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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 |
[문화현장]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관리자(2012-10-08 14:34:04)
우리 전통의 내일, 그 희망을 보다 한규일 기자 자손 대대로 가업을 잇는 일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를 잇는’ 일의 가치는 그래서 더욱 높고, 그만큼 무게도 묵직한 일이다. 더욱이 그 일이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라면 그 부담과 책임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기꺼이 그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 그들 명인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가 열렸다. 올해로 스물한 번째를 맞이한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이다. ‘대를 잇다’를 주제로 지난 9월 7일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에는 호남우도 부포춤의 이명훈, 판소리의 장문희, 민살풀이 춤의 정경희,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의 김귀자, 김일구류 아쟁산조의 김도현 등 혈연과 사제의 인연으로 전통을 이어 받은 다섯 명의 중견 예술인들이 초대됐다. 김귀자는 전북무형문화재 40호 지성자 가야금 명인의 딸이고 김도현은 판소리와 아쟁의 명인 김일구 김영자 부부의 아들이다. 이명훈은 전라북도 고창농악의 산증인이었던 故 황규언 명인의 맥을 이어받은 상쇠이고, 장문희는 이일주 명창의 조카다. 정경희 역시 민살풀이 명인인 조갑녀 선생의 딸로 그 귀한 대를 잇고 있다. 전북원음방송 오선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연의 첫 무대는 이명훈의 부포춤이 장식했다. 어둑한 무대 뒤편에서 흥겨운 풍물연주가 시작되자 객석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곧이어 상쇠 이명훈씨가 고창농악보존회 풍물패를 이끌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맞이했다. 꽹과리의 리듬과 이명훈의 몸짓, 상모에 매달린 부포의 움직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상쇠의 카리스마와 여성의 섬세함이 어우러진 그의 부포춤은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두 번째 무대는 장문희의 판소리. 동초제 춘향가 중 ‘오리정 이별 대목’을 애절하고 구성지게 담아낸 젊은 명창의 소리에 관중들의 추임새는 더 신명이 났다.다시 춤으로 이어진 무대에서는 정경희가 민살풀이를 선보였다.수건 없이 춘다하여 민살풀이라 이름 붙였지만, 손끝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단아하고 절제된 몸짓은 수건으로 화려함을 선보이는보통의 살풀이를 넘고도 남는 깊은 감동이었다.민살풀이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귀자의 성금연류 가야금산조가 다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으며, 이날 출연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김도현은 김일구류 아쟁산조의 화려한 선율로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다섯명 젊은 예인들이 혼신을 다해 춤과 가락을 선보인 무대 마지막은 고창농악보존회의 흥겨운 풍물이 장식했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은 숨은 명인을 발견하고 전통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1992년부터 시작한 공연이다. 올해 스물한번째 무대를 맞기까지 수많은 명인들이 초대됐으며 사라져가던 우리의 전통음악과 춤이 비로소 생명을 얻어 보존되고 계승되는 길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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