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
[서평] 『전자책의 충격』
관리자(2010-10-04 18:40:42)
『전자책의 충격』
출판문화의 미래를 엿보다
- 이근영 프레시안 플러스 대표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처음 내놓았을 때 그 성공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자책이라고? 과연 독자들이 책장을 넘겨가며 책을 보는 독서의 재미와 오래된 습관을 포기할 것인가? 자신의 책을 쌓아 놓고 사인회를 하던 저자들은‘물적 형태’를 가진 책이 주는 저자로서의‘자랑거리’인 책을 버릴 수 있을까? 기존 출판사들이 매년 일정한 수입을 제공하던 기존의 종이책 시장 대신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불확실성의 바다로 뛰어들 것인가?하지만 킨들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2009년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는 이미 하드커버 종이책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킨들의 성공 이후 이제 전자책은 독자와 저자 그리고 출판사들에게 분명한 미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책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 것이며 과연 종이책을 대체할것인가?
전자책, 새로운 문화의 막을 열다
사사키 도시나오의『전자책의 충격』은 그런 질문에 상당히충실하게 답하고 있는 책이다. 혹시 아이패드와 같이 인터넷도 되고 전자책도 읽을 수 있는(삼성의 갤럭시 탭은 휴대전화 기능도 갖고 있다) 다용도 기기를 살 것인지 아니면 킨들과 같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사야할 것인지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킨들과 아이패드, 아마존과 애플 그리고 구글의 전자책을 둘러싼 다양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1장과 2장이 도움을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책만 보는 전용단말기나 책만 파는 인터넷 서점은 윈도우가 등장하기 전의DOS같이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이 책에서 진정 흥미로운 부분은 3장‘자가 출판의 시대’와 5장‘책의 미래’다. 저자는 전자책이 기존의 복잡한 출판과정과 책의 유통 과정을 단순화시켜 개인이 직접 책을 출판하고 유통시키는 자가 출판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측한다.많은 사람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누구나 원고를 올리면 전자책으로 바꾸어 유통시켜주는 자회사를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저자가 직접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출판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장악하게 될 주체가 아마존과 같은 유통회사일지, 애플 같은 단말기 제조 회사일지, 구글과같은 온라인 대표 업체들일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책의 출판에서 출판사들이 갖고 있던 막대한 영향력이 상당히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우리 출판사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전자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궁금해 할 문제인 그렇다면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는 5장은 다소 실망스럽다.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구텐베르크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시원한답 대신에 종이책과 전자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절충적 예측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가 가는 답이기도 하다. 많은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답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변화는 올까?
그렇다면 국내의 전자책 사정은 어떤가?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간과된 이 부분은 책의 끝에 붙어 있는 국내 전자책의 현황에 대한 글이 보충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에 대항해서 국내의 단말기 업체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 출판계는 아직‘전자책의 충격’에 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전자책 혁명은 기존의 어떤 기득권도 국경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저자가자신의 책을 직접 출판해 애플의 아이북이라는 장터에서 전 세계 독자를 상대로 책을팔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측면도 있지만, 외국의 거대, 출판사들은 한국에 책을 라이센싱하지 않고 직접 한국어로 출판해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 새로운 문화 전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전자책의 충격』은 모든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생각의 단서를 제공하는 책이다.
이근영 <프레시안플러스> 대표를맡고있다.『 막시무스의지구에서인간으로 유쾌하게사는법』,『손녀딸 릴리이게 보내는 편지』등의 저자 겸 번역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