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거리와 한옥마을이 쉴 새 없이 북적이는 5월의 전주. 한옥마을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한지문화축제가 전주 경원동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전당으로 터를 옮기며 큰 변화를 맞았다.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한지산업지원센터, 완주군 대승한지마을 세 곳에서 진행된 축제는 ‘전주한지물결, 한류와 함께Ⅱ’를 주제로 5월 2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전주대 교수 최영기 총감독은 “이번 축제에 참가한 방문객들은 한지축제를 보기 위해 방문한 순수 방문객으로 대규모 관광객보다 목적형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지역관광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방문객이 즐기고 다시 방문하고픈 마음이 들도록 하는 점을 집중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축제는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한지산업지원센터가 마주보고 있는 중앙 특설무대 중심으로 펼쳐졌다. 무대 왼편에 위치한 한지산업센터 주차장에는 전주부채문화관, 전주종이문화교육원, 한국닥종이인형협회 등 20개 단체의 체험부스가, 왼편과 중앙에는 전주전통한지, 한지공동체동아리, (주)팔복제지 등 16개판매업체 부스인 한지산업관으로 마련됐다. 최영기 총감독은 “한옥마을이 관광객으로 포화되며 축제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관광객은 줄었으나 축제공간으로서 집중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매년 축제에 참가했다는 한 한지업체 대표는 “축제장소 변경은 오랫동안 축제를 함께했던 사람들과 신중하게 고민했어야 할 문제임에도 한국전통문화전당의 홍보를 위해 시에서 일방적으로 공간을 옮긴 감이 있다”며 “한국전통문화전당을 알리는데 들러리를 선 느낌이다. 내실을 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직 정식개관하지 않은 한국전통문화전당 내부를 전시장을 하면서 공간활용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혔다. 프레스센터, 상황실, 모유수유실 등이 마련된 1층과 한지공예대전 수상작품 전시가 열린 4층을 제외한 2,3층은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채 노출 돼 있어 ‘휑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주제의식 부족, 구체적 전략 필요
지난해와 동일하게 ‘한류’를 주제로 택했지만 그 의미를 뚜렷이 보여줄 만한 행사가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울산에서 온 박선리씨는 “한류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르지만 고개를 끄덕일만한 프로그램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며 “가족단위 관람객외에는 보고 느낄 프로그램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지산업관의 참여업체들이 축제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누릴수 있도록 한지산업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산업관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체험에 관심이 많아 정작 산업관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됐다. 한지축제의 메인을 산업관으로 잡고 관심있는 구매자들을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올해 매출이 뚝 떨어져 내년 참가여부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패션쇼의 경우도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기보다 패션쇼 의상전시, 착용체험 등으로 관람객의 관심을 축제기간 내내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주시와 조직위가 강조해왔던 한지문화축제 내 전주-완주 상생도 구체적인 전략과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원화된 축제 공간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않고, 한국전통문화전당-완주대승한지마을을 이어주는 셔틀버스만으로는 분리된 축제공간에서 통일감을 주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번 한지문화축제는 많은 과제를 남겼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접근성이 취약한 축제장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홍보할것인지, 한옥마을의 관광객을 이 공간으로 어떻게 끌어 올 것인가이다. 고질적인 예산부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주제의식이나 네트워크 면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을 위해 우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는 “순수 방문객 5만4천명, 지역경제유발효과 83억원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히며 “장소 이전 후 한지축제로 확장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