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
[저널초점] 공공미술 2- 1
관리자(2010-10-04 18:36:10)
예술과 소통, 삶이 변화하다
지난 호 저널초점에서는 생활 속에서 꽃 피는 예술, 공공미술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봤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초기 진행형으로 사후 관리 부족, 지속성 결여, 형식적인 주민과의 소통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전라북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전북에는 크고 작은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진안 백운면‘간판 개선과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주‘동문거리 가로디자인 사업 프로젝트’, 군산‘해망동 공공미술 프로젝트’, 완주‘아름다운 거리문화’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공공미술 사업이 오히려 자연미를 훼손하고, 거리 미관을 산만하게 할 뿐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을 이루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앞으로도 전북에서는 수많은 공공미술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 성패는 얼마만큼 공공미술의 진정성을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이번 호에서는 그동안 전북에서 진행된 공공미술 작업을 돌아봤다. 이와 함께 당시 공공미술 작업에 참여했던 세 명의 전문가(옹기장이 이현배, 사회적기업 이음 구혜경 팀장, 미디어아티스트 이상훈)를 만나 전북 공공미술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다.
진정성 회복해야 지속가능한 발전 있다
공공미술 바람이 거세다. 삭막한 도시의‘변화’를 바라던 바람이 어느새 시골지역에까지 불고 있다. 미술관에서나 볼 법한 작품들이 대형건물 앞이나, 공원, 광장도 모자라 농·어촌까지 점령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미술 열풍은 주로 정부와 지자체, 각 기업에 의해 진행돼 왔다. 공공미술을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주민에게 예술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전라북도 역시 2005년부터 전주와 군산, 진안 등지에서 미술을 공공의 장소로 확대시키고, 일상생활의 행위로 확장시켜내는 공공미술 작업을진행해 왔다.
구도심을 바꾼다-상가의 변신
전북에서도 전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공공작업소 심심(대표 김병수)’을 주축으로 한 남부시장과 전주 동문거리개선프로젝트를꼽을수있다.‘ 심심’은남부시장과전주동문거리 일대를 대상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공간환경개선에 주력, 2006년부터 공공미술 사업을 진행했다. 본래 동문거리는 전주한옥마을 경계지역에 자리 잡은 상업가로 244곳의점포 가운데 빈 점포만도 60여개인 침체된 지역이었다.2006년, ‘심심’은 문화관광부와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전주 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을 진행했다. 동문게이트, 거리미술작업, 공모사업, 빈 점포 갤러리 등을 통해 동문거리를 바꿔나갔다. 그 결과 30개 점포가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빈 점포 61곳 가운데 20여 곳의 임대차 계약이 점포주와 입점 업주 간에 이뤄지는 성과를 보였다.2008년부터는‘한국토지공사 사회공헌사업 초록사회만들기’의 후원으로 재래시장에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아트 남부시장 리폼 프로젝트’를 3년간 시행하고 있다.지역의 젊은 작가들로 구성된 숨조형연구소는 1999년부터 전주 삼천동 삼익수영장 로타리 공간화사업을 시작으로덕진공원 벽화작업, 숨쉬는 회색담, 전주국제영화제 구도심재생 프로젝트 등을 통해 소통의 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농촌, 문화의 옷을 입다
진안군은 공공미술 사례 중에서도 우수사례로 꼽힌다.2007년 진안군은 전주대학교 (X-edu 사업단)는 협정을 맺어 간판바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이때 총 22개 상점의 34개간판은 교체하거나 새로 제작됐는데, 이후 작은 시골 마을은독특한 간판으로 단숨에 유명해졌다. 진안군은 이어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2007 아트 인 시티’공모에 선정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농촌의 생활환경을 토대로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을 끌어내 다채로운 농촌형 공공미술 프로그램을제시했다.진안의 경우 문화를 매개체로 사라져 가는 시골마을 특유의‘공동체’정신과 지역 경제를 살려보자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프로젝트가 진행돼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삶의 터전에 생기를 불어넣다
군산은 2006년, 공공미술추진위원회와 문화관광부가 진행한‘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 미술사업’으로 선정돼‘천야해일(天夜海日)’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망동 곳곳의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고,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과 미술품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또한 2009년에는 군산 구불길 코스의 벽면에 각 마을에 맞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 넣거나타일벽화를 만들어 마을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이외에 완주군은 상관과 용진 고산 화산 등 4개 면 지역 마을 담장에 마을을 상징하는 공공미술작업을 진행했고, 고창 돋음별 마을의‘국화꽃 벽화 프로젝트’는 국화로 유명한 지역적 특성을 잘살린 공공미술로 평가받고 있다.최근 완주군은 국비와 군비 각 6억원 등 모두 12억원을 들여‘해피 人예술마을’을 조성계획을밝혔으며, 남원시는‘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공모사업에 선정돼 (구)서도역에 소설『혼불』의 배경을 테마로 하는 미술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다.
빗나간 공공미술 열풍
그동안 전북의 공공미술 작업은 황폐했던 공간을 아름답게 바꾸고 지역의 문화와 환경 등을 재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공미술에 대한 작가나 시민들의 이해부족과 개념 미정립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분분하다. 최근 공공미술은 형식적인 주민과의 소통, 관리부족, 지속성 결여, 작가들의 지나친 예술적 가치관 부여 등으로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군산 해망동 프로젝트인‘천야해일’의 경우‘소외지역 생활개선 위한 공공 미술사업’으로 총7,0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며 흉물로 전락,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전주 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은 지역의 경관을 위해 거리나무식재 사업을 진행했지만 거추장스러운 설치물로 인해 주민들이 반대, 철거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공미술 작업이 자연미를 훼손하며 오히려 거리 미관을 산만하게 할 뿐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을 이루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공공미술은 공공성을 갖는 예술이다. 공공미술의 가치는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일상생활의 미적 정서를 고취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공공미술 작업을 살펴보면 오히려‘공공성의 실현’을 훼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전북에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공공미술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공미술의 진정성 회복이 주목된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