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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 칼럼·시평 [문화칼럼]
올해에는 부자가 되었다지?
이문현(2013-02-05 10:34:05)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가오는 설날을 기다리는 것은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상상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저곳 떨어져 있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설날을 맞아 장만하는 음식들이며, 지내온 이야기들, 멀리서 그리워하던 마음까지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날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이지만 이러한 바람들이 한 해에 두 차례 민족대이동의 장관을 펼칩니다.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입니다. 설날을 한자로는 원일(元日), 원단(元旦), 원정(元正), 정조(正朝), 세수(歲首)라고 씁니다. 모두 처음과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설날이라는 이름은 우리의 역사만큼이나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태양력을 도입한 때는 1896년 1월 1일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양력 신정(新正)이 처음으로 채용되었습니다. 광복 후에 이중과세라는 명목으로 신정을 강요하다가 설날에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설날을 명절로 여겼고,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다시 ‘설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신라 사람들은 설날에 서로 축하하였고, 일월신(日月神)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중국의 역사책들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전 사람들도 새해를 맞이하면 모여서 서로를 위하여 기쁘고 즐거운 인사말을 나누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특별한 음식들도 마련하였을 것이고, 떡국이며 세주(歲酒)를 함께 즐기는 풍습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설날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도 유학의 영향을 받아서 지내는 의례이지만 그 기원은 신라 이전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차례를 마치고 나면 어른들께 절을 하고 새해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것을 세배(歲拜)라고 하였습니다. 옛사람들은 집안의 어른들에게 먼저 세배하고 일가친척들과 이웃 어른들에게도 세배를 했습니다. 이렇게 다닐 곳이 많으니 초닷새 안에만 세배를 하면 실례는 면한다고 하였습니다. 세배하러 온 사람에게는 음식을 대접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세뱃돈을 더 기다립니다. 세뱃돈은 복돈이어서 많은 사람에게서 받을수록 좋고, 여러 사람에게 줄수록 의미 있을 것입니다.

세배와 함께 서로서로 주고받는 인사말이 덕담(德談)입니다. 주로 상대방의 사정을 보아서 한 해 동안 일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덕담에 담습니다.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은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이라는 책에서 새해의 덕담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했습니다. 덕담은 그렇게 되라고 바라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축하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를테면 “올해엔 부자 되었다지”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서로 만나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런 덕담 한마디씩 나누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사람들은 밝은 미래를 마음에 담으려고 애씁니다. 묵은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마음을 다져보는 것은 옛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그림으로도 옮겨졌습니다. 홍석모(洪錫謨: 1781~1857)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라는 책에서 정월 초하룻날에 벌어지는 일들을 많이 소개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벽 위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을 물리친다고 하였습니다. 이 동물들은 모두 액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더불어 개와 해태도 이러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장수의 모습도 그렸는데, 사악한 귀신을 잡는 종규나 당나라 태종 때의 명장인 울지공도 등장합니다. 닭과 호랑이 그림에 대한 풍습은 중국에도 있었는데 2000년 전인 한나라 때부터 기록이 있으며, 오늘날도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세화(歲畵)는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그림에 대한 일을 담당하였던 도화서(圖畵署)에서 주로 그려냈다고 합니다.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이 그림을 임금에게 바치거나 서로 선물하였다고 합니다. 민간에서도 이러한 그림을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닭과 호랑이를 새기고 필요한 만큼 찍어낼 수 있도록 만든 목판은 이러한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물입니다. 축하와 기원을 담은 손으로 쓴 연하장이 점점 귀해져갑니다. 올해에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에라도 이러한 마음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멀리서 부모님을 뵈러 고향 가는 귀성길이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도로는 막히고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설날의 흐뭇한 분위기가 다 이길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함께 하는 가족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의 속내를 이해하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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