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DNA를 아십니까?
이어령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비빔밥DNA’가 있다고 했다. 뭐든지 기존의 것을 합치고, 섞고, 비비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비빔밥 DNA’야말로 대한민국이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취약한 대한민국이 디지털시대, IT시대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비빔밥 DNA’에 있다.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을 섞고, MP3 기능을 섞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냉장고에 TV 기능을 비비고 인터넷 기능을 섞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도, 바로 이‘비빔밥 DNA’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낡은 요소의 배합
이렇듯 아이디어는 기존의 낡은 요소를 비벼내는 과정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란 새로운 것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는 말, 그림, 스토리, 콘텐츠 등을 적재적소에 크리에이터(Creater)들이 응용했을 뿐이다. 그 때 그 때의 프로젝트를 보고 자신의 직간접적인 낡은 요소를 대입하여 연관성을 찾고 새로운 응용과 배합을 통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든 것이 아이디어라는 형태로 나타났을 뿐인 것이다. James W. Young이라는 카피라이터는 아이디어를 내는데 2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미 설명한대로 아이디어란 낡은 요소의새로운 배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물의 상관관계를 볼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2가지 원칙은 반드시 다섯 가지 단계를 밟는다.
▶ 1단계
소가 풀을 뜯는 것과 같이 가급적 많은 자료를 수집하라
첫 번째 단계는 자료수집단계다. 자료는 특정한 자료와 일반적 자료로 나뉜다. 특정한 자료란 제품과 이 제품을 팔려는 대상인 사람에 관한 것이고, 일반적 자료는 특정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상식이다. 아이디어란 낡은 요소의 새로운배합이기 때문에 이 일반적 자료가 많을수록 비빌거리가 많아진다. 카피라이터 명예의 전당에 오른 클로드 홉킨스는 말한다.“크리에이터는 구체적인 사실 이외에 일반적인 자료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새로운 생각을 위한 대상이 인간이기때문이다. 즉, 구체적인 제품자료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자료를 서로 배합할 때에 아이디어가 나온다. 따라서 모든크리에이터는 무엇에든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 인간에대한 관심, 문화에 대한 관심,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 2단계
소가 풀을 먹고 소화시키는 것처럼 푹 삭혀라
두 번째 단계는 소화단계이다. 자료가 수집되고 난 다음은 마치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소처럼, 모든 자료를 삭혀야 한다. 한 가지 사실을 이모저모로 돌려가며 살펴서 그 뜻을 알아보고 두 가지 사실을 연관시켜서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살핀다. 이 단계에서는 2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 하찮아 보이는 생각조차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둘째, 생각하는 일이 점차 싫증이 나게 된다. 그러나 싫증이 난다고 집어 치워서는 안 된다.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 3단계
배터지게 먹은 소가 낮잠을 자듯, 모든 것을 잊어라
세 번째 단계는 망각단계이다 모든 것을 잊고 잠재의식으로 돌려버리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생각하던 것을 무의식상태에 맡겨버리고, 상상이나 감정을 북돋워주는 일로 머리를 돌려버려야 한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시나 소설을 읽는다. 이런 엉뚱한 짓을 하더라도 우리의 잠재의식속에서는 생각의 회로에 미세전류가 흐른다. 소가 배터지게 먹고 낮잠을 자더라도 소의 몸속에서는 끈적끈적한 위액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4단계
소가 되새김질하듯,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네 번째 단계는 되새김 단계다. 전혀 상상치도 못한 때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여기에서 아이디어의 3상(床)법칙이란게 있다. 침상(잠자리), 칙상(화장실), 마상(버스나 지하철)에서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반쯤 뜬 상태에서 비몽사몽 중에 떠오를 수도 있고, 화장실에서 면도를 하다가 거울을 보면서 떠오를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 창밖을 멍청하게 쳐다보고 갈 때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 5단계
마침내 소가 삼키는 단계다
마지막은 아이디어의 현실화 단계다. 새롭게 태어난 아이디어를 현실의 세계로 끌어내는 단계다. 어느 순간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도 책상 앞에 앉아서 다시 생각하면 이상할 때가 많다. 따라서 떠오른 아이디어는 움켜쥐고 있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란 스스로 퍼져나가는 특성을 지녀서 그 아이디어를 본 사람은 감탄하게 되고, 자극을 받아 거기에 좀 더 보태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 미완성이 완성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아이디어, 새로운 사업구상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떠나보는 게 어떨까. 한 마리 소가 되어 아이디어를 내는 힘들고도 뿌듯한 다섯 가지 단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