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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 | 연재
클래식 뒷담화
관리자(2012-03-07 16:05:58)

지휘자의 지휘봉, 짧은 게 좋을까요? 긴 게 좋을까요?

문윤걸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똥! 덩! 어! 리!’ 한동안 이 말이 유행어였던 적이 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인기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짱인 지휘자‘강마에’가 독설을 내뿜고 그 독설에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한마디 대꾸도 못하는 단원. 이 장면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며‘강마에’는 지휘자의 상징이 되었지요. 확실히 오늘날 지휘자가 갖는 권위와 권한은 대단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합창단원의 선발 권한은 물론이고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방식으로 청중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완벽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우리가 듣는 음악은 엄밀히 말하면 작곡가의 것도 아니고, 연주자의 것도 아니고 지휘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지휘자가 갖는 이 절대적인 권한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 일까요.‘합주나 합창에서 지휘자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이 신념은 왜 도전받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지휘자가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짐작하건데 여러 사람이 합주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음악을 리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고, 또 새로 만든 작품을 연주하려면 작곡가의 지시를 받아야 했을 것 입니다. 그래서 초기의 지휘자들은 대부분 작곡가들이 겸했습니다.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연주자들 앞에서 지휘봉과 손으로 음악을 이끄는 지휘자는 없었습니다. 마치 지금의 실내악 연주처럼 다른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눈짓으로 사인을 보내거나, 영화‘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같이 피아노나 쳄발로를 연주하면서 지휘를 하거나 그랬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휘하는 사람을 콘서트마스터(오늘날로 치면 오케스트라악장)라 했고, 쳄발로를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저음이나화음을 보충하며 지휘하는사람을 악단장이라고 불렀는데, 바이올린 지휘자보다는쳄발로 지휘자의 권한이 더높았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조차도 바이올린 지휘보다빨리 쳄발로에서 지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무렵만 하더라도 지휘자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음악가는 귀족의 고용인이었고, 고용주의 기분을 맞추지 못하는 음악을 하면 곧바로 파면되곤 했으니까요.또 연주의 시작과 끝을 명령할 권리 또한 지휘자가 아닌 고용주에게 있었으니까요.그러나 오케스트라가 조직되고 정기적으로 음악이 연주되기시작한 19세기 말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오케스트라가전문화되고 음악회라는 것이 새로 떠오른 지배계급인 부르주아의 관심을 받으면서 오락으로서의 음악, 배경음악으로서의음악 대신 보다 전문화되고 거대화되며 집중화되는 음악이 주류음악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이와 함께 그동안 귀족의 명령을 받던 음악가가 이제는 청중에게 명령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지금 서양 클래식음악의가장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으며 담소를 꽃피우던 전통은 연주회장의 소음과 함께 사라지고, 음악가를 위한 박수소리만 남게되었습니다.클래식 음악회장은 지휘자가 지휘봉을 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엄숙한 의식으로 변하였습니다. 이 엄숙한 의식에서 지휘자의 권한은 더욱 더 커져 갔습니다. 예를 들어 바그너(알려진바로는 최초의 강마에 스타일 지휘자)는 병적일 만큼 짜증이심했던 사람으로 연주회에 관객이 늦게 들어오면 스포트라이트를 그에게 비추고 지휘봉으로 지적하며 창피를 주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자신의 연주회에서 연주가 끝나기 전에 청중들이 자리를 뜨는 것을 참지 못하여 청중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못하도록 좌석 사이의 통로를 없애버리기도 했답니다.20세기에 이르면 카리스마 넘치는 에피소드를 수없이 남긴전설적 지휘자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이제 지휘자는‘권위와권력의 화신’,‘ 이 시대 마지막 남은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지위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이러한 지휘자의 권한에 대해서 많은 음악사회학자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독일 계몽주의 철학가 아도르노는“지휘자는‘네로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이며 센세이셔널한 몸짓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허풍쟁이”라 평하기도 했고, 프랑스의 미래학자자크 아탈리는“오케스트라는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복합체로서 우리 사회 정치구조의 축소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이처럼 오케스트라에서 단원들과 지휘자간의 관계를‘길들여진’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보는 사회학자들도 많습니다.물론 이러한 관계를 변화시켜 보고자 했던 노력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조직적으로 지휘자의 권위에 도전한다던지(일부러 틀린 연주를 하고 지휘자가 알아채는 지를 시험한다거나, 보면대를 높여서 지휘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던지), 심하게는 지휘자 없이 연주 하는 오케스트라도 있습니다.지휘자의 권위, 그것은 무엇에서 온 것이며 어디까지 용인될수 있을까요? 지휘봉이 크기는 지휘자의 권위와 정비례한다고합니다. 앞으로 지휘봉은 짧아질까요? 길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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