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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
[서평] 『사물의 민낯』- 애플북스(2012.4) 김지룡, 갈릴레오 SNC 저
관리자(2012-11-05 15:55:24)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해지는 사물의 인생과 사연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사물들은 생각보다 광범위한 곳에서 여러 역사를 거쳐 만들어졌고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그들을 우리의 일부로 간주되는 경우에도 멀리서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익숙한 일부가 된 과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쌀의 경우에도 양자강 유역에서 만년보다도 오래 전에 야생의 벼를 재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러한 재배가 성공하자 점차 중국과 그 주변으로 확산되었다. 벼가 익어도 잘 안 떨어지는 품종이 오랜 기간을 거치면 선택되었고, 또한 여러 종류의 맛과 찰기를 지닌 쌀들이 나타나고 선택되었다.수천년에 걸친 지난한 과정이었다. 약 4500년전에 한반도로 들어와 재배가 시작되었다. 물을 대는 방법이나 각종 농경 기술이조금씩 발전하며 수천년에 걸쳐 논이 확산되었다. 소수의 상층만 특별한 기회에 먹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곡물이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누구나 먹을 수 있었던 것은아니다. 대부분은 쌀이 부족하여 보리밥을 먹거나 고구마나 무를 얹혀서 먹어야 했다. 그것도 먹지 못해 굶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조상숭배 의례에서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에서쌀밥을 바쳤다. 쌀은 우리의 역사와 삶과 희망을 잘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이러한 지난한 쌀의 역사를 생각하지 않듯이 차에 휘발유를 넣을 때나 컴퓨터나 핸드폰을 사용할 때 아무런 생각없이 사용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물품이나 음식들, 이벤트를 뽑아내 해당 사물이나 그에 대한 역사와 변화과정에 대해 에피소드 등을 가미하여 재미있게 정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주변에서 그냥 편하게 사용하던 것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퍼졌는지, 우리에게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일상적인 물품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아무런 생각없이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들에 이렇게 다양한 역사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사물들에 대한 이해가 그 사물에 대해 우리가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사용하는 친근한 사물들에 수많은 사연과 인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은밀한 것’이라는 항목에는 성형수술, 피임약, 포경수술, 화장품, 신용, 브래지어, 생리대, 하이힐을 달고 있다. 이중 가장 은밀하고 재미있는 포경수술에서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렇게 확산하고 변하였는지를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할례를 하여야 했는데, 바울이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유대인의 관습인 할례를 포기하여 타민족들의 거부감을 약화시킨 것이 기독교의 확산에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자위행위가 질병을유발하고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켈로그는 시리얼을 먹으면 자위를 멈출 수 있다고 하면서 시리얼을 팔았다.그런데 할례를 하면 자위를 멈추고 매독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하여 포경수술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그래서미국에서 1870년대 5%에 불과하던 포경수술이 1970년대에는85%까지 치솟았다. 나찌 하의 독일에서는 유대인 색출을 위해바지를 벗겨서 할례를 했는지를 파악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50여년 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건강에 좋다고 하여 지금까지유행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포경수술이능선대, 마이너스 소체, 복측신경 등의 성감대, 피지선 등이 사라지고, 성기의 길이와 둘레도 작아진다고 밝혀져 50%까지 낮아졌다. 포경수술의 역사와 변화과정, 관련된 이상한 관습들, 관련된 사고의 극적인 역전, 각종 에피소드, 한국에서의 상황 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사물들도 설명하고 있다. ‘은밀한 것’ 외에도 4가지 범주를 다루고 있다. ‘익숙한 것들’에서는 면도기, 안경, 칫솔과 치약, 달력, 시멘트, 우표, 석유, 포크, 넥타이를 다루고 있다. 달력을 예로 들면, 달력을 정확하게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야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정확하게 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많은 에피소드나 소동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나서도 아직도 달력이 정확하지 못해 문제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무려 400년이나 잃어버렸다는 마지막 멘트와 함께!‘맛있는 것들’에서는 돈가스, 라면, 마요네즈, 생선회, 파스타, 초밥, 자장면, 치즈, 햄버거, 후추를 다루고 있다. ‘은밀한 것’과‘익숙한 것’에서는 주로 서양에서 기원한 것을 다루었는데 먹는것에서는 동양에서 기원한 것을 많이 다루고 있다. 라면은 원래중국에서 시작하였지만 일본에서 현재 우리가 즐겨먹고 있는라면은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후에 인스턴트라면으로 시작하여 한국에 도입되어 이제 한국의 일상식이 되었다.‘신기한 것들’에서는 게임기, 냉장고, 엘리베이터, 자동판매기, 통조림, 콘플레이크, 인터넷, 컴퓨터, 휴대전화, 나침반을 다루고, ‘재미있는 것들’에서는 레고, 헬로키티, 담배, 아카데미상,올림픽, 포르노, 둘리, 뽀로로, 소주, 복권, 커피를 다루고 있다.‘재미있는 것’들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시작한 것을 다루고있다. 국산 캐릭터인 둘리와 뽀로로가 그것인데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인기 있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되는지,매출이 얼마나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전체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고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역사와에피소드를 알려주면 재미있다는 점에서 좋을 읽을거리이다.시간이 날 때 재미로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또한 수많은 사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생각보다 다양한 역사와 과정들을 거쳐 현재의 사물이 나타났고 사용되고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 읽을수록 더 궁금해지는 사항들이 많았는데 더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해 출처를 각 장의 뒤에 적어주었으면 훨씬 유용한 가이드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서론에서 왜 이 사물이 선정되었고 어떤 맥락에서 설명되었는지를 적어주었다면 훨씬 알기 쉬웠을 것이다. 예를 들어 책제목에1498-2012라고 써 있는데 왜 콜럼부스가 미주대륙에 도착한 해인 1498년을 써 놨는지 궁금증이 들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그리고 사물들의 역사와 에피소드에 1498년 이전의 것도많이 들어가 있다. 사소하지만 몇 가지 틀린 곳도 눈에 띄었다.예를 들어 19세기 후반에 이미 세균이 알려져 있고 의학에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마치 19세기 내내 세균을 몰랐던 것처럼 썼고,또한 달력을 다룬 마지막 부분에 400년이나 우리가 잃어버린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계산을 잘못한 결과이다. 이러한 사소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물들이 얼마나 다양한 역사와 과정을 거쳐 그리고 많은 우연과 에피소드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 일독을 권한다. 사물마다 각각의 인생과 사연이 있다는 점을 한번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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