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와 전주인디밴드 간담회(2월 2일 밤9시30분, 전주한옥마을 공간 봄)
‘딴따라’로 묶인 편견을 걷어내다
한규일 기자
만남은 늦은 밤 조용하게 이뤄졌다. 지난 2월 2일 밤 9시 반 무렵, 전주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전주인디밴드가 만났다. 사실 이런 만남은 매우 낯설다. 도지사가 인디밴드를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삶의 질’을 정책의 전면에 내세운 김 지사의 경청투어 일환으로 이루어진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작년 여름 <메이드 인 전주> 공연을 이끌었던 정상현 레드제플린 대표를 비롯해 공연에 함께 했던‘레이디스앤젠틀맨(Ladies&Gentlemen)’, ‘휴먼스(HUMANS)’, ‘크림(CRYIM)’,‘ ATLAT순수’등이참여했다. <메이드 인 전주>는 지난 해 여름 정 대표와 전주인디밴드 6개 팀이 의기투합하여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전주 5개 도시를 돌며 전주만의 인디음악을 전국에 알린 투어콘서트다. 정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해왔고 2002년 인디밴드 전문공연장‘레드제플린’을 개업했으나, 시대를 앞서간 탓에 경영난을 겪다 4년 뒤 폐업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2010년‘레드제플린’의 문을 다시 열게 했고, 그런 그를 전주 인디밴드들은 맏형처럼 따르고 있다. 정 대표는 전주인디밴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고 요즘 들어 조금씩 관심을 받고 있어 다행이지만, “창작의 열의가 누구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음악이나 밴드는 딴따라라는 편견에서 오는 소외감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직접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보여 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이면서, 그 관심이 결국 젊은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지역에 새로운 문화적 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레이디스앤젠틀맨의 베이스 정성환 씨와 휴먼스의 기타리스트 안태상 씨는 지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투자와 지원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홍대가 아닌 전주에서 전주인디음악이라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하려면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전주에 문화예술의 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며 그 주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음악임을 강조했다. 문예진흥기금과 관련해서는 대중음악 분야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발생한 일임에 유감을 표시하고, 간담회에 동석한 문화예술과장에게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도록 즉석에서 당부했다. 한편 김 지사가‘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행정의 도움을 요청해보았는지’를 묻자,“방법도 잘 모르겠고 명함 한 장 없는 음악인들이 뭘 할 수 있나요”라는 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김 지사도“그럼 관(官)과 대화하는 법부터 배우셔야 되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모두 공감했으며, 김지사와 도 관계자들은 연습공간 부족이나 낮은 인지도 해결을위한 홍보 등 인디밴드 멤버들이 제시한 문제 해결에 전북도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