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신예작가초대전(2012.3.8~3.21 우진문화공간) 실험과 창조로 무장한 이들을 주목하라 한규일 기자 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초대전은 전북미술계의 신춘문예와 같은 전시회다. 우진문화공간 개관 이듬해인 199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1회를 맞이했다. 초대작가는 우리 지역 각 대학의 미술전공 졸업생들 중 교수 추천을 통해 선정한다.작가라는 호칭에 별도의 공인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신예작가초대전에 전시하는 것은 기성 화단의 데뷔를 뜻한다.이번 전시에는 12명이 초대됐다. 군산대의 김윤서(한국화), 김가혜(서양화), 차건우(조소), 예원예술대의 이인화(한지조형디자인), 원광대의 주은아(한국화), 김미나(서양화), 장연수(서양화), 이혁교(환경조각), 전북대의 이창민(한국화), 배수진(서양화), 이윤탁(조소) 그리고 전주대의 박보선(도시환경미술)이 그 주인공이다.올해 전시의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혼합한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이른바‘하이브리드’다. 김윤서의‘짐’이나 주은아의‘키스, 그리고 먹먹함’, 장연수의‘선녀와 인간’, 이창민의‘만다라’는 작가의 전공을 쉽게짐작하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한국화 전공의 김윤서는 빨간 바탕에 까만 격자형틀을 돌출시키고 골판지 상자를 칸칸이그려 넣되 각각 들쭉날쭉하게 배치한 입체감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역시 한국화 전공인 주은아의 작품도 초등학교 시절 스크래치(바탕에 알록달록한 채색을한 뒤 검은색을 덧입혀 긁어내 표현하는방식)를 연상시키는 기법을 사용했고,같은 전공의 이창민이 그린‘만다라’도이파리 하나하나의 테두리를 선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해 마치 일러스트를 보는느낌이 든다. 반면에 서양화를 전공한장연수는 탱화에서 봄직한 인물들과 전통문양과 같은 구름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선을 그려 넣고 홀로그램을 이용해유혹적인 자태의 여성 실루엣과 교차시켜 보여준다. 각 전공분야의 전통적인기법이나 경향을 따르기보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조합해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진문화재단은 신예작가초대전에 초대된 작가들에게 약간의 작품제작비를 지원한다. 신인작가들에게는 물론 큰 힘이 된다. 초대전 작품 중 몇몇 작품은 팔려나가기도 한다. 예술작품의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지만,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작가들의 경제적 현실을 생각한다면 작품의 판매에 따른 수입은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예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얼마나 될까? 우진문화재단이 열어온 신예작가초대전의 경우는 100호 크기의 작품이 150만 원 정도에 판매된 적 있다. 조선일보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부터 개최하고 있는‘아시아 대학생·청년 작가 미술축제 아시아프’(ASYAAF,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에서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결정한 출품작 가격 기준을 제시하여, 학생과 청년작가를 불문하고 출품된 작품이 이 기준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프의 작품 기준가는 한때 최고 900만원에 이른 적도 있었으나 지난해 제시한 작품 기준가는 최고 250만원이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09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술 분야 응답자 중 문화예술활동 관련 월평균 수입은 101~200만원이 9.5%, 201만원 이상이1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만원 이하가 24.5%, 수입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52%나 됐다. 이에 비해 한 연봉 정보제공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2,644만원(월 약 220 만원)이었다. 그리고 2012년 대한민국 최저생계비는 2인 가족 기준 94만 원 정도다. 사실 숫자와 통계로 보는 미술계의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성 작가로서의 출발선에 섰다. 이들에 대한 기대가 사뭇 크다. 예술의 가치는 숫자와 통계 그 이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