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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 | 문화현장
명인, 그들이 보여준 그 깊은 감동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20주년 기념공연
황재근 기자(2012-01-05 13:49:10)

수십년 한길을 걸었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운이 빠져 주저앉고 싶을 때도 다시 일어서고, 험난한 장애를 만나도 이겨내고 가야 한다. 그렇게 그의 걸음이 후대에게 새로운 길이 됐을 우리는 그들을 명인이라 부른다.


우리 춤과 가락의 다섯 명인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2 2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열린 <전라도의 , 전라도의 가락> 20주년 기념 공연이었다. 지난 1992 ()마당이 주관해 처음 시작된 <전라도의 , 전라도의 가락> 열아홉해 동안 우리전통 가락과 춤의 원형을 보존하고, 숨어있는 소리꾼들과 춤꾼들을 찾아 무대에 올려왔다. 스무번째 무대에 명인들을 초청한 것은 그들처럼 한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숨죽이고 수밖에 없는 무대


명인, 그들 주제로 이번 공연에는 자타공인 명인의 반열에 오른 예인들이 무대를 빛냈다. 거문고의 김무길, 대금의 이생강, 손수건춤의 김광숙, 가야금의 김일륜, 판소리의 안숙선. 다섯명인들이 펼치는 우리 가락과 춤의 깊이에 객석은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명인들과 호흡을 맞출 반주와 시나위는 전주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조용안을 비롯해 국립남도국악원 노택용,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김건형, 박진희, 황승주 씨가 맡았다. 무대는 명인들에게 헌정하는 후배들의남도 굿거리시나위 연주였다. 민속악인 무악에서 비롯된 시나위는 일정한 형식 없이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느릿하게 빠르게, 잔잔하게 흥겹게 이어진 시나위가 명인들의 무대에 앞서 분위기를 돋웠다. 이어진 무대는 김무길 명인의한갑득류 거문고 산조였다. 유일하게 거문고 산조의 대가인 한갑득과 신쾌동을 모두 사사한 김무길 명인은 각기 다른 대가의 특성을 조화시킨 가락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생강 명인은 직접 집대성한이생강류 대금산조 연주했다. ‘이생강류 대금산조 가락이 격렬하며, 음을 끌러 올리거나 흘려 내리는 연주법이 특징이다. 명인의 대금소리를 듣기 위해 객석은 숨을 죽이고 무대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궁중 정재무와 금척무의 맥을 잇고 있는 김광숙 명인은 예기무중 손수건 춤을 선보였다. 긴수건 대신 작은 손수건으로 펼치는 살풀이 춤이다. 특히 춤사위 자연스레 떨어뜨린 수건을 입으로 물어 올리는 대목이 관객의 눈을 잡아끌었다.



스무살 <전라도 ·가락> 보내는 가장 격려


전통 가야금의 가락을 계승하며 현대화를 이끌고 있는 김일륜 명인은신관용류 가야금 산조 연주했다. 한올한올 음의 완급을 다듬어 엮어가는 김일륜 명인의 산조는또박하게 맺고 푸는 소리라는 그에 대한 평가를 실감케 했다. 한국의 프리마돈나라고도 불리는 안숙선 명창은 춘향가 암행어사 출두하는 대목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어사또 이몽룡이 변사또가 벌려놓은 잔치판에서암행어사 출도야!” 외치자, 혼비백산해 도망가는 탐관오리들의 행태가 명창의 목을 통해 우습고도 통쾌하게 터져 나왔다. 마지막 무대는 공연 전날 불의의 사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장금도 명인의 민살풀이춤 영상이었다. 장금도 명인은 국내에 명밖에 남아있지 않은 민살풀이 춤의 대가. 관객들은 영상으로나마 그의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평생을 갈고 닦아온 예인의 혼을 담아낸 명인들의 무대는 갈채와 환호가 아깝지 않았다. 그들의 무대는 이제 청년으로 접어든 <전라도의 , 전라도의 가락> 가장 어울리는 응원이자,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가장 격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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