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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특집 [연중기획]
작은 공간이 더 아름다운 이유
공간 - 카페 ‘한옥길을 타박타박’
이세영 편집팀장(2013-06-05 10:11:04)

우리가 쓰는 물건들은 둘 중 하나가 된다. 작아지거나 커지거나. 플래시 메모리 드라이브처럼 십 수 년 전만 해도 들고 다니기 힘들던 물건들이 작아지고 작아져, 주머니 속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반면, 점점 커지는 것들도 많다. 냉장고, TV는 커지는 주거공간에 맞춰 더욱 커졌다. 그리고 커지고 작아지는 것들 사이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존재한다. 불필요한 기능으로 치부되어버리는 느낌, 정감도 그 중 하나일 테다. 수렴의 상황에 반동하는 것들의 탄생은 그래서 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8평 공간에서 느끼는 아늑함과 느긋함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 도시는 날마다 새로운 물건들을 생산해낸다. 잠시 관심을 두지 않은 사이 폐허가 되고 새로운 건물이 다시 무섭게 높이를 쌓아간다. 세월의 흔적을 씻어낸 듯 번쩍이는 건물을 지어내는 것은 전주한옥마을이라고 다르지 않다. 공간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하며 들어서는 건물들 사이에서 작은 공간의 정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 잡은 카페 ‘한옥길을 타박타박’은 작은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는 많지 않은 곳 중 하나다. 한 채의 한옥이 셋으로 나뉘고 그 한 쪽에 자리한 카페는 그 집이 본래 가졌던 모양과 기능을 잊지 않고 있었다. 크기는 8평 남짓. 이곳이 카페가 된 건 한옥마을이 입에 오르내리기도 전이었다. 이 카페를 처음 연 주인은 낡은 냄새를 지우면서도 공간이 가진 특성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오목대 가는 길에 있어, 이름이 되어버린 이 전통찻집은 찻상이 두개 뿐인 작은 공간이었다. 두 번 주인이 바뀌고 그 사이 전통 찻집은 커피를 파는 곳으로 변했다. 지금은 넉 달쯤 된 새로운 주인이 카페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나무문을 밀고 들어선 카페는 수십 년 만에 초등학교를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한참을 뛰어야 했던 운동장은 성큼 걸음으로 끝을 오갈 수 있었고 책상은 너무 작아 다리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겉모양은 그대로였지만 걸리버, 소인국에 온 듯했다. 그렇다고 기억조차 작아지진 않았다. 친구들이며 선생님, 복도와 나무, 심지어 누런 흙까지 작아진 공간은 오히려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낼 수 있는 힘이 되는 듯했다. 작은 카페의 첫인상은 그때의 느낌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몇 개와 커다란 창 앞의 의자가 무척 좁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다보면 아늑함이 찾아온다.사람 편안하게 하는 이유를 찾아 두리번거리면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이 천장이다. 같은 높이인데도, 작은 공간에 서까래가 드러난 천장이 높아 보인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테이블은 소리 죽인 조용한 대화를 하게하고 다섯개 뿐인 자리가 북적이는 사람으로 시선을 뺏길 일도 없겠다 싶다.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작음의 아름다움
창고와 화장실을 구분 짓는 덜렁거리는 미닫이문, 몇 개뿐인 탁자를 오가는 주인은 대학생 강수연씨다. 카페를 처음 여는 엄마를 돕다가 얼떨결에 주인 아닌 주인이 됐다. 4개월이 갓 된 새내기 주인장이다 보니 아직도 손님들이 신기하다. 자신이 만든 음료에 대한 반응이 즉각 블로그에 올라오는 것을 보며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새로운 메뉴 개발에 열심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젊은 손님들이라고 한다. 그의 엄마도 그도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층이었다.“엄마가 이 카페를 열 생각을 했던 건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기 오는 손님이 다 제 또래예요. 자신들이 보지 못한 공간이라서 그런지 신기해 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한참을 앉아 있는 동안, 짝지어 한옥마을을 찾은 젊은 여행객들이 더위를 피해 자리를 잡는다. 손님들에게 듣고, 그가 생각하는 이공간의 매력은 ‘눈빛 교환’이라고 한다.“공간이 작으니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눈이 마주쳐요. 눈이 마주치면 뻘쭘하게 있을 수 없으니 대화를 하게 되잖아요. 여기 온 손님들과 친구가 되어서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손님들과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공간에 벌써 정이 들었어요.”눈 마주쳐 친구가 된 손님들은 그에게 트위터 계정도 만들어주고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여행을 많이 다녔던 그였기에 손님들과도 죽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그는 이 공간에서 손님들과 소통을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이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손님의 반응에 즉각 반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카페로 출근하는 아침이 가장 기분이 좋다.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지, 어떤 음료를 낼지 모두가 다 즐거운 상상이다.“이 공간이 주는 편안함도 한 몫 하죠. 평평한 아파트 천장 같지 않은 편안함도 있고 하나도 같은 게 없는 천장의 서까래도 고즈넉하니 좋아요. 빈 듯하면서도 꽉 찬 느낌이랄까, 묘한 카페인 것 같아요.”물론 단점도 있다. 작은 공간은 일을 몇 배로 힘들게 한다. 좁은 공간으로 손님이 밀리는 주말에는 화장실 한번 갈 새가 없다는 말을 실감해야 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좁은 공간 탓에 스킨십을 꿈꾸기는 어렵다고 그는 짓궂게 웃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고 꿈을 나눈다. 주인도 이곳에서 요리사의 꿈을 새롭게 꾸게 해줬다. 작은 카페 공간에서 소중한 꿈이 영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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