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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3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나름, 꿈을 꾸고 있더라
서진용 교사(2013-02-28 11:42:16)

꿈을 품은 아이들
여기저기서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켠에선 눈물을 훔치는 엄마들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들 흐뭇하고 대견스런 표정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졸업식장 모습이다. “나 송○○는 출판사 편집장이 꿈입니다. 출판사 편집장이 되기 위해서 고등학교에서 문학관련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할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책도 많이 읽어 지식과 상식을 넓히고 경험도 많이 쌓아 국문학과에 진학할 것입니다. 대학교 졸업후에는 출판사에 취직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감동을 주는 편집장이 되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할 것입니다.” “저는 목수가 꿈인 김○○입니다. 제가 목수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엄마 품 속 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며 생활하기에 편리한 한옥을 지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중학교 졸업후에 목수관련 공부를 배우고 익혀 일단 작은 소품과 가구 등을 만들어 보고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을 쌓아 멋지고 근사한 한옥을 짓는 목수가 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하시면 여러분들에게 멋진 친환경 한옥을 지어드리겠습니다.” “저는 조경원예업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조경원예과에 들어갔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모두에게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위 내용은 얼마 전 졸업식 비전선포식 때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발표한 내용 중 일부이다. 지난 해 고입 시험 직후 3학년 17명의 학생들과 1박 2일로 졸업여행 겸해서 비전수립을 위한 캠프를 가진 바 있다. 서로의 장단점, 특성, 소질과 적성, 학습능력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고 서로 코칭해가며 내 꿈 만들기, 나의 꿈 이루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수립하고, 상대방의 비전수립에 도움을 주며 비전을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졸업한 17명의 중3 아이들 역시 여느 해와 다름없이 성적과 가정 형편이 제각각이며, 성격과 특성 또한 제각각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토록 말썽피우며 속을 썩이던 아이들도 꿈이 없는 아이는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나름 고민하고 꿈을 꾸고 있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비전을 품고 키우는데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과연 얼마나 지지하고 도움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당당하고 대견하고 효심 지극한 녀석들(?)
출판사 편집장이 되겠다는 아이의 애칭이 ‘SB-만보(Sleeping Boy-잠만보)’이다. 학교에 오면 잠만 자기 때문에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밤새 컴퓨터와 씨름 했으니 그럴 수밖에. 이 아이는 뒷바라지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인터넷 환타지 무협소설에 빠져 사는 학생이다. 집에서 보통 새벽 3~4시까지 컴퓨터를 한다. 셀 수 없이 상담을 하고 엄마와 연계하여 지도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하지만 자기는 꿈이 출판사 편집장이기 때문에 꿈을 이루기 위해 책을 많이 읽고 있는 중이란다. 참 당당한 녀석이다. 조경원예업자가 되어 멋진 주변 환경을 꾸미겠다는 박○○는 참으로 대책 없는(?) 아이다. 매일 지각하고 경찰서에 불려 다니고 수업시간에도 제멋대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학생이다. 그런데 아버지마저도 아이에게 더 이상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한다. 일 때문에 학교생활은 물론 가정의 일상생활마저도 아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침에 깨워주는 사람도, 아침밥을 챙겨주는 그 누구도 없기 때문에 그나마 학교에 나와야 말썽피우며 정을(?) 나누고 곯은 배를 채울 수 가 있다. 그래서 지각은 하지만 결석은 안하니 참 대견스런 녀석이다. 목수가 꿈인 아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원래 화가를 꿈꾸었던 이 아이는 진학을 원했지만 부모님의 자연주의적인 생활 방식에 동의하여 결국 진학을 포기하고 목수가 되겠다고 한다. 참 효심지극한 착한 녀석이다.

가르침을 넘어 돌봄의 교육이 필요할 때다
넘치는 관심과 보살핌으로 도시의 준비된 아이들이 특목고에 진학하고, 꿈을 위한 스펙을 쌓고 있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잠만보가 되거나, 가정 형편과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말썽꾸러기가 되어가고, 학교의 역할에 대해 부정하는 부모에 의해 삶의 터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교사인 나는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아이들의 꿈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이들은 왜 점점 꿈을 잃어가게 되는가. 학교는 여러 이유로 더욱 더 지식 전달의 장이 되어 가고 있는데, 가정과 사회에서는 학교가 힘들어하고 소외받는 아이들을 위해 따스하고 포근하게 그 아이들을 보듬어 주기를 바란다. 교사들은 입시 경쟁 교육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일로 지쳐 가는데, 아이들은 교사들이 엄마, 아빠의 정으로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잃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교사가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따스한 품으로 안아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농촌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학교가 가르침을 넘어 돌봄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 더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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