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 | 칼럼·시평
[시평]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을 보고
관리자(2012-04-04 17:52:29)
주민의 정치적 권한을 돌려준다더니 …
이경환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 공천자 명단이 확정 발표되었다. 민주통합당은 국민들에게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주어서 감동을 주는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공천과정에서 민심과 역행하는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은 그 감동을 맛보지 못하였다. 두 달여 동안의 긴 공천과정에서 그들만의 그렇고 그런 공천 행각에 민심은 정치혐오만 늘었다. 공천 기준의 무원칙은 경선과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특정 세력 중심의 공천은 개혁 시민사회세력의 퇴보를 가져왔다. 그나마 야권연대를 도출함으로써 정치 실험의 가능성을 남겨 주었다.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과정을 보면서, 공천과정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살펴보고자 한다.먼저, 민주통합당은 국민경선을 도입하여 국민이 공천권을행사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민경선은 당초 취지대로 행해지지 못하였고, 전 방위적인 선거인단 모집이라는 역기능을 낳았다. 선거인단 모집의 과열양상은 그 어느 시기의선거보다 금권정치를 낳고 말았다. 공천 후보의 내부조직력이공천자를 결정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하였고, 이는 곧 돈이 선거인단의 표를 결정지음을 의미한다. 전북 지역에서는 전체유권자의 1/6이 넘는 24만 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여 전국에서 그 수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금권을 통한 과잉 선거인단모집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보다는 선거의 피로감을 주었다.뿐만 아니라 선거인단의 조직적 모집은 부정선거 등으로 주민여론을 왜곡시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선거인단의 현장 투표는 동원선거 투표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곳곳에서 드러내기도 하였다.
민주통합당의 국민경선은 좋은 취지를 지닌 선출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특히 국민경선 방식은 서울시장 선거와 같은 광역단위의 선거에서는 의미로운 방법이지만, 총선과 같이 선거구 단위의 선거에서는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민심의 왜곡을 일으키는 선거인단의 무분별한 모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표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조사와 국민경선을 적절한 비율로 환산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를 50:50으로 조정하여 금권이 민의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경선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은 현장 투표는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다음으로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을 위한 후보자 배수 압축과 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민주통합당은 후보자 압축과정을 중앙당이 전담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면평가 등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였고, 그 기준에 원칙이 없어 많은 신뢰를 잃기도 하였다. 민주통합당은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주겠다고 했다. 이는 곧 민주통합당 후보 선택권을 지역주민에게 주겠다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후보자 배수 압축 권한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지역 주민의 대의 기관이기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총선 후보자들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의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배수 압축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투표만을 실시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아직도 전근대적으로 중앙당이 모든 후보 공천권을 거머쥔 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지역 주민이 형식적인 주체가 아니라 후보자 압축과정에서부터 실질적인 정치 주체가 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중앙 공천심의위원회와 지역 공천심의위원회를 두어서 그들의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공천 후보자의 1차 심의는 지역 공천심의위원회가, 그리고 배수압축된 후보를 대상으로 한 최종 후보 공천은 중앙 공천심의위원회가 맡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 대의민주주의의 정신에보다 걸맞고, 상향식 공천이 가능하다. 이럴 때 국민들이 공천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이런 권한을 가져야 국민은 감동하며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대의민주정치를 지향하는 민주통합당은공천 심의권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줄 때 중앙당의 오만한 자기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다.마지막으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출방식 문제를제기하고 싶다. 비례대표는 기본적으로 국회 입법과정에서 직능단체의 전문성을 살려서 우수한 법률을 제정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데 취지가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후보의 선출과정을 보면, 그 취지는 오간데 없고, 직능의 전문성보다는 바람몰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그 후보자마저도 수도권거주자 중심이다. 이제는 이런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방식을 지역 대표성을 중심으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권역별로 그 직능 전문성을 지닌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면 지금의 비례대표제문제를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특히 권역별 비례대표제는민주통합당이 국회의원을 상대적으로 배출하기 힘든 영남권과강원권 등에서도 일정 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인구수 중심이 아닌 지역 등가성을 바탕으로 하여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국가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는장점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행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은반드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여 지역의 가치를 높여야한다.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의원 공천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대의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 했다. 지역 주민보다는 중앙당이여전히 공천권을 행사하는 모순을 보인 것이다. 이제 이런 모순을 끊고, 최소한 지역 주민들이 1차 후보심의권을 행사할 수있도록 공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서는 지역 등가성과 직능 전문성을 고려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이럴 경우 지역 주민들은 정치의 객체에서 정치의 주체로 다가설 수 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민주통합당의 정신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지역 주민이 지닌 정치적 권한을 돌려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