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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 문화현장 [이슈브리핑]
전북의 문화판, 지형이 흔들린다
전주문화재단 횡령사건
황재근 기자(2013-05-02 16:03:26)

전주문화재단 횡령사건의 여파가 문화계와 지역사회 전체에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지난 4월 9일 전주시는 전주문화재단 경영팀장 김모씨를 횡령혐의로 고발했다. 시는 자체 감사결과 김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재단 출연금과 이월금 총 4억4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김씨는 문화재단이 창립된 2006년에 입사해 회계업무를 맡아오다 지난 3월 돌연 사직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시는 결산감사를 벌여 김씨의 횡령사실을 밝혀냈다. 김씨가 횡령한 돈은 올해 시 출연금 1억7000만원과 지난해 이월금 2억7000만원이다. 김씨는 이를 자신의 개인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빼돌린 돈은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기 위해 선물옵션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8월, 출연금 중 1700만원을 무단으로 인출했다 변제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전주시는 연간 8억원을 전주문화재단에 출연해왔다. 김씨가 횡령한 금액은 그 절반에 달하는 액수여서 지역사회를 아연케 했다. 더욱더 큰 문제는 전주시는 물론 전주문화재단 간부들까지도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행정기관의 경우 예산의 지출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가 있지만 출연기관과 민간위탁시설은 담당 직원 한사람이 회계업무를 전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횡령은 그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재단 간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겹쳐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김씨의 사직 이후 횡령사실이 드러난 만큼 그가 돌연 사직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을 밝히는데 더욱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도 높다.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경영공시 역시 2009년까지 내역에 그쳐있어 회계업무가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의심케 한다.

유광찬 전주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 4월 18일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어서 4월 19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이강안 상임이사를 해임하고, 역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징계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전주시는 횡령금액 구상권 청구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는 한편 출연기관 및 민간위탁시설 회계에 대한 정기점검체계 구축 등 후속대처에 분주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주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이다.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가 전직 공무원들의 회전문식 인사라는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전직 내지는 현직 간부들로 구성된 출연기관에 대한 전주시의 관리감독이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당사자의 책임선인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감사, 이사장은 물론이거니와 전주문화재단을 관리 감독하는 본청의 간부들에게도 분명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주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 출연기관 및 민간위탁시설에 대한 자체감사에 착수했다. 민간위탁 문화시설 대부분이 올해 재위탁 심사를 앞두고 있어 감사결과에 눈길이 쏠리고있다. 시는 감사결과 운영부실이나, 횡령 비위사실이 적발되면 재위탁을 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여파로 인해 지역문화계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문화재단 이사회는 횡령 손실을 메우기 올해 재단 출연금 사업 중 1개 사업을 취소하고 7개 사업 예산을 축소하기로 의결했다. ‘한옥마을 아침명상’ 사업비는 1000만원 전액이 삭감돼 사업이 취소됐으며, ‘전주 백인의 자화상’사업은 5000만원에서 2000만원, ‘전주문화’ 발간 사업은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삭감됐다. 전주무형문화재 발굴사업 역시 3000만원에서 2000만원 삭감된 1000만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출연금 사업 중 오정숙 명창추모음악회와 대한민국완창판소리 열전을 비롯한 일부 사업과 보조사업비로 추진되는 한옥전통문화아카데미,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등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취소나 예산 축소보다 더 큰 손실은 전주문화재단의 위상 추락과 문화시설 및 사업에 쏟아질 의심의 눈길이다. 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지역사회의 외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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