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2 | 문화현장 [현장]
골방에서 끄집어낸 예술인들의 진짜 목소리
목소리 101개의 코멘터리展 | 12월 29일~1월 4일 | 두레공간 콩)
황재근 기자(2012-02-06 14:06:13)

지난 12 29일부터 1 4일까지 동문거리의두레공간 에서는 이상한 전시가 열렸다. 그림도 아니고 사진도 아닌 A4 용지가 다닥다닥 붙은 전시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손글씨로 깨알같이 적힌 내용들은 하나같이 예술과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에 대한 글들이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예술은 지금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예술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전북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은 어떠한가? 난해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학계나 행정계가 아니라 예술가 자신들이 답했다. 숨조형연구소가 진행한 <목소리101개의 코멘터리展>이다. 지난 10월부터 준비한 프로젝트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을 통해 6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해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박진희 숨조형연구소 대표는무엇보다 현장의 예술인의 솔직한 목소리를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말한다. “사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는 항상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요즘 먹고살만하냐’,‘ 어떻게 먹고 사냐이런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 한탄과 뒷담화로 끝난다. 목소리들을 골방에서 끄집어내 공유해보고 싶었다. 당장 어떤 답을 내놓기보다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생각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봤다.”흔히 하는 설문조사 대신 백지를 내민 것도 같은 취지다. 설문지에는 어떤 형태로든 주관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형식도 제약도 없는 백지에 익명으로 솔직한 의견을 받았다. 미술, 국악, 연극, 문화단체 활동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모았다. 창작환경 문제에 가장 취약한 2~30대의 작가들이 직접 조사자로 나섰다. 박진희 대표는시각 예술인들의 경우는 창작공간 확보,전통예술인, 공연예술인들은 공연활성화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고, 분야를 막론하고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과제로 언급했다 말했다. 어느 때보다 문화예술 컨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기이지만, 예술인들의 창작환경은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장르를 막론하고 신진예술인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전북의 현실은 열악하다. 시각예술분야를 예로 들면 창작스튜디오나 유휴공간을 활용한 레지던스 프로그램, 국제레지던스 참가지원 다양한 형태의 창작환경이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전북 지역은 흐름에 뒤쳐져있다는 중론이다.“행정기관의 지원 자체는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단순한 지원이 아닌 예술가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그창작활동이 지역에 창조적 역할을 하는 그런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혜적으로 뭔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있는 역할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인 스스로의 자세변화도 필요하다는 것이 대표의 생각이다. “행정지원과 시스템에 기대기 전에 예술인들이 우리 스스로의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반성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먼저 창작환경 개선을 위핸 노력을 시작하고, 의지가 함께 모여 커질 , 예술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있을 것이다.”



나은 환경 만드는 선배들


이번에 열린 <목소리 101개의 코멘터리展> 앞으로 계속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대표는 장르와 연령대를 보다 다양화해 지속적으로 예술인들의 의견을 모아 분기에 번씩 이번과 같은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8 경에는 이렇게 모인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민예총 문화단체와 함께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제가 미술 쪽에 종사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각예술 쪽에 계시는 분들 의견이 많았다. 시작은 제가 했지만 원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프로젝트를 함께하려고 한다. 그렇게 장르나 연령대를 넓혀서 천장이 되고, 만장이 된다면 무언가를 바꿀만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공개토론회를 통해 예술인들의 고민거리를 끄집어내고 대안모색까지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의견이 행정과 예술현장에 반영되는 것이 목표지만, 당장 그렇게 되지 않는다해도 과정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가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은 누구보다도 새롭게꿈을 키워가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 때문이다. 그들 세대 역시 전업예술인이 되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후배들을 위한 환경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 역시 아파트 지하의 작업실을 얻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힘들고 배고픈 시간이었다. 그런데그때의 잣대로 지금 젊은이들을 그대로 재단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삶이 달라졌다. 물가도 올랐고, 가치관도 변했다. 이전에비해 나은 여건을 후배들에게 마련해주는 것이 선배들의 몫이다.” 술자리 뒷담화에서 전시장으로 끌어올린 예술인들의 날목소리가 지역 문화예술계에 변화를 가져올 있을까. 작지만 참신한 프로젝트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