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의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작품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아시아의 거장 감독이다. 그가 낳은 한 핏줄 영화인 <공기인형(2009)>, <걸어도 걸어도(2008)>, <아무도 모른다(2004)> 등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 판타지, 공포, 코미디, 시대극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 이 다양함을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는 분명해 보인다. 바로 현대인을 둘러싼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 등을 그려내는 감독은 특히 일본사회에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되짚어 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속 가족은 무언가 결핍되고 불완전하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사라지거나 죽고, 때로는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이들이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감독은 그것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영화 <공기인형>은 어느 날 갑자기 감정을 갖게 된 공기인형 노조미가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다. 마음을 갖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며 인간이 되어가는 공기인형‘노조미’를 연기한 배두나는 외국 배우로는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일본 3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제3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최우수감독상을 비롯해 일본 내 주요영화제 6개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가족 간 소통의 부재로인해 야기된 현대사회의 가족 문제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돌아가실 때까지 풀지 못했던 아버지와 자신과의 관계를영화 속‘료타’에게 투영시킨 감독은 죽은 장남의 기일,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보내는 왁자지껄한 하루를 영화로 만들어 냈다. 뒤늦은 후회와 미련으로 슬픔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 오랜 앨범 속을 들여다보듯 행복했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아쉽고 그리운 인생의 한 순간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포착해냈다.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실제 일어났던‘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 <아무도 모른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고 공적 서류상으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버림받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6개월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게 된다. 결국 가장 어린 동생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감독은 이 끔찍한 불행에 내몰린 아이들의 삶을 부정적인면만 강조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아이들끼리 살아가려는 이해와 기쁨, 슬픔, 그리고 희망의 순간들을 햇살 가득한 화면에 담아낸다. 이런 점에서 한 평론가는 감독이 밖에서 지나치는 시선들이 보는 지옥을 묘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 내면으로부터 볼 수 있는 풍요로움을 묘사하고자 하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 사이의 소통의 부재, 인간 내면의 공허함을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세밀하게 그려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TV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던 시절부터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는 감독은 도시 속에서 홀로 외롭게살아가는 현대인, 그래서 더욱 따뜻한 가족의 품안을 꿈꾸는 사람들을 스크린 안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