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 | [문화저널]
1994동학농민혁명백주년/우리 역사를 바로찾자
일부 계층의 기념이 되어서는 안된다
표영삼 천도교중앙총부 상주 선도사(2003-09-15 09:25:22)
1894년의 역사적 경험을 기념하기 위한 활동은 이미 여러모임체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사업 내용들은 대체로 엇비슷한데 우선 자료발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두드러지며, 역사적 현장을 답사, 보다 생생한 사실을 규명해 내는데 각별한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학문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상당한 업적을 쌓았으나 소장 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학설들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사적지에 대한 표지물의 설치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의미 있는 행사도 벌써 시작되고 있다. 특히 괄목할 분야는 예술계 및 문학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역사관의 차이로 색다른 목소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흠이나 현재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크게 나누어 보면 동학의 역할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나뉘어지고 있다. 학문세계도 변하므로 앞으로 높은 차원에서 해석하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견해차는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따라서 오늘의 초점은 역사적 사실규명에 치중하는 것이 우리들의 급무라 생각된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동학의 기여성을 주장하건 외피설을 주장하건 동학의 신념체계와 조직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보다 폭넓게 살피기 위해서는 동학의 신념체계와 포접조직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구체적인 기념 행사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료발굴과 보급을 위한 사업이다. 모든 기념사업에 앞서 중요한 일은 자료확보이다.「동학농민전쟁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이미 편찬을 완료하여 인쇄에 회부했다하니 반가운 일이다. 물론 모든 기록들이 수록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러 지방에서 발굴되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발굴 될 것이다. 100주년이 지나더라도 이 자료 발굴작업은 학문연구와 더불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발굴된 자료는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간행물로 발표해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서지가들의 귀중한 자료도 이번 기회에 공개해 주었으면 한다.
둘째, 사적지 현장조사 사업이다. 아직도 옛날 기록에 나타난 지명들이 확인되지 않은 곳이 한둘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증언해 줄 사람도 사라질 것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확인된 사적지에는 반드시 표지석이 설치되도록 뒷받침이 되었으면 한다. 예컨대 전봉준 장군이 체포된 피로리의 경우 여러 학자들이 오래 전에 답사 확인(?) 했으나 표지석이 없어 다시 조사해야할 형편이다. 이곳만이 아니라 도처에서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셋째, 학문적인 연구발표는 최근 들어 매우 활발해졌다. 학문의 세계는 독자적인 창의성이 충분하게 발휘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미나 형식의 발표에는 가급적 반대의견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역사관의 차이가 강조된 나머지 배타성이 노출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자신의 학문발전을 위해서나 숭고한 역사적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서로의 교류가 원만했으면 한다.
넷째,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 형성이다. 지금까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많은 활동이 있어 왔다. 신문으로서는 전북일보를 위시하여 대전일보, 광주일보, 무등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에서 기획물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앞으로 TV나 방송매체가 가담할 것이므로 적지 않은 성과가 기대된다.
한가지 첨언한다면 앞으로 사적지 순방자가 늘어날 것이므로 비용이 들더라도 사진과 지도가 들어있는 안내책자가 출판됐으면 한다.
다섯째, 기념행사 문제이다. 기념행사는 다양할수록 좋다. 올해에는 각계에서 많은 행사가 있을 것이며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기대된다. 그런데 숭고한 동학혁명 정신을 체험시키는 사적지 순방활동이 청년 학생들에 의해 널리 파급되었으면 한다. 선열들이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관계, 새로운 사회관계를 이루려던 그 정신을 체득케하는 행사야말로 값진 행사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끝으로, 동학혁명에 목숨 바쳐 싸운 선열들에 대한 국가적인 공훈이 보상되도록 하는 운동도 겸해졌으면 한다. 9월 재기포 후 일본 침략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우다 무참히 희생된 동학군이나 일제에 항거하며 침략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순국한 의병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희생된 동학군에도 공훈이 보상되어야 한다.
동학혁명운동 100주년은 어느 일부 계층의 기념이 되지 않도록 서로가 힘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이 운동은 우리들의 삶의 근본적인 틀을 역사의 주체인 인간존엄에 바탕을 두고 재창조하기 위한 운동이었으며, 정의로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밑으로부터의 운동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