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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
[서평]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관리자(2010-10-04 18:40:51)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설문대할망, 신과 인간의 공존을 택하다 - 김동영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BK21 연구원 태초에 이 세상은 신의 영역에 있었으며 인간은 감히 신의 세계에 대해 대적하지 못하고 단지 경외하고 의례로서 신을 달래거나 즐겁게 하여 인간에게 아무런 탈이 없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점차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지며 자연이라는 무질서의 세계에서 문명이라는 질서의 세계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그 결과 신과 인간은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고 싸움이 일어난다. 이 싸움은 처음에는 신의 승리로 끝나는듯하지만 장기적인 싸움에서 승자는 인간이 되고 신은 이 세상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인간은 이 세상에 대한 절대적 운영자가 된다.위와 같은 신화의 내러티브는 동양과 서양에 똑같이 나타나는데, 차이가 있다면 서양의 신화는 신과 인간의 긴장과 경쟁관계를 강조하는 반면 동양의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의 화해와 공존을 도모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이 문명이라는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은 신의 능력을 하나씩습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그 과정은 서구에서는 신과의 대립으로 동양에서는 신과의 공존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있다. 신화를 통해 제주의 생성과정 이처럼 태초에 신이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이곳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신이 하는 길쌈, 등불, 조리, 낚시 등을인간이 따라하면서 인간이 신의 영역이었던 문명으로의 진입을 안내하고 인간들과 내기를 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여명을 주던 신이 그 세상을 인간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전형적인 동양의 신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제주도의 설문대할망이다.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는 제주도의 생성과 제주도에서의 인간의 무의식적 집합으로 형성된 의식과 행위 및문명화의 과정을 설문대할망이라는 여신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설문대할망은 키가 어찌나 큰지 일어서면 한라산이 무릎밑에 있고 바닷물이 발목까지 밖에 차지 않았으며, 할망이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가 제주시 앞바다에 있는 관탈섬에 걸쳐졌고 길게 누우면 다리가 바다에 닿아서 잘 때는발이 젖지 않도록 두 다리를 섬 위에 올려놓았는데 서귀포앞바다에 위치한 섶섬에 있는 커다란 구멍 둘은 할망이 발을뻗을 때 엄지발가락이 닿아 생긴 것이라 하니 할망의 어마어마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이렇게 커다란 여신인 설문대할망은 제주도의 곳곳을 만들었고 자신의 삶에 맞도록 자연을 이용하였다. 한번은 설문대할망이 수수범벅을 먹고 설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할망의설사가 어찌나 센지 제주도 사방으로 퍼져 나갔는데 이때 할망의 설사로 인해 생긴 것이 지금의 360개에 이르는 제주도의 오름이며, 설문대할망이 오줌을 누었는데 오줌발이 어찌나 센지 제주도의 땅이 떨어져 나갔는데 이때 생긴 것이 우도이다. 이처럼 배설은 또 다른 생산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설문대할망이 길쌈을 할 때에 접싯불을 올려놓은 곳이 성산일출봉인데 등잔불이 낮아 바위를 하나 더 올려놓아 높였는데 성산일출봉의 많은 기암 중에 높이 솟은 바위에 다시 큰바위를 얹어놓은 모양의 기암이 바로 설문대할망이 등잔으로쓴 등경돌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속옷을 만들어주면 육지로가는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인간들이 설문대할망의 키가 너무나 커 명주 100필을 다 모으지 못하고 99통밖에모으지 못하자 할망이 다리를 놓다가 중단하였는데, 조천리,신촌리 등의 앞바다에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줄기인여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곳에는 없는 오름이나 일출봉의 기암과 여, 그리고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고인 제주도와 우도의바닷물의 생성이 모두다 설문대할망과 관련이 있다. 신화를 통해 본 제주도민의 삶 설문대할망은 제주도의 생성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설문대할망은 인간이 자신을 따라하는 것을 경계하지 않았으며 따라하도록 하여 문명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안내하였다. 아테나 여신이 자신과 길쌈 경쟁을 하려했던 인간 아라크네의 무례를 용서하지 않고 거미로만들어 죽을 때 까지 실을 잣고 베를 짜게 만들어버린 것과달리 설문대할망은 자신이 길쌈하는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주고 인간에게 자신의 속옷을 짜오도록 하여 길쌈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뿐만 아니라 신의 화덕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전해준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 죽을 때까지 독수리한테 간이 쪼아 먹히고 다음날은 먹힌 간이 재생하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되지만, 설문대할망은 솥덕 모양의 바위세 개 위에 솥을 얹혀 앉은 채로 애월리의 물을 떠 넣어 밥을해 먹었는데 제주도사람들은 이를 보고 불 다루는 기술과 조리하는 방법을 배운다.하지만, 인간과 신은 똑같은 공간에서 영원히 함께 살 수없다. 신은 신의 영역이 있고 인간은 인간의 영역이 있는데인간이 신의 영역으로 점차 들어오니 신은 또 다른 신의 영역으로 옮겨가야만 한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인간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조금 익살스럽다.할망은 제주도 안에 있는 깊은 물들이 자기의 키보다 깊은 것이 있는가를 시험해 보려한다. 용담동에 있는 용소가 깊다는말을 듣고 들어서 보니 물이 발등에 닿았고, 서귀읍 서홍리에 있는 홍리물이 깊다 해서 들어서 보니 무릎까지 닿았다.마지막으로 한라산에 있는 물장오리에 들었는데 밑이 터져한정 없이 깊은 물임을 몰랐던 할망은 그만 빠져 죽고 만다.이처럼 설문대할망은 스스로 퇴장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제주도를 인간에게 물려준다. 죽음이 또 다른 생성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부연설명보다는 스스로의 죽음으로 신과 인간의 충돌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제주도를 선물하고 영원히 공존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조금 더 일리가 있어 보인다.제주도 설문대할망은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자신과 공존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여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기술을 차근차근 전수한다. 제주도사람들 또한 신을 이기기 위한 경쟁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친근한 존재로 인식하고 신의 영역을 하나씩 양보하는 설문대할망을 통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마지막으로, 저자는 설문대할망과 관련된 각각의 에피소드에 들어있는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동서양의 다양한신화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제주도 사람들의 해석을 통해 제주도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분석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저자는 길쌈, 항문,배설, 불, 조리, 성기, 다리 등의 다양한 상징을 해석하기 위해 설문대할망신화를 이미 해석되어진 서구의 신화에 대입하여 다시 설명함으로서 제주도 설문대할망신화가 가지는 특수성을 놓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엄청난 큰 키에 제주도의곳곳을 창조한 신이 인간과 내기를 하고 기꺼이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 설문대할망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것만으로도 제주도의 곳곳을 상상하게 만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김동영 대학시절 문화운동과 시민단체에서 문화정책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던 경험을 살려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를취득한 후 현재 고고문화인류학과 BK21연구원으로 재직하고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활성화, 축제, 문화정책, 창조도시 및 창조산업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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