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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 | 연재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 - 전주천가
관리자(2011-03-04 18:31:08)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 - 전주천가 전주천 굽이굽이 이야기가 흐르는 구나 (아니리)

전주천 맑은 물이 슬치(瑟峙)서 나렸으니, 슬(瑟)은 거문고요 치는 언덕이라. 
거문고 언덕에서 나린 물이 전주를 지나가 는데 어찌 맨숭맨숭 갈 것이냐.
저 고렷적 왕산악이 살아온 듯 한 굽이 돌아 둥기덩, 또 한 굽이 돌아 둥덩, 흘러가는 디, 꼭 이렇게 흘러가렷다. 

(노래)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정든 님아 날 좀 보소 
저 다리가 웬 다린가 가지 마라 둘러놓은 물길마다 다리 놓아 바람처럼 
산새처럼 흔적 없이 떠나려고 은석(隱石)1)에 올라서서 안적(雁笛)2)을 불었던가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버선발로 쫓아나가 
두 팔 벌려 색장(塞墻)3)할까 망부석 머리 깎고 승암(僧岩)4)이나 되어볼까 
한벽(寒碧)5)에 기대어 둔 거문고를 끌어안고 에고 에고 울어대니 남천(南川)6)마저 따라 우네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전주(全州)7)는 온고을인데 
님 떠나니 반고을이라 문현(文絃) 무현(武鉉)8) 짚는 손에 한점 두점 
핏물 배어 붉은 매화 피어나니 짚는 족족 매곡(梅谷)9)이라 서천(西川)10)의 
붉은 해가 완산(完山)11)을 물 들이네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다가(多佳)12)했던 이내 얼굴 도토리가 다 되었네 
어은(魚隱)14)처럼 숨어살까 
애고애고 내 팔자야 동서남북 사방팔방 
님 떠난 곳 짚어보다 오른손에 술대15)잡고 
왼손으로 진북(鎭北)16)하네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떠난 님의 자취 쫓아 서쪽에 새 터 잡고 서신(西新)17)이라 이름하여 
거문고를 빗겨 타니 백구(白鷗) 현학(玄鶴) 날아들어 
전주천을 넘나들며 쌍쌍이 짝을 지어 백제(百濟)18)춤을 추어대네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사평(沙坪)19)에 저 발자국 님의 자취 분명한데 
가련(可連)20)한 발자국에 어느 자취 따랐던고 
추천(楸川)21)에서 놀던 님아 화류춘몽(花柳春夢) 얼른 깨어 
금(琴)을 뜯고 슬(瑟)을 타며 금슬(琴瑟) 있게 놀아보세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전주천(全州川)22) 맑은 물에 세심(洗心)하고 돌아서서 
덩기당당 둥기동동 슬기당당 설기동동 
미산(美山) 같은 이내 품에 꿈결인 듯 안기소서 


[창작배경] 소살소살 흘러가는 전주천에 사람이 산다 
전주천은 전주의 동남쪽 완주군과 임실군의 경계를 나누는 슬치(瑟峙)의 북쪽 기슭에서 시작된다. 
작은 개울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차츰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북서로 흘러 남관과 신리를 지나 한벽당에서 크게 방향을 꺾어 남천이 되고매곡교를 지나 서천이 된다. 

하나의 물줄기를 남천과 서천으로 구분하여 부르는 것은 전주부성을 중심으로 남쪽과 서쪽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 물줄기는 이내 추천을 지나 광활한 평야를 지나다가 소양천과 고산천과 합류하여 만경강으로 흘러 서해로 향한다.그러나 지금 물길을 낸 전주천은 그러나 원래 줄기가 아니다. 옛 하천의 줄기는 한벽당 아래에서 이목대와 오목대를지나 현재 기린로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렀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 물이 덕진연못을 거쳐 추천대교 방향으로 가는데1939년 극심한 가뭄에 덕진연못의 북서쪽 모퉁이 연못 아래를 지하 10척 정도 파내려간 적이 있었다. 이 당시 지하에서 많은 냇돌을 파 올렸는데 지금도 덕진연못과 전군도로와의 사이를 파보면 하천으로 형성된 모래층이 나타난다고한다.

전주천의 물길이 바뀐 것과 관련해서 흥미 있는 이야기가있다. 옛날 전주시가의 집들은 동쪽으로 산을 등지고 서쪽을향해 있었다. 그 당시의 전주는 재물은 풍부하지 않았으나대신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물길이 바뀌고집들의 방향이 남쪽을 지향하면서 재물이 풍부해진 대신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전주천을 걷다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가만가만 들려주는것이 바람이다. 바람은 물줄기의 속도에 맞춰 흐른다. 그 속도는 곧 사람들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철딱서니없이 휭하니 앞장서 가지도 않고 저만큼 뒤처져서 게으름을피우지도 않는다. 바람이 물길의 마음을 읽어내고 물길에 사람의 마음이 비쳐 나란히 흘러가는 전주천. 가을이면 억새가물결을 이루며 소살소살한 운치를 안겨준다.전주천에는 많은 다리가 놓여 있다. 그 중에 꼭 기억해두어야 할 재미있는 다리 이름이 몇 있다. 

문 밖에 형성되었던 장터들의 이름을 따서 예전에 싸전(쌀가게)들이 모여 있었다하여 싸전다리(구 전주교), 맷골로 넘어가는 다리라 해서 이름 붙은 매곡교(梅谷橋)는 쇠전다리, 설대전다리, 연죽교(煙竹橋)라는 별칭이 있고, 지금의 완산교는 서해 쪽에서올라온 소금전이 형성되어 소금전다리, 염전교라 했다. 다리에 붙인 이름만으로도 그 다리를 왕래했던 사람들의 인정이고스란히 전해짐을 알 수 있다.‘전주 부성 동쪽머리 만마관(萬馬關) 골짜기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하는 전주천 물살은, 좁은목을 지나, 강모가 내내 하숙하고 있던 청수정의 한벽당에 부딪치며, 각시바우에서 한바탕 물굽이를 이루다가, 남천교(南川橋), 미전교(米廛橋),서천교(西川橋), 염전교(鹽廛橋)를 차례차례 더터서 흘러내리며 사마교(司馬橋)를 지난다. 그렇게 모래밭을 누비고 흘러오던 물결이, 긴 띠를 풀어 이곳 다가봉의 암벽 아래 오면급기야 천만(千萬)으로 몸을 부수며 물안개를 자욱하게 일으킨다.

’<최명희, 『혼불 2권』(한길사·1997) 164쪽>일부러 시간을 두고 전주천을 걸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설혹 마음이 있더라도 바쁜 일상이 발목을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짬을 내서 전주천을 걷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주천의 진면목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벽당에 와서 부딪치는 물살과 그 바람을 작가 최명희는 포착하고 있다. 그물살이 저만치 떠내려가기 전에 서둘러 한벽당을 내려와 물살을 좇았으리라. 

남천교, 미전교, 서천교, 염전교…. 물살은인간의 길과는 어긋나게 흐르지만 결코 궁극에는 나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리라.이렇듯 물은 물과 겹치고 물이 물을 품어 더 큰 물이 된다.인간의 삶이 그와 같다. 나와 네가 하나가 되고 그것이 우리가 될 때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한 번 해봐라. 물방울에물방울을 더하면 그게 하나가 되는지 아니면 둘이 되는지.물은 만물을 품어 스스로 만물이 될 줄 안다. 그러니 누군들물에 비쳐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으랴! 얘기보따리 : 문신, 신귀백, 이병천,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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