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질 수 없는 수능 풍경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낸 지각생, 경찰차와 119의 도움으로 간신히 고사장에 도착하는 수험생과, 질주하는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불안하게 타고 고사장에 도착하는 수험생들도 자주 포착되는 풍경이다.
그리고 이날이 되면 수험생보다 바쁜 사람들도 있다. 수험생의 후배들,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의 따뜻한 격려와 갖가지 응원 풍경이 펼쳐진다. 독특한 문구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선배들을 향해 절을 하고 원하는 대학에 철썩 붙으라는 의미로 교문에 엿을 붙이기도 한다. 육중한 철로 된 교문이 이날만큼 닳는 날은 없을 것이다. 고사장에서의 기원은 이렇게 교문에서 시작한다.
교문이 닫히는 순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사장으로 마지막 수험생이 들어가면 고사장의 풍경은 새롭게 바뀐다. 응원하던 후배들과 선생님이 짐을 챙겨 돌아가고 일순, 교문 앞은 조용해진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초조하게 교문 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수험생의 어머니. 이것이 수능의 마지막 진풍경이다.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어머니는 떠나지 못한다. 아들딸의 뒷모습이 고사장으로 사라졌지만 초조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의연하게 딸을 들여보낸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도는 시작된다. 교문을 붙잡고 촛불을 켜고, 믿음의 유형에 따른 다양한 방식의 기도들이다. 그렇게 간절하고 애달픈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위해 기원한다.
한 곳으로 모여드는 강물처럼 어머니의 기도는 교문으로 수렴한다. 그들의 기원은 이미 오래전 수험생이 생기는 순간 시작된 것이다. 치맛바람이라고 혹평을 한다해도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처럼 어머니도 공부를 한다. 기원의 공부를 한다.
세월이 흘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으로 입학시험이 바뀌어도 교문 앞 기도 풍경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옛 신문에 나오는 기도하는 어머니와 2013학년도 수능시험 날 아침에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76년 한 일간지는 “수능생보다 더 초췌한 부모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전하며 “영하의 찬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굳게 닫힌 교문 밖에서 기도를 올리는 이 노모의 정성은 섬광같은 영감으로 그의 딸에게 전달되리라”고 썼다. 이 늙은 어머니의 딸은 또 그 자녀들을 위해 교문 앞에 섰을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그 자녀보다 초조한 마음을 다잡고 간절히 기원의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어머니가 선 교문은 그저 학교와 학교 아닌 곳을 가르는 담장의 문이 아니다. 고사장으로 들어설 수 없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 다가 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곳이 교문이다. 그리고 그 교문을 통해 자신의 간절한 마음이 자녀들에게 전달되고, 하늘에 닿아 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이제 또 한 명의 수험생과 그 수만큼의 학부모가 생길 것이고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고3생과 한 해를 보내야 하는 고달픈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2014학년도 수능시험 날 교문 앞은 그들의 염원으로 선명한 오로라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