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전주는 왜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가? ‘한국적’이라는 개념적, 이론적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전주를 재조명 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제13회 전주학 학술대회>다.
12월 9일, 전주시와 전주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제13회 전주학 학술대회-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열었다. 전통문화의 중심, 음식문화의 정수, 풍류의 고장 등으로 불리는 전주. 이 학술대회는 전주가 왜‘가장 한국적인 도시’인가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통해 도시정체성의 근원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이날 연구자들은 생활의 기반인 의식주를 비롯하여 인문학의 토대인 문학·역사·철학과 예술 등의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문적 논의를 종합하여 전통문화도시‘전주의 모습’을 그려냈다.
학술대회는 7개의 주제를 2부로 나뉘어 주제발표와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송재복 호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서는 문(文)·사(史)·철(哲)·예(藝)의 4개 분야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첫 번째 발제를 한 김헌선 경기대 교수는‘전주지역 구전설화의 유형과 미학’을 주제로 전주의 풍류와 미학을 대표할 만한 설화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전주가 의사소통의 중심지, 설화의 소통이 이루어지던 곳임을 강조했다. 전주의 설화는 역사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인물을 기리고, 일상 체험으로 삶전체의 근본을 이야기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지역사로 본 한국적 도시 전주’를 주제로 전주가‘한국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전주의 지역사가 한국적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주의 공간적 범위와 변화를 시간적 흐름 속에서 살펴보며 한국사 전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본 조 교수는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첫수도, 조선왕조의 개창, 동학농민혁명의 중요지역으로서의 전주의 역사적 경험이 한국적인 도시로서의 위상과 내용에 부응한다고 밝혔다. ‘풍류정신과 전주’로 발제를 이어간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라는 의미에서 전주의 전통문화를 고유사상인 풍류도와 관련시켰다. 정서와 정감을 중시한 풍류도의 전통이 전주를 예술의 고장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한 최 교수는 전주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것은 전통문화가 가장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데서 나올 수 있으며, 나아가 한국의 사상적 전통이 전주권의 문화에서 잘 구현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유영대 고려대 교수는‘한국전통예술의 중심도시 전주’에서 특히 전주대사습놀이에 주목했다. 300년의 역사를 가진 전주대사습놀이의 전통성과 현재성을 살펴본 유 교수는 1975년부터 판소리 명창을 선발하는 경연대회로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에 대한 개선점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사습놀이가 살아있는 전통으로의 기능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경연과 축제의 성격이 양립해야 한다는 점,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의 진행된 2부는 의(衣)·식(食)·주(住)의 3개 분야를 살펴보며 전주의 문화적 토대와 정체성을 논의했다. 박현정 전주대 교수의‘전라도 신부 혼례복 청색 원삼의 유래’에서는 20세기 전반기 전라도에서 착용된 신부의 전통혼례복인 청색 원삼을 조사하고 그 유래를 밝히기 위해 조선시대 궁중 의례복 원삼의 신분별 색을 고찰했다. ‘한국 음식문화와 전주’를 주제로 이영은 원광대 교수는 전주가 유리한 환경에서 여러 가지 풍부한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 수 있었고 전주가‘맛의 고장’으로서 한식의 원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해경 전북대 교수의‘전주한옥마을 한옥의 유형과 특성’에 대한 발제에서는 도시 경관 측면에서 한옥마을을 살펴봤다. 남 교수는 한옥마을이‘살아있는 한옥건축 박물관’으로 가치가 높다며 한옥의 유형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이는 주거지로서 전주한옥마을의 성격을 규명하고 개발과 발전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