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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 칼럼·시평 [현장에서]
노동자의 고통과 죽음을 강요하는 세상
안현석(2013-02-05 10:35:48)

올 겨울은 폭설과 한파로 유난히 추웠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상위 1%만을 위한 사회 구조를 강요했던 자본들은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을 통한 자본증식에 혈안이 됐다. 이에 동조했던 정권이 만들어낸 물가인상, 유가 인상, 원자재 인상, 주가 폭락, 부동산 하락 등 금융 위기는 금융 시장이 붕괴시켰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은 기업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은 서민들과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임금 착취를 기반으로 성장한 거대 자본들은 이윤 창출의 극대화를 위한 영역확장과 철저한 시장식 경쟁 구도를 고착시켰다. 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은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해 내고 자본들의 과열된 경쟁 속에서 도태된 기업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이미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의 5년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너무도 가슴 아픈 죽음의 행렬에 들어섰고 그 행렬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를 향한 탄압은 쌍용 자동차 해고자와 가족 23명을 죽음으로 내몰며, 해고는 곧 한 가정의 파괴며 살인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 한진 중공업에서는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과 158억이라는 살인적인 손해배상, 가압류의 압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죽음 앞에서 선 노동자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현실을 글로벌 경쟁으로 보고 기업을 우선적으로 회생시켜야한다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발상인지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자각해야 한다.

오늘 이 시간에도 살점을 에는 한파와 폭설 속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현대 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목숨을 내건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현대 중공업, 한진 중공업, 유성기업, 전북버스 노동자 등 힘없고 버림받은 이들은 자신들을 외면하고 있는 자본과 정권을 향해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라며 절규하고 있다.

우리 전북지역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당한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과 복지 향상을 사업주에게 요구하였으나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오히려 사측에게 징계와 해고 및 각종 고소 고발을 당하고 있는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있다. 2년을 넘게 2차례의 목숨 건 고공 농성 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다. 공공제인 버스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온갖 비리로 얼룩진 사업주는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하고, 정작 시민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들을 속에서 신음케 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여기며 오히려 사태의 모든 책임을 버스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사실을 왜곡 시키고 여론 몰이를 일삼는 사람들로 전북 버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미명 아래 신음하고 있는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고용 보장과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 전주 봉동 3공단에 위치한 일본 자본의 아데카 코리아, 대림 산업은 정당한 노동조합 설립을 말살시키기 위해 온갖 탄압으로 수많은 노동자를 징계, 해고하고 용역 경비를 채용하여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을 협박하여 회사가 조종하는 복수노조를 설립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만일, 우리의 무관심으로 전북지역에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방치되고 회사와 사업주의 장기간 탄압이 지속된다면 고통받고 신음하며 의지할 곳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 행렬은 전북 지역으로 확산 될 수도 있음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죽음의 벼랑 끝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선, 우리 사회가 그들의 고통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리고 편향된 시각으로 인해 왜곡된 사실이 있다면 바로 잡아 나가는 길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며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이를 거부하고 방관하는 기업들과 사업주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본은 이윤 창출만을 위한 비인간적인 자본의 습성을 버려야 한다. 일하는 노동자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통한 정당한 분배와 노동의 존엄성을 기업 경영의 철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자 생산의 주체인 1500만 노동자들이 삶의 질을 보장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으며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노동자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책임은 온전히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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