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7 |
[문화시평] 2012 전주대사습놀이 창작국악경연대회
관리자(2012-07-05 11:33:03)
전통 장르에 기반한 창작, 그것이 생명이다 최상일 문화방송 PD 올해 전주대사습놀이는 1975년에 전주대사습놀이가 복원된 이래로 가장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기존 음악을 연주만 하는 경연대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창작부문이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주대사습놀이가 전주체육관을 벗어나 한옥마을로 장소를 옮기고 다양한 부대공연과 이벤트를 벌였던 2011년도에 필적할 만한 큰 변화다. 그동안 전주대사습놀이가 국악의 보존과 계승에 전념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국악을 배출하는 요람으로서 그 위상을 재정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변화의 내용이 바람직했는가는 의문이다. 창작국악 경연대회의 결과가 기대했던 만큼 신통치 않다는 것이 대회를 관람한 주변 전문가들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우선 무대에 오른 열 팀의 면면을 보면, 개인 참가자는 전혀 없고 모두 세 명 이상의 그룹인데, 이들 대부분이 이 대회를 위해 새로 결성됐거나 결성된 지 몇 년 안 되는 팀들이다. 그룹의 구성원은 대부분 젊은이들이고, 원로나 중견 국악인이라 할 만한 참가자는 거의 없다. 물론, 창작에 연령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참가자들의 연령층만 보아도 이번 대회의 성격과 그들이 발표할 음악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이번 대회에서 발표된 곡들은 요즘 국악계의 젊은 그룹들이 하고 있는 창작의 유행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양음악 어법과 전통음악 어법을 섞어 만든 퓨전음악이 많았고, 그중에는 퓨전이라 하기도 힘든 명백한 서양음악 풍의 곡을 선보인 그룹도 있었다. 전통음악 어법을 고수하는 그룹은 한두 개에 불과했다. 곡의 스타일이나 연주자들의 자세도 한두 곡을 빼고는 대중성을 추구하는 분위기였다. 음악 자체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흥겨움 보다는 연주자들의 말과 몸짓으로 연출된 흥겨움이 앞섰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서양 악기를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창작국악 대회가 국악기 위주의 연주를 권장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엄격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악기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전통음악 어법에 충실한 곡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 국악 연주자들은 국악기만으로도 서양음악을 익숙하게 연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절반이 넘는 참가곡이 서양 7음계를 사용한 곡이었다. 금상을 수상한 곡마저 명백한 서양 팝송 풍의 노래에 민요 새타령을 엮어놓은 곡이었다. 이런 곡들은 전통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전주대사습놀이와 잘 맞지 않는다. 문제의 발단은 대회 주최측이‘창작국악’이라는 포괄적인 범위를 설정한 데 있다고 본다. 기존 국악 장르에 대한 고려 없이 창작국악이라고만 해놓으면 어떤 형태의 창작을 요구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요즘의 창작 흐름에 따라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창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른 창작국악 대회와 구별이 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대회 관람 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나온이야기가“국악방송이 주최하는‘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와 다를 것이 없다”는것이었다. 빛나는 역사를 간직한 전주대사습놀이가 모처럼 새로 만든 행사가 별로 크게 성공한 것 같지도 않은 기존 행사의 아류라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전주대사습놀이는 전통음악의 장르를 엄격히 구분해서 진행되는 전통음악 경연대회다. 새로운 행사를 만들더라도 전통성을 중시하는 전주대사습놀이의 정체성에서 크게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창작국악 경연도 기존 장르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산조 부문에 창작산조 대회를 첨가함으로써 연주력과 창작력을 모두 갖춘 진정한 산조 명인을 발굴할 수 있고, 판소리 부문에는 전통판소리 창작 기법의 하나인‘더늠’을 필수과제로 부가함으로써 창작력을 겸비한 명창을 발굴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장르에서 전통어법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창작곡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전통 장르에 기반한 창작’이야말로 다른 창작국악 행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주대사습놀이만의 특권이고, 국악계에새로운 창작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작년에 전주소리축제의 일환으로 이지영 교수가 만든 새로운 가야금산조 발표 공연이전주 한옥마을 학인당에서 열린 적이 있다. 새로운 산조가 발표된 것은 근래 수십 년동안 보기 드문 일이었기에, 당시 주최자들이나 관객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하고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국악계에는 이처럼 자신의 산조를 만들어 발표하고자 하는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전주대사습놀이가 창작의 마당을 활짝 열어주어야 한다. 국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창작에 관심이있을 만한 중견 국악인들에게 미리 대회 취지를 알리고 참가를 권유할 필요가 있다.수상자들에 대한 사후 지원도 다양한 방법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그밖에, 사소하지만 이 행사가 좋은 행사가 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대회는 관객이 있는 대회인 만큼, 대회 진행이 훨씬 더 매끄러워져야 한다. 무대 진행자들의 숫자가 부족하여 마이크를 설치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소리를 확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악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음향조절 실수는 참가팀 간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방송 준비도 좀 더철저히 해서 생방송 수준으로 시원하게 진행하면 좋겠다. 공연 장소에도 문제가 있다. 한옥마을 마당이 분위기는 좋지만 비가 오는 것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 최소한연주자들이 비를 맞지 않을 정도의 무대가 마련되어야 공연이 중단되지 않는다. 홍보도 좀 미흡했던 것 같다. 국악계에서조차 이번 대회는 중요한 화젯거리가 되지 못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중요한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이를 알리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