하지만 나한테는‘나’뿐이다.나뿐남자, 나쁜남자로, 그렇게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다 산다는 게 시간만 사는 게 아니어서 하나로 얼마큼은살 수 있지만 더 살아지는 삶에서 시험은 전혀 다른 차원화를 이룬다.속성상 구별짓기를 전제하는 시험은 아예 한번 해보자는 심보로‘나’에 대해 되물어 온다. 아니 시험이 아니래도 이쯤 되면 스스로 묻게 된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