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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4 | 문화현장
2011전주국제영화제 미리보기
관리자(2011-04-12 15:55:01)

2011전주국제영화제 미리보기


낯설지만 실험적인 다큐, 우리를 매혹한다 - 황재근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가 12번째 영화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는 지난 3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영화제의 특징과 전체 상영작을 발표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소통하는 영화제, 스마트한 영화제, 유쾌한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마니아들은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펼쳐질 행복한 여정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올해 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일으킬 작품은 무엇일지, 어떤 배우와 거장들이 영화제를 찾을지 궁금함에 설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2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들을 살짝만 들여다보자. 다큐멘터리 강세, 첨단의 미학을 기대하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은 전 섹션에 걸친 다큐멘터리의 강세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예년에 비해 다큐멘터리 작품이 많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 상영될 다큐멘터리들은 일반적인 다큐와는 다르다.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모색하는 낯설지만 실험적인 작품들”이라며“극영화와 다큐 사이에서 규정짓기 모호한 작품들도 많다. 이번 영화제에 오신다면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편경쟁부문 대상작품을 폐막작으로 선정하는 것도 이전 영화제와 달라진 점이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한국영화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같은 취지로 올해는 최초로 국제경쟁부문에 한국영화를 초청했다”고 밝혔다.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이다. 미국과 한국 간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밀월관계를 비판적으로 파헤친 작품이다. 지역 영화와 영화인을 발굴하는 로컬시네마 전주 역시 강화됐다. 단편만 모아 상영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장편 하나와 단편모음집을 상영한다. 올해 로컬시네마 장편으로는 백정민 감독의 <위도>가 선정됐다. 또 하나의 변화는 관객과의 소통 강화다.


기존 관객과의 대화 강화한 오프스크린 행사가 눈에 띈다. 홍상수 감독과 소설가 김연수씨 간의 대담, <인사이드 잡>의 찰스 퍼거슨 감독과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와의 대담 등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그동안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단순히 감독님을 모시기만 했는데 올해부터는 관객들에게 보다 재밌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해 대담의 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주, 이란영화를 선택하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선택한 개막작은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허디 감독이 만든 <씨민과 나데르, 별거>다. 파르허디 감독은 2003년 첫 장편데뷔작인 <사막의 춤>부터 최근작인 <씨민과 나데르, 별거>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제영화제의 주요한 상들을 휩쓸며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3번째 장편인 <불꽃놀이>는 2007년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씨민과 나데르, 별거>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상품성을 겸비한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는 법정 안에 앉아있는 부부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부인 씨민은 딸을 위해 이민을 가고 싶어 하지만 남편 나데르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때문에 이란에 남고 싶어 한다. 씨민은 자신의 이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별거를 선언하고 친정으로 가버린다.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나데르는 임신한 가정부 라지에를 고용한다. 그러나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자 나데르는 라지에와 몸싸움을 벌이고 그 와중에 라지에는 유산을 하게 된다. 라지에 부부는 나데르를 살인죄로 고소한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딜레마를 통해 이란 사회에 내재돼있는 다양하고 보편적인 사회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전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이란영화 <오프사이드>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지난해 12월 반체제 활동을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6년의 징역형과 영화활동 금지를 선고 받은 바 있어 이번 개막작 선택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유운영 프로그래머는“파르허디 감독은 파나히 감독과도 친밀한 사이다. 


이번 개막작 선정이 이란 영화계에 작은 힘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경쟁부문, 미래의 거장들을 보라 국제경쟁부문에는 세계 각국의 신인감독들의 작품 중 12편이 초청됐다. 이중 데뷔작이 6편, 두 번째 장편이 6편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영화가 6편, 유럽영화 3편, 미주영화가 3편이다. 특히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스페인영화가 이례적으로 두 편 초청된 것이 눈에 띈다.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주역들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한국 장·단편경쟁작품도 발표됐다. 이번 경쟁부문에는 장편 81편과 단편 544편이 출품돼 장편 10편과 단편 12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장편부문 대상작은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선정된 10편의 장편영화는 < 보라>(감독 이강현), <동굴 밖으로>(감독 안건형), <사랑할 수 없는 시간>(감독 김희철), <트루맛쇼>(감독 김재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감독 박찬경), <뽕똘>(감독 오멸), <캐릭터>(감독 손광주),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들>(감독 어일원), <사랑의 확신>(감독 박경목), <사물의 비밀>(감독 이영미)이다. <보라>는 전통적인 육체노동의 세계와 사이버 네트워크의 세계, 사진 찍기로 대표되는 여가활동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시도한다. <동굴 밖으로>는 고양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시작해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나아가다가 종국에는 이미지에 대한 메타비평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트루맛쇼>는 방송에 차고 넘치는 맛집 방송의 허구성, 기만성을 철저하게 해부하는 작품이다. <뽕똘>은 제주의 특색을 잘 살린 유쾌하고 흥미로운 로컬시네마다. 단편 부문의 경우 HD형식이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외국에서 한국 고용주에 의한 한국 노동자 착취 문제를 다룬 <가재들이 죽는>, 홍상수 영화의 분위기를 담백하게 느낄 수 있는 <술술>, 엄마의 은밀한 판타지를 매우 재미있게 그려낸 <고백>, 선생과 학생의 역할을 전도해서 우리 사회를 명쾌하게 비판한 <나쁜 교육>, 우리 안에 있는 이국인 차별을 코믹적으로, 그러나 아프게 그려낸 <플라콩>, 청년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편집이 돋보인 <모험>, 엉뚱한 코믹적 상상력이 뛰어난 <더블클러치>, 강남 부동산 신화의 허망함을 조망한 다큐멘터리 <모래> 등 12편의 단편경쟁작품들을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팬들 만족시킬 풍성한 상차림 2007년 부터 매년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을 선정하여 단편영화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왔던‘숏!숏!숏!’프로젝트는 올해의 주인공으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8)등을 만든 부지영 감독과 <똥파리>(2008)로 각종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양익준 감독이 선정했다. 


두 젊은 남녀 감독이 만든 올해 프로젝트의 주제는‘사랑’이다. 부지영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과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은 <미친愛>라는 제목으로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 상영된다.‘디지털 삼인삼색’에서는 장-마리 스트라우브의 <후예>, 클레어 드니의 <데블>, 호세 루이스 게린의 <어느 아침의 기억>을 만나볼 수 있다. 유럽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세 감독의 특색이 담긴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인 <달빛 길어올리기>와 임감독의 대표작 <만다라>,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등 7편을 선보인다. 포커스 섹션에서는 이명세 감독의 특별전이 준비돼있다. 시대를 앞선 미학으로 유명한 이명세 감독의 전작 8편과 두편의 메이킹 다큐가 상영된다.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마스터클래스’의 강연자로는 영화감독 클레어 드니, 촬영감독 김우형, 영화이론가 노엘버치가 나선다. 2003년부터 시작한‘마스터클래스’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강연+토론’학술프로그램이다. 2011년‘마스터클래스’는 한해 한 분야의 전문가들만 초청했던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감독, 촬영, 영화평론의 거장들을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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