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 |
[서평]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관리자(2010-09-03 14:21:33)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민주주의의 직시하라
-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휴머니스트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한‘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도정일, 한홍구, 박명림, 정희진, 우석훈, 김상봉, 김종철, 오연호, 진중권, 홍성욱, 김찬호, 박원순 등 12명의 지식인들에게 직접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다. 12개의 단막극을 보면서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민운동가에게 굳이 이 책의 서평을 부탁한 이유는‘공부 좀 더 하고 운동을 잘하라’라는 말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와 우리,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하기를 멈추고 영혼을 없애버린 좀비의 시대’에 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민주주의를 재구성해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했던 그 질문을 도정일 교수 역시 똑같이 던진다. “반세기에 걸친 민주화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어째서 그토록빠르고 쉽게 어이없이 후퇴와 퇴행과 반전을 강요받게 되었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우리를 소환하고 우리 자신에게물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의 불통과 오만함으로 인해‘민주주가 잠시 후퇴’한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자기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봉 교수는‘학벌사회의용기 있는 낙오자들, 미래를 열다’에서 386세대들 역시 학벌사회에 편승하여 삶으로써‘오늘날의 학벌 사회는 우리 스스로의 자화상’이 되고 말았다며 스스로 성찰을 해야 한다고말한다.민주주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투영하고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민주주의가 내 삶과 연관되어야, 민주주의가 실현돼서 내 삶이 좋아지는 게 있어야 민주주의를위해서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며 한홍구 교수는 이제‘민주주의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명림 교수와 정희진 교수는 권력이 독점되고 신분이 부활한 국가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재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떠한 인식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국가 개념을 가지게 되었는가?’,‘ 주어진 렌즈를 너무 오래 썼다. 상투적인 렌즈를 잠시 내려놓고 한번쯤 다른 렌즈를 써보자’라고 말한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87년 민주 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안정화되고 정착되었다고 우리가 자위하고 있던순간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들은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흔들고 과거로 돌리려 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은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었다. 우석훈 교수는 한나라당이 강남을 중심으로‘공간 재배치전략’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보수일색의 강력한 토건 정부를 만들어가는 동안, 참여정부가 오히려‘방과 후 학교’를 만들어 공교육을 사교육으로 만들고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휴식을 빼앗아‘10대 보수화’프로그램을 실시하려는 한나라당을 도왔다고 비난한다. 보수화는 한나라당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소년의창의성과 인권, 자유를 빼앗고 사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조장함으로써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들 모두를 보수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부자는 철저히‘계급투표’를 하는데, 가난한 사람은‘욕망 투표’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또한 양극화가 약자의 동의 아래 철저히 합리화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설명이 가능해진다.다시 민주주의를 말하자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학력 신장’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학력 신장’이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해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학습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아니라 그냥‘학력 신장’이란다. 시험 점수 올리는 것이 교육감 후보의 공약이 될 수 있는 사회, 대다수의 학부모들 역시 우리 아이 학력이 좋아진다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않는 사회, 바로 여기에 민주주의의 위기가 있다. 때문에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말해야 한다.
김남규 미국산쇠고기반대전북대책위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라북도경영평가위원과 전북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