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월 2일부터 31일까지 완주대승한지마을 승지관(관장 김혜미자)에서 열린 전주한지문화축제 기획전 ‘대한민국 한지장인 명품전’은 전통기법을 고수하고 있는 28개 한지업체에서 제작된 명품한지들을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기획을 맡은 김혜미자 완주대승마을 승지관장과 고감한지 백철희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전국을 돌며 장인들에게 참여를 권해 성사됐다. 한지문화축제를 진행하면서 그 뿌리가 되는 전통한지를 참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 기획의도. 김 이사장은 “여전히 국산 닥을 이용해 옛날방식으로 삶아 외발로 뜨고, 표백하지 않는 종이를 만드는 전통장인들이 한지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손해와 비효율을 감수하면서 전통을 지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김 이사장은 “변변한 간판도 없는 작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인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켜온 명품한지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과정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렇게 모인 28개 한지업체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한지장인들이다.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한지장 홍춘수 장인(청웅전통한지)는 도침한지와 미술지를 내놨고, 충북무형문화재인 황동구 장인(단구제지공업사)은 마표백순지를, 경북무형문화재 김삼식 장인(문경전통한지)는 문화재복원지를, 경기도무형문화재 장용훈(장지방)은 옻칠지와 전통외발순지를 출품했다. 이밖에도 전북지역 10개 업체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업체들이 전통의 방법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한지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명품한지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는 당초 19일 폐막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아 완주군의 요청으로 전시기간이 연장됐다는 후문이다. 고건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전국 28개 수록업체를 직접 방문하여 명장들에게 출품을 권면하여 진행한 명품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정엽 완주군수 역시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가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모두에게 알리고 우리 전통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