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3.5 | 문화현장 [문화현장]
다듬이로 평생을 다듬었다네
다듬이음악극 <완주아리랑> - 4월 11일 | 완주문화예술회관
임주아 기자(2013-05-02 16:03:34)

전북 완주군의 ‘할머니 다듬이 공연단’의 다듬이 음악극 <완주아리랑>이 지난 4월 11일 완주군 용진면 문화예술회관에서 이틀간 열렸다. 2006년 고산면 소향리 창포마을 할머니 8명이 공연단을 구성한 지 7년 만이다. 그간 지역 축제와 TV 출연 등 100회가 넘는 무대에 선 경력이 있지만 공식적인 공연극은 이번이 처음. 그간 전통 다듬이 소리를 난타와 같은 ‘비언어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여온 군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2011년 안전행정부의 향토핵심자원 사업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후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총연출을 맡아 지휘했다. 창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거쳐 27명의 출연진을 확정한 후 8개월 간 손발을 맞춘 임동창씨는 “안전행정부의 향토핵심자원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전국 25개 사업팀중 24개팀은 유형 향토자원이고 무형 자원은 우리 창포마을 다듬이 연주단 하나뿐이었다”며 “예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의 뜻깊은 성과”라 말했다. 시골 아낙의 하루 일과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에 비유해 50분의 극으로 만든 <완주아리랑>. 정화수에 가족의 태평을 비는 할머니들의 이른 아침 풍경을 시작으로, 풀 베고 놋그릇 닦고 맷돌 돌리고 타작하고 절구 찧는 고단한 농사일(아침·봄), 빨래를 하며 한바탕 수다를 떠는 아낙들의 모습(점심·여름), 마당 가득히 빨래를 너는 모습(저녁·가을), 널어둔 빨래를 걷어 다듬이질을 시작하는 아낙들(밤·겨울)의 모습을 표현했다.

네개 덩어리로 구성된 음악극. 각 막마다 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어우러진 공연. 아침과 봄을 노래한 농사일 장면에선 할머니들의 평범한 일과 속에서 나는 맷돌소리, 타작소리, 절구소리가 자연스럽게 합쳐지고 한여름 매미 우는 소리처럼 다듬이 소리가 온 무대를 울린 마지막 장면엔 임동창씨의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뤘다. 극 중간중간에 출연한 사물놀이팀 ‘진쇠’와 타악연주자 강주호씨가 따로 또 같이 호흡을 맞추고, 막이 끝날 때마다 재빠르게 나와 무대를 치우고 세우던 스텝들은 흰 가면을 쓴 배우로 활약하며 재미를 더했다. 이야기 구성과 연출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다듬이가 음악으로, 또 음악극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평균나이 78세, 다듬이 경력 60년. 다듬이로 평생을 다듬은 완주군 창포마을 할머니들, 막이 내리자 눈시울을 붉힌다. “우리할머니들 멋지죠?” 임동창씨는 8개월동안 함께한 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리고 수고한 스텝들을 한명 한명 이야기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전문가가 아닌 주민들의 끼와 재능으로 올려지는 무대라 더욱 기쁘다”는 임정엽 완주군수는 “사라져가는 전통자원으로 세계적인 공연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해주신 출연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