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vs철학>의 저자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2월 28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상영관에서 열린 ‘마수걸이 인문학콘서트’에서 강의를 펼쳤다. “사람들은 인문학을 마치 ‘화장품’처럼 생각한다”고 운을 뗀 그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니체나 라캉이나 롤랑바르트 이야기하려는 인문학 허영심부터 내려놓아야 진정한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괴로웠던 유년시절을 고백하며 “그런 본질적인 슬픔을 고민하다보니 철학을 공부하게 됐고, 견문을 넓히며 나의 슬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이자 사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인문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받아들이기 불편하기 때문”이라면서 “힘들고 귀찮지만 풀어가려는 노력이 다시 살아갈 힘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인문학의 희망이 있다면 오직 사랑뿐”라며 자연스럽게 ‘인문학은 사랑이다’라는 주제에 가까워진 강연. 강 박사는 “상처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그 시간 속으로 잔혹여행을 떠나야한다”며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강 박사는 “요즘 소위 과거사를 ‘퉁치자’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말과 행동은 위험한 미래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그 이유는 과거를 지배하는 사람은 현재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이 다시 미래를 지배하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의 과거사 논란에 대해 “지배권을 해소하는 일이 그들의 첫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들과 책을 통해 사람들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강박사는 ‘사유’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썼다. “상처를 사유하라” “사유해야 조금 더 잘 살 수 있다”는 말에 힘이 실렸다. 특유의 솔직한 입담으로 강연회장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하고,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 강 박사의 강연이 끝나고 가진 질의응답시간. 문제아 아이들의 교육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한 교사에게 “문제아를 문제아로만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이 문제”라면서 “아이들을 잘 이해하려면 아이들보다 더 잘 놀 줄 아는 교사가 되어야한다”고 조언했다. 강좌에 참여한 김수현(33)씨는 “말랑한 위로보다 날카로운 직설이 더 인문학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한 시간이었다”며 “멀고 낯설기만 했던 인문학을 민낯으로 보여준 강의”라고 말했다. 동양철학을 전공했지만 서양철학과 문학에도 해박한 강신주 박사는 <철학, 삶을 만나다>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의 시대>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등을 펴내며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