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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8 | 특집 [300호특집]
짓기 전에 내용을 준비하라
[문화저널로 시대를 읽다] 문화공간
편집팀(2013-07-29 17:20:06)

“전북지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 건강한 문화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건전한 문화풍토 조성에 기여한다”
1987년 11월 17일 창간된 문화저널의 역사는 이리저리 복잡하게 굽은 지역의 자화상이며 층층이 쌓인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그 세월 두께 속에 전북의 문화는 다양한 변화와 충돌과 진보와 후퇴를 거듭했고 문화저널은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누구는 문화저널이 권력이 되었다고 했고, 어떤 이는 입으로만 떠든다고 했다. 그러나 숱한 글에 담긴 땀과 노력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여기 다시 지역에 묻힌 고민들을 다시 끄집어냈다. 사라지기엔 너무나 깊은 고민과 담론들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또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문화저널 300권을 쌓아 두고 시대를 읽으며 내린 결론이다. 새롭게 지어질 문화공간에 대한 우려, 문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질책, 지역축제의 성공을 위한 제언 등은 길게는 삼십 여 년 전 이미 문화저널의 시선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건과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애정으로 쏟아낸 토로들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우리의 함성은 찻잔 속의 태풍이었던가, 자문한다. 그럼에도 문화저널은 시대의 감시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더디더라도 지역의 문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물꼬를 잡아 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문화저널 300권의 긴 역사를 통해 시대를 읽고 오늘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제54호 | 1992년 11월
:: 번듯한 문화공간이 없다
…전북지역 문화예술행사의 중심지인 전주의 문화공간은 이미 문화예술인구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꽉 찬상태이다. 일년에 약 150여회의 공연과 전시일정을 잡고 있는 예술회관의 경우 전시실의 수용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시일수를 5일씩으로 제한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대관을 원하는 신청자들 중 거의 반 정도는 대관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경영문화공간이 안고 있는 재정적인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문을 닫은 황토예술극장과 올해 문을 닫게 된 온다라미술관 그리고 군산의 동인아트홀 등은 모두 계속되는 적자와 늘어나는 높은 임대료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속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 민간이 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예산확보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시·도가 자체적으로 시비나 도비와 문예진흥기금을 일부분 예산으로 지원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때 가뜩이나 예산이 적어 허덕이고 있는 전라북도의 살림살이에서 자체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일부에서는 기업에서의 지원과 문화예술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지역문화의 진정한 산실로서의 의미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제88호 | 1995년 9월
:: 예술회관 건립 추진 어디까지 왔나
…전북도와 자문위원회는 먼저 예술회관 부지 선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 몇 가지의 안을 놓고 검토를 시작하였고, 지난 4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1가 산 1번지체련공원 앞 공원 지구 3만여 평을 예술회관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예술회관이 현재의 예정부지에 건립될 경우 전주 도심과 지역을 관통하는 대학로의 건설은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문제의 대학로는 이미 13년째 접어들고 이쓴 전주시의 해묵은 과제다. 대학로는 백제로에서 사대부고앞~연화마을~송천동 삼거리에 이르는 3.2Km를 노폭 25~30m로 확장·개설하는 업이다.
…분명한 것은 예술회관 건립문제가 더 이상 어떤 이유로도 미룰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예술회관이 필요한 것은 한창 힘을 얻고 활기를 더해가는 지역문화의 발전과 자리잡기를 위해서이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그 관심이 보다 진지한 작업으로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건실한 토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102호 | 1996년 11월
:: 전주시 문화거리 그 가능성과 과제
…그런 까닭에 한옥지구는 그 동안 대표적인 전주의 상징으로 꼽혀왔고, 그것이 이 지역에 대한 보존의 절대적인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지방정부가 들어서면서 전주시로서는 더 이상 의미 없는 규제에 발목잡혀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다는 내렸고, 현재의한옥보존지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개발’을 시도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전주시가 현재 진행 중인 이 지역의 개발 프로젝트에 붙인 이름은 ‘민속의 거리’ 조성사업이다.
…전주시 도시계획계 이민섭 계장은 ‘궁극적으로는 자치시대에 걸맞는 시민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전주시가 계획하는 민속의 거리는 시민들이 어떤 입장에서 문제를 보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제113호 | 1997년 10월
:: 고문서 박물관을 세우자
…그 가운데 하나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직 빛을 못보고 있는 바로 ‘출판, 인쇄 문화재’들, 곧 ‘책’이다 책 중에서도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옛 책이다. 전주는 조선왕조 시대에 놀랍게도 서울 다음으로 방각본(팔기 위해 만든 책)을 많이 간행했던 곳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이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것을 근거로 하여 우리는 전주에 책박물관 하나쯤은 훌륭히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모든 문화재가 다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유형문화재로서 책문화재(출판인쇄 문화재)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이 귀중하다고 생각한다.

제126호 | 1998년 11월
:: ‘조선문화의 거리’ 조성
…전주가 다른 어느 곳보다 장점을 가지고 살릴 수 있는 것은 조선시대의 유적이다. 물론 서울보다 빈약하고 안동지역보다 볼거리가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전주가 조선시대 3대 도시(평양, 대구, 전주)의 하나였고 조선왕도의 본향이며 양반도시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전주시의 조선문화특구를 도시에서 조선문화를 포괄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지역으로 만들지 못하면 다른 지역의 조선문화특구에 치여서 전주시민들만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과잉투자가 될 것이다.(대전의 엑스포 시설이 그렇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조선문화특구를 만들 장기계획이 없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도 좋을 것이다.
…관광객들이 전주의 것을 배워간다는 자세를 가지고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문화를 팔아먹는다는 자괴감보다 가르친다는 또는 경험하게 해준다는 자부심을 가질수 있게 된다.

제135호 | 1999년 8월
:: 전북에 미술관을 건립하자
…미술관 건립의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사실에 문화저널은 보다 앞을 내다보기로 했다. ‘미술관을 짓자’라는 외침을 넘어 ‘그러면, 어떤 미술관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로 화두를 세운 것이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지역 미술인들의 의지가 모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문화’가 지자체의 중심사업이 됐다고는 하더라도 누군가는 뛰쳐 나서야 하고, 그 임무가 지역 미술인 전체에게 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미술관 건립의 의지를 모을 수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의 구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건립추진위는 미술관 건립이 확정되면 한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미술관 운영의 마스터 플랜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추진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예연구원의 인원에 대해서는 “철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 채용시기는 건립확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계나 운영규정의 확립 등 마스터플랜 수립에 전혀 참여할 수 없어 개관 이후 ‘빛좋은 개살구’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굳이 지역인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에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지역적 특성르 감안해야 하지만 학연과 지연에 얽힌 미술계의 병폐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기 설계의 중요성은 여러 미술관의 사례에서 나타났다. 어느 미술관의 경우 입구가 작아 미술품이 들어가지 않더라는 것. 결국 입구를 부수고 다시 보수했다고 한다. 또한 광주 시립미술관의 경우 허백련 화백의 작품 6백여점을 기증받았지만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제140호 | 2000년 1월
:: 전북공립미술관 입지변경, 문제있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12월 22일 미술관 건립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첫째, 전북공립미술관(가칭) 부지를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관광지개발 지구로 하고 둘째, 건물의 규모를 연건평 2천평으로 하며 셋째, 사업비는 총 1백50억원(부지비용 제외)이라는 내용이었다.이러한 결정된 내용은 많은 미술인이 기대했던 전주시 삼천동 문화시설지구(국립 전주박물관 주변)에 부지를 선정하며 사업비 2백60억원에 연건평 3천평의 도립미술관을 건설한다는 애초의 청사진에는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다
…미술관은 개관 이전에 벌이는 준비작업에 따라 미술관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선진국의 경우 준비작업에 소요되는 기간을 평균 8년, 짧게는 6년을 잡는다. 준비기간이 긴 이유는 그만큼 미술관은 다른 건물들과 달리 섬세하고 특수한 기능과 유기적인 운영시스템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도의 이번 결정은 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의 의미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공간을 짓는 ‘건물’ 개념으로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제142호 | 2000년 3월
:: 공동체 문화 싹 틔우는 야외무대
…전문가들은 ‘건립은 시작을 의미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누차 강조되지만 문화예술의 생기없는 문화공간은 애당초 짓지 않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남북로 개설공사에서 ‘덤’으로 지어진 덕진공원 울타리 야외무대는 2평 남짓한 무대에 전기시설과 간단한 조명시설, 객석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용한 예술인은 단 한명도 없을 뿐 아니라, 전기시설은 녹이 슬어 있고, 조명은 깨진지 오래다. 야외무대의 입지조건을 전혀 고려치 않은 건립으로 취객들의 흔적만이 남아있게된 셈이다.
…덩치 큰 대규모 야외공연장보다는 작지만 장르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2~3개의 소규모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의 설명. 전문 문화예술인을 위한 무대도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낮은’ 무대의 필요성도 간과될 수 없는 대목이다.

제155호 | 2001년 4월
:: 민간위탁으로 내몰린 ‘전당’의 앞날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57억 중 8억 정도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예술회관으로 들어갈텐데 50억 규모의 지원액으로 소리문화의 전당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아주 놀라운 능력을 지녔거나 ‘사기꾼’이 분명하다”며 이번 위탁은 애초 성사조차 이뤄질 수 없는 조건이라고 못을 박는다.
…준비팀의 일관된 결론은 민간위탁자 선정이 아닌 ‘재단법인 설립’이었다 그렇다면 도에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제시된 결과를 무시한 채 ‘민간위탁’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도는 장기적 운영계획 하나 없이 ‘건물 먼저 짓고 보자’는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소리문화의전당을 남긴 샘이며, 비현실성과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도 ‘민간위탁’이란 방안을 선택한 점, 위탁자 선정과정에서 드러난 객관성 결여 등 많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제168호 | 2002년 5월
:: 전통문화특구가 살아난다
…지난해 10월 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수탁자를 결정지은 전통문화특구는 전통문화센터와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통 술박물고나, 전주공예품전시관 등으로 구성돼 전주의 전통 문화 컨텐츠를 관광산업과 연결하는 본격적인 ‘문화관광특구’ 로 거듭나게 된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적인 전통문화를 관광의 개념과 연결하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 확보를 위해 학계와 문화예술계, 전문 관광업자들간의 유기적인 결합과 협조가 병행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한다. 그 지역 주민들과의 협조체제를 구성해 적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수 있는 다각적인 협의 창구와 프로그램 개발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제193호 | 2004년 6월
:: 한옥마을 꿈꾸는 도시, 꿈꾸는 마을
…교동 한옥마을에 오랫동안 터를 닦고 살아온 토박이들과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옥마을이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옥마을 정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컨텐츠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장 전 총장이 한옥마을이 생산해 낼 수 있는 ‘이야기’의 보고를 ‘역사성’에서 찾고 있다면, 전북대 채병선 교수와 공공스튜디오 심심 김병수 소장은 주거문화와 주민들의 삶 속에서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쪽이다. 한옥마을 정책을 ‘관광’에서 방점을 찍어 진행한다면, 인공적이고 박제된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
…경제활동과 주거공간을 동시에 갖고 있는 상가 주민들은 한옥마을 정책의 방향을 대부분 ‘개발’ 쪽에 기대를 얹어놓고 있다. 이들은 한옥마을을 테마파크 형태의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면서 도로와 상권 정비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한옥마을의 정취와 분위기가 좋아 안착한 사람들이나 대를 물리며 이곳에서 터를 닦고 살아온 주민들은 ‘개발’의 균형과 완급조절, 문화적 시선에 대한 기대가 더 커 보인다.

제199호 | 2004년 12월
:: 전북도립미술관 삶의 향기를 퍼지게 하라
…공공미술관은 누가 뭐래도 현실을 뒤따라가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돈벌려는 사설이벤트회사가 알아서 다 한다. 공공미술관은 장기간 비젼을 가지고 현실을 앞서나가고 문제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관람객 수를 자랑스럽게 말하기보다는 어떤 전시를 어떤 의식으로 준비하고 진행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고급 예술 정보를 어떻게 도민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북도민은 도립미술관에 와서 ‘별다섯개짜리 고급문화’ 를 체험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며, 바로 이점이 도립미술관의 진정한 설립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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